[논평] 2020년 예산안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확장적 재정 운용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저출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확대 전략은 부재

 

오늘(8.29) 정부는 2020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2019년 본예산 대비 9.3% 증가한 2020년 예산안에 대해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경쟁력 육성 예산이 대폭 증가한 반면 복지 확대폭은 예전 수준에 머물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저출산ㆍ고령화와 심각한 불평등 상황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주지하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재정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그간 재정운용의 기조가 당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온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적했듯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선으로 유지해야 할 객관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일단 이번 예산안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를 GDP 대비 40% 중반 수준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재정운용의 방향성을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충분한 규모로 적재적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2023년까지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 상 재정수지가 과거보다 큰 규모의 적자로 전망되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산업경쟁력 육성과 관련해서는 대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반면 복지 예산은 예년의 속도로만 확대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산업구조조정의 여파로 저소득 빈곤층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단계적 완화는 문제 해결의 속도라는 측면에서 많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내년 하반기 도입 예정인 한국형 실업부조라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생활안정이라는 실업부조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선진국 평균에 비해 한참 부족한 우리의 복지체제가 저출산, 낮은 삶의 만족도의 중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복지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충되어야 한다. 

 

적자재정을 감수함에도 불구하고 복지확대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조세부담률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정책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을 올리지 않고 적자재정을 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재원이 많지 않은데 이를 당장 산업경쟁력 향상에 써야하기 때문에 복지에 쓸 재원이 남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재정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산업과 기업 우선이라고 볼 수 있다. 과도한 대일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해서 산업정책 강화는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되지만 복지확대도 그에 못지 않은, 아니 더욱 중요한 당면과제이다. 따라서 올해는 경기불확실성이 커서 증세를 계획하기 어렵다고 해도 이를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도 조세부담률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것은 문제이다.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저부담저복지 해결 없이는 내수진작, 출산율 제고, 인적자본 개발과 같은 과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증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7.4% 증가해 (약 3.5조 원) 역대 최대 규모인 50.2조 원을 책정했다. 이 중 방위력개선비는 16.7조 원으로 국방 예산 중 무려 33.3%를 차지했다. 북한의 핵·WMD 위협 대응을 위해 추진해 온 3축 체계 도입과 주변국의 위협을 이유로 한 무기 체계 도입에 대한 막대한 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서 F-35A 도입에 2조가량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일체의 적대 행위 중단과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예산 배정이다. 과거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넘어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려는 무기체계 도입과 과도한 국방예산 배정이 과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반면, 통일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민적 합의 형성 및 국제사회 지지 기반 구축 예산은 26.5억 원, 남북협력기금은 1.2조 원으로 방위력 개선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강조한 대로 ‘힘을 통한 평화’는 결코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국가 예산을 끝 모를 힘의 대결보다는 평화 구축을 위한 비용에 투자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문제의 주된 원인이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부족한 사회복지지출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재정여력이 충분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적자재정을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증세를 통한 대폭의 복지확대 정책이 있어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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