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칼럼(ta) 2003-12-05   1420

[기고] 공평과세 아직 멀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재산세 산정에 시가를 반영하는 체계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것이 아파트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조세가 공평해야 발전한다. 연봉 1억원인 사람과 연봉 1,000만원인 사람이 한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평한 조세제도가 없으면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강남 아파트 가격의 폭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시가와 동떨어진 보유세가 아파트 가격 폭등을 방치하는 바람에, 강북에서 강남으로, 그리고 강남에서 조금씩 평수를 늘려가던 우리의 종전 주거이전 패턴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특히 중산층의 경우 정상적인 소득을 가지고는 강남으로 집을 옮기는 것이 불가능해져 그 피해가 두고두고 대물림될 수 밖에 없어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시장의 실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시가대비 평균 0.12% 밖에 되지 않는다. 2002년의 경우 전체 보유세는 3조2,700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2.8%밖에 되지 않는다.

주요 과세대상인 소득, 소비, 자산 중 자산은 그야말로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혜택은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아닌,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부동산 투기가 발생한 핵심 원인이다.

행자부의 이번 발표가 원안대로 시행되면 2004년부터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재산세는 6~7배 오른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현재 0.03~0.05%에 불과한 보유세 실효세율이 0.14~0.17%로 오르는 수준에 불과하다.

강남 이외의 대형 저가 아파트의 경우 0.30~0.40%에서 0.21~0.31%로 낮춰진다. 공평과세를 말하기에는 여전히 보유세 현실화율이 너무 낮고, 강남권 아파트가 이득을 보는 구조도 깨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방치되면 시장 기능에 왜곡이 생겨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가 되살아 날 소지가 여전하다. 따라서 정부는 2005년으로 잡혀있는 재산세, 종토세 과표 추가 현실화 계획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세 등을 착실히 추진하는 한편, 시가기준 1%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달성될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보유세 강화의 기본 골격은 9월 1일 발표되었다. 9ㆍ1대책 직후 모 언론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보유세 강화에 81.9%가 찬성’ ‘75.14%가 대책의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 등으로 미묘한 입장을 취한바 있다.

보유세 강화를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부동산 대책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는 시도를 은연중 노출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거운 세금은 경제적 약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의 세수이므로 부동산 가격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등의 논리도 그런 맥락에 있다.

이들은 보유세 강화의 첫 단추가 끼어지자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세금내기 싫었다고 솔직히 자인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당시 한나라당은 총대를 메고 나섰다가 여론을 잘못 읽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급격한 세금인상의 문제나 절차를 지적했을 뿐’이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이것은 보유세 강화 반대론자들의 속내를 대변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989년 투기 사태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보유세 현실화를 멈춰왔던 우리의 원죄를 돌아볼 때, 실효세율이 여전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술적 수치에 매달려 보유세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계속 무임승차를 하기 위해 죄를 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영태 회계사ㆍ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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