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더 이상 삼성의 변칙증여에 대해 침묵하지 마라

재벌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 1차 항의시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 등이 작년 2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음에도 국세청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공정한 과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세우기 위한 한달간의 집중 캠페인을 선언했던 참여연대는 23일, 종로2가 서울YMCA앞에서 재벌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 1차 항의시위를 열었다. 회원 30여명이 참여하여 오전 11시부터 열린 이날 집회에서 국세청이 재벌의 변칙적인 증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이 땅의 조세정의가 죽어가고 있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시민들의 규탄발언과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날 집회에서 낭독된 성명서 전문이다.

국세청은 더이상 삼성의 변칙증여에 대해 침묵하지 마라

최근 정부는 감사원, 검찰, 국세청 등 모든 사정기관을 총동원하여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사정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사정의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결국 몇몇 ‘하위직 공무원’들이 사정의 칼바람에 희생될 것이며, 또한번의 ‘정치적 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를 더욱 깊고 차갑게 만드는 것은 ‘제2의 IMF 위기’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이미 대우가 망했고, 현대가 흔들리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한파가 바로 목전에서 노동자와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쉽사리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민들의 소비위축은 199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거리로 내몰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을 다시 차가운 겨울 거리로 나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회사를 망하게 한 어떤 재벌총수는 외국에서 유유히 여생을 보내고 있고, 또 어떤 총수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을 따름이다.

더욱이 내년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세부담은 250만원을 넘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천만원을 상회하는 세부담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이미 각종 공공요금과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우리는 ‘위기로부터의 탈출’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은, 이러한 국민들의 노력과 희망을 절망과 좌절로 만드는데 정부, 특히 국세청과 재벌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삼성의 변칙적인 증여의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 등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탈세를 저지른 의혹이 있음을 국세청에 제보하기까지 하였다. 이재용씨 등이 작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싯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를 구입함으로써 700억원대에 이르는 증여세를 탈세하였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것이 지난 4월 26일의 일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무려 7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중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니 기다려 달라’라고 하는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면서 재벌의 변칙증여에 대한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기는 커녕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국세청의 일반적인 세무조사가 3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국세청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과세할 의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에, 어떻게 구입했는가라는 사실관계가 이미 명확하고, 관련한 세법규정, 기존 판례, 각종 언론보도 등이 충분하게 증거자료로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4월 각 언론에 보도되었던 국세청의 4대 재벌에 대한 주식이동조사 착수에 대해서는 국정감사현장에서 국세청장이 ‘그런 발표를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다’라고 부정하였고, 거꾸로 탈세제보를 한 참여연대에게는 탈루혐의에 대한 조사가 주식이동조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모순적인 답변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재용씨 등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구입하는 과정에서의 탈루혐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국세청이 책임있고 조속하게 답변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또다시 국세청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여, 모든 공권력에 대한 차디찬 불신과 납세거부라는 극단적 저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국민적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바로 국세청에 있음을 분명히 확인하는 바이다. 또한, 참여연대의 이번 ‘재벌의 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은 결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몇년간에 걸친 지난한 싸움의 본격적 출발임을 확실히 선언하는 바이다.

2000년 11월 23일

우리의 주장

1. 국세청은 재벌의 변칙증여 및 상속에 대한 철저한 과세의지를 분명히 천명하라.

1. 국세청은 참여연대가 제보한, 이재용씨 등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입과정에서의 탈루혐의 조사결과에 대한 책임있고 공식적인 답변을 늦어도 11월 말까지 발표하라.

1. 만약 국세청이 이러한 우리의 요구에 대해 또다시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한다면, 참여연대는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불만을 전달할 것이다.

1. 참여연대는, 국세청이 재벌의 변칙증여에 대해 철저하게 과세할 때까지 이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다른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으로 국민적 저항을 표출할 것이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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