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유사 가격담합과 폭리 의혹에 대한 성명 발표

참여연대, 정부와 정유사,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유가공동조사단 구성 촉구

1. 최근 정유사가 가격담합으로 높은 유가를 유지함으로써 연간 2조원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에 대해 정유사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유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석유는 비록 사기업에 의해 생산, 공급되고 있지만, 그 특성상 물가나 다른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전기료나 수도요금과 같이 공공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군수물자로 조달되는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 낭비되었을 가능성까지를 감안한다면 유가를 둘러싼 최근의 의혹과 논란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2.. 이에 참여연대는 정유사의 가격담합 및 폭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의 98.99년 재무자료를 입수, 분석하였던 바, 정유사측의 해명과 주장을 수용할 수 없는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최근 국내시장의 석유가격과 국제시장의 석유가격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내정유사의 가격담합에 의해 고유가정책이 유지 내지 심화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의 유가동향을 보면, 등유의 경우 1997년 1년동안의 수입가격과 국내공장도가격의 평균차액(국내공장도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비싸다)이 배럴당 10.3$이었는데 1997년 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2년동안의 평균가격차이는 배럴당 11.59$로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경유의 경우도 1997년 1년동안의 평균차액이 배럴당 10.1$이었는데 1997년부터 1998년까지 2년동안의 평균차액은 배럴당 12.3$로 벌어졌으며, 중유 역시 동기간 동안에 국내공장도가격과 수입가격의 차이가 더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최근 판매, 관리비가 매출액 증가를 훨씬 상회하여 증가하는 등 국내 정유사가 방만한 경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정유사측이 가격담합과 유가 인상을 통해 부실경영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왔다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은 IMF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던 시기이다. 그런데, 4대정유사의 98년도 판매비와관리비의 지출액은 전년에 비하여 35.4% 증가하였다. 동기간동안의 매출액증가율이 8%였던 사실과 비교할 때, 지나친 비용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르게 된다(별첨 참조:PDF).

실제로 LG정유의 경우, 98년도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9.7% 증가한 것에 그치나, 매출액과 연동하여 증감하는 판매비 및 관리비는 무려 102.2%나 증가하였다. 이에 대하여, 회사측은 98년 구조조정으로 인해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이 많아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98년의 판매비와관리비의 증가액은 3,215억원인데, 이중 퇴직급여의 증가액은 69억원에 불과하여 이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99년 매출액은 98년에 비해 4.97%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직 및 영업직 임직원의 인건비는 무려 68.36%가 증가하였다(별첨 참조:PDF).

또 현대정유의 경우도 98년과 99년의 관리직및 영업직 임직원의 인건비(복리후생비포함)가 각각 91.27% 53.13%씩 증가하였다. 동기간 동안의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15.3% 21.77%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볼 때 관리직 및 영업직 임직원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이 이외에도,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여 대손처리된 비용이 99년 한해동안 2백여원에 이르는 경우를 비롯하여 몇가지 비용낭비의 요소가 보이고 있다(별첨 참조:PDF).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전 산업분야에서 구조조정과 경비절감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98년 정유사의 판매비 및 관리비가 오히려 급격히 증가하였고, 국내유가와 수입가격간의 차액이 더욱 벌어졌다는 것은 정유사가 방만하게 경비를 지출하고 나서 국내유가를 올려 자신들의 경비증가부담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물론, 원가를 높게 책정하고, 이익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용을 과당 계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게 하고 있다.

정유사측은 1999년도 국내정유사의 매출액이익율과 자기자본이익율이 각각 2.3%와 5.9%로써 국내제조업 평균수준보다 열악하므로 폭리를 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익률이 낮다는 사실이 폭리가 없었음을 곧바로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비록 제품가격을 높게 책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비용을 방만하게 지출한다면 이익률은 낮을 수 밖에 없으며, 제품가격을 낮게 책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생산성향상과 구조조정을 통하여 비용을 절감하였다면 이익률은 높을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률이 낮으므로 유가가 절대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정유사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없으며, 만일 이를 주장하려면 지적된 방만한 경비지출의 의혹들이 밝혀져야 한다.

셋째,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싱가포르 석유시장과의 가격비교는 무리라는 정유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석유시장으로부터의 수입가격과 국내공장도가격을 비교하여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에 대해, 정유사는 싱가포르 석유시장은 변동비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한계시장이므로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국내공장도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굳이 싱가포르 석유시장의 가격과 비교하려면 감가상각비 및 이자비용등의 고정비를 추가로 고려하여 비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석유가격 조사기구인 Platts의 견해에 따르면, 싱가포르 석유시장은 미국시장 또는 여타 국제석유시장과 다를 바 없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라고 한다. 자유경쟁하에서 철저하게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에서는 원가가 가격형성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경우에는 원가이하로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경우에는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석유시장으로 부터의 수입가격이 국내공장도가격 보다 높게 결정되는 경우가 올해에도 몇번 발생한 적이 있다(예 : 2000년 5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의 휘발유).

물론, 소비지정제주의나 연산품 생산공정이라는 석유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국제시장가격과 국내시장가격을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석유산업의 특수성이라는 변수를 감안하여 국제시장가격과 국내시장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며, 국제시장을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치부하여 비교자체를 거부하거나 국제시장가격은 변동비수준의 가격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정유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정유사의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이 각각 451억원, 6,228억원이라는 언론사의 분석에 오류가 있음은 분명하다. 참여연대에서 분석한 결과 99년 4대정유사의 실제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은 각각 1조3590억원과 1조1383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싱가포르시장가격과 국내공장도가격 비교시 감가상각비와 순이자비용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는 정유사의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언론사의 오류가 곧바로 정유사의 주장이 타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정유사는 외국 정유사 보다 부채비율이 높으며 대출금리도 높아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므로 국제유가와 비교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유사의 주장은 일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정유사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여 이자비용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유가의 적정성문제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순이자비용 전액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정유사도 일정부분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일정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정유사가 평균적으로 부담하는 이자비용을 초과하여 부담하는 초과이자비용만을 고려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일본, 영국, 미국의 정유회사 4개사의 평균부채비율과 국제적 기준금리인 LIBOR를 적용하여 우리나라 4대정유사의 99년도 초과이자비용을 산출한 결과, 4,789억원의 초과이자비용이 발생하였다(별첨 참조).

한편, 99년말 현재 국내 4대정유회사가 보유한 투자유가증권의 잔액은 4조원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차입금잔액의 35%에 달하고 있다(별첨 참조). 투자유가증권이란 말 그대로 자금에 여유가 있을 때 투자 또는 경영권지배의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이다. 따라서, 막대한 차입금을 갖고 있는 회사가 거액의 투자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투자유가증권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이자비용부담분에서 공제해야 한다. 정유사가 보유한 4조원의 투자유가증권을 처분하여 차입금을 갚는다고 가정할 경우, 이자비용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정유4사가 보유한 투자유가증권중 투자주식의 취득원가(투자주식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순순 취득가액을 말함)에 대하여 기회비용을 계산한 결과 99년동안 약2,400억원이 계산되었다(별첨 참조). 이 기회비용은 위에서 산출한 초과이자비용에서 공제해야 한다.

즉 국내 정유사의 높은 부채비율과 대출금리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 감안하더라도. 외국 정유사와 비교할 경우 추가로 고려할 이자비용규모는 순이자비용 총액이 1조 1383억원이 아니라 초과이자비용(부채비율과 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이자비용) 4,789억원에서 투자유가증권 보유로 인한 기회비용손실 2400여억원을 제한 2300여억원이라는 것이다.

3. 유가의 적정성과 가격담합의혹에 대한 논란과 관련하여 객관적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이상의 분석을 통해 97년 유가 자유화이후 정유사들의 재정운용과 경영행태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논란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각종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측은 2조원의 폭리 주장은 산자부에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인데 실제로 판매한 가격은 이에 못미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4. 따라서 참여연대는 유가를 둘러싼 의혹들을 밝혀내기 위하여, 정부와 정유사,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유가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유가의 산정기준 및 적정성여부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이 조사과정에서 산업자원부와 정유사는 유가산정에 관련된 자료를 빠짐없이 유가조사단에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

납세자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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