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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 칼럼
  • 2003.12.13
  • 1153
국회 본회의는 지난 9일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주요골자로 하는 상속세및증여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은 그동안 재벌의 변칙증여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온 시민단체와 양심적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과이다.

완전포괄주의는 특별한 개념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법적으로 어떤 형식을 취하든지 간에, 재산을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 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백억, 수천억의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세법에서 과세대상으로 나열된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면 과세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과세하겠다는 것이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취지이다.

정부는 처음 시민단체들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문제제기 했을 때, '위헌'이라서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재벌의 변칙증여 실태가 하나 둘 밝혀지고, 이에 대해 1인시위, 형사고발 등을 통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에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었다. 재계와 보수언론에서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권 행사로 국민불안이 조성된다'는 주장, '오히려 열심히 재산을 모은 중산층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펴면서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엄밀히 따졌을 때에 모두 근거가 없는 것들이었다.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이라면 포괄적 과세개념을 취하고 있는 다른 세법규정들(법인세나 양도소득세)도 모두 위헌소지가 있다는 억지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의 세법은 이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것을 한국에 도입하면 위헌이라는 것도 억지이다.

또한 변칙증여를 하지 않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완전포괄주의 도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현행 상속세법상 공제금액이 최고 3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중산층, 서민층으로서는 변칙증여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포괄주의 도입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소수의 고액재산가와 재벌들뿐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이런 명백한 사실들을 왜곡하면서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반대해 온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것은 재벌의 변칙 증여 등으로 인한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이 너무나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부담 없는 부의 무상이전'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속ㆍ증여세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과세하기 위한 세금이지만, 한편으로는 '바보세'로 불리어 왔던 세금이다. 불과 16억원의 세금만 내고 수조원의 재산을 불린 삼성재벌의 변칙증여 사례에서 보듯, 많은 재벌과 고액재산가들은 상속ㆍ증여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를 이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수는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기까지 했다(2000년 9889억, 2001년 9484억원, 2002년 8,561억원).

이처럼 조세정의가 극도로 훼손된 사회현실이 완전포괄주의라는 대안을 모색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완전포괄주의는 도입되었다. 그러나 완전포괄주의만 도입된다고 해서 '세부담 없는 부의 대물림'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완전포괄주의가 조세정의를 위한 의미 있는 한 발 전진이긴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세무당국은 변칙증여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세무당국은 이제는 그런 변명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변칙증여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니, 국세청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법을 적용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세금도 내지 않겠다는 일부 재벌과 고액재산가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국가는 과세권을 통해서 이런 자들의 행태를 근절시킬 의무가 있다. 이제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계기로 조세정의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하승수 (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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