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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 탈세감시
  • 2000.12.01
  • 1030
  • 첨부 1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이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8)



국세청장은 끝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삼성재벌 변칙증여과정에서 이재용씨의 수백억 탈세사실에 대해 국세청장의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2주간 계속해왔다. 하지만 12월 1일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자 참여연대는 매일 아침 국세청 앞 1인 피케팅 시위를 벌이는 등 국세청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윤종훈 조세팀장이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의 전문이다.

더 이상 청장님께는 편지를 쓰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청장님이 아닌, 국세공무원들을 직접 만나

"조세정의를 살립시다."라고 호소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청장님

혹시 하고 기대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으시군요.

저는 그동안 제 진심이 청장님께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제 정성이 부족했던가요? 아니면, 어떠한 진실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청장님의 가슴이 굳게 닫혀있는 건가요?

지난 5월 23일 면담자리에서 청장님은 분명히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겠다. 외압은 없다. 대통령께서도 소신껏 하라고 용기를 주신다.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25일에 있은 국세청 국감에서 어느 의원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주식이동조사를 중단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그동안 국세청에서 재벌에 대하여 주식이동상황을 조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가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셨습니다. 청장님께서는 99년 9월 2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기자간담회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부의 이전은 있을 수 없다. 누구든 세법에 주어진 범위 내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편법상속 부분에 있어서도 주식이동 내용이 전산분석중이고 혐의가 드러나면 적정한 절차에 따라 세무조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조선일보) 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청장님의 이러한 발언내용은 조선일보 이외에도 많은 일간지에서 주요기사로 다루어 졌습니다. 청장님의 이 발언이 재벌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5월 23일의 청장님의 모습과 10월 25일의 청장님의 모습중 어느 것이 진실한 청장님의 모습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청장님께 편지 보내는 일은 그만 두렵니다. 저는 그동안 한통 한통의 편지를 쓸 때마다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쓴 편지가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는 사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지난 97년 6월, 대검찰청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66억원의 뇌물을 받고 이 과정에서 14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그 후, 서울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알선수재죄 이외에 조세포탈죄도 인정하여 김현철씨에 대하여 징역3년의 중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지방법원의 이 판결은 소위 빽있는 사람도 탈세 하나만으로 옥살이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줘, 뇌물에 익숙한 정치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탈세사실 하나만 보면, 김현철씨의 죄질은 이재용씨가 저지른 죄질에 비하면 깃털에 불과합니다. 우선 탈세액의 규모만 보더라도 김현철씨는 14억원이지만, 이재용씨는 수백억원에 이릅니다. 김현철씨의 탈세는 단순 뇌물수수과정에서 이루어져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재용씨의 변칙증여는 삼성SDS 회사에 손해를 끼치며 이루어져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 정권은 김영삼 정권을 IMF를 초래한 부도덕한 정권으로 규정짓고 있고, 사실 그 덕분에 정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은 대통령의 아들을 뇌물수수와 탈세혐의로 구속시켰습니다. 반면, 현 정권은 확실한 증거가 있는 재벌총수 아들의 탈세혐의에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그 재벌총수를 비공식적으로 독대하여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현 정권이 김영삼 정권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요?

저는 4번째 편지에서 말씀드린 B세무서의 탈세제보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어제 제보자, 그리고 모언론사 기자와 함께 B세무서에 다녀왔습니다. 취재 결과, 제보자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다만, J주택의 세무대리인이 세무서 과장 출신이기는 하지만 관할인 B세무서 출신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상가건물에 대한 부가가치세 비과세는 이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 매출누락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무서직원이 진실을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가슴이 아팠습니다. 국세청이 국민에게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저는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어제 B세무서에서 겪은 일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조세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청장님께 마지막 편지를 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이를 어쩌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 아들에게 이러한 한심한 사회를 물려주어야 하나? 내 아들 역시 정의가 사라진 사회에서 고통을 받을 것 아닌가?' 숨막힐 듯한 고민을 잊으려면 오늘 술한잔을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대다수의 국세공무원은 조세정의에 대한 열망과 애국심으로 불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세공무원 여러분께 직접 호소하렵니다. 다음 주 월요일(12월 4일)부터 국세청앞에서 출근시간에 맞추어 국세공무원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리고, '국세공무원 여러분, 조세정의를 살려주십시오' 라고 호소하겠습니다. 누군가, 이번 '재벌변칙증여심판 시민행동'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시민행동은 거짓과 진실의 싸움입니다.

저는 지금 회계사로서의 소득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하루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 아빠가 돈만 벌고 너에게 용돈을 많이 주는게 좋으냐, 아니면 지금처럼 하면서 용돈을 적게 주는게 좋으냐?" 그러자, "지금이 좋아"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아들이 있는 한,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줄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장님, 그럼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요.

2000년 12월 1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 종 훈 올림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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