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하)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⑤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한다

① 공평과세로 가는 길 아직도 멀었다 (05/28)

② 소득격차심화와 사회적 파장 (05/31)

③ 미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선택: 과세인프라 확대 (06/11)

④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상) (06/17)

“대만을 보라. 이게 어디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문제냐? 아직 시기상조다.”

필자가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주장할때 마다 항상 접하는 반론이다. 처음 이 반론을 접했을 때 필자 역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1988년 9월 24일에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기로 한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한달 만에 주가가 30%이상 하락하는등 큰 혼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대만 꼴 나지 않으라는 법 없지 않은가?

그러나,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의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법. 대만의 실패경험은 우리에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교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에 주의할 경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교훈이 될 수도 있다. 대만의 실패경험을 잘 분석하고 그 실패원인들에 주의할 경우,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과세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88년 당시 대만이 시행했던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의 특징을 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실패가 예정된 몇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째, 처음부터 종합과세제도를 채택하였다. 이로 인해, 개인의 경우 주식양도차익과 다른 소득을 합산하여 6 – 50%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되었으며, 매년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했다. 즉, 갑작스러운 누진율 적용과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 불편이 개인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론자중 처음부터 종합과세제도를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단일세율의 분리과세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둘째, 법인에 대하여도 새롭게 과세하게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법인에 대하여는 이미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를 하고 있다. 즉, 대만의 경우는 법인 역시 이때 비로소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야 했으므로 개인과 마찬가지로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부담을 느끼는 건 개인투자자에 한정되는 차이가 있다.

셋째, 투자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홍보 없이 시행 3개월전에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법 개정은 지금 하되 시행에는 1-2년 정도의 유보기간을 두어 충분히 홍보를 하면 혼란은 피할 수가 있을 것이다.

대만과 다른 방법을 채택한다고 걱정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게 되면 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주식시장으로부터 대거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원론적인 반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대량으로 이탈할 경우, 주식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 또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소액주주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서민층의 건전한 주식투자를 통한 자산증식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
기관투자자
일반법인
외국인
개인투자자
100%
8.9
15.4
17.1
32.2
26.4

위의 표는 2001년말 현재,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투자자별 투자비중을 나타내는 표이다. 위의 표에 따르면, ‘외국인 – 개인 – 일반법인 – 기관투자자 – 정부’의 순서로 투자비중이 높다. 투자자중 일반법인과 기관투자자는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이미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정부는 납세의무가 없다. 즉, 시가총액의 41.4%를 차지하는 투자자들은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시가총액의 32.2%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경우는 자신들의 거주지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체결한 조세협약에 의해 납세의무를 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조세협약을 보면,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는 거주지국에서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여 이익을 보더라도 이에 대하여 자신들의 본국 세법에 따라 본국에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 역시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시가총액의 26.4%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만이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새롭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투자자들의 다수인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면, 주식시장의 동요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위의 표에서 본 바와 같이,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새로 도입할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시가총액의 26.4%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액투자자들의 동요와 세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에 대하여 연간 4천만원 정도의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모든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양도차익이 연간 4천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과세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대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 그다지 큰 동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더라도, 세부담이 우려되는 부류는 개인인 대규모 투자자인데, 이중에서도 회사의 경영권확보를 목표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주식을 쉽게 양도할 의사가 없으므로 양도소득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개인 투자자가 양도소득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소수에 불과한 이들에게 과세한다고 하여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단일세율의 신고분리과세제도를 도입한다. 처음부터 종합과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복잡한 세무행정으로 인해 그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누진율에 따른 급격한 세부담 증가에 의해 투자자들이 동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합과세는 신고분리과세제도가 정착된 이후, 적정한 시기에 전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셋째, 조세협약을 ‘주식양도차익의 거주지국 과세 원칙’으로 통일한다. 이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요할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넷째, 일단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통과시키되, 그 시행시기는 1-2년 뒤로 하여 충분한 홍보기간을 갖도록 한다.

다섯째,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로 인해 추가로 들어올 세수를 고려하여, 재정의 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증권거래세를 인하(또는 폐지)한다면 이는 역으로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일 때 이 제도에 반대하는 측의 주요 논리는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금융시장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득권층은 현 제도에 의해 이익을 얻는 계층을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제도가 개혁될 경우 손해보는 계층이 기득권층이다. 예로부터, 제도개혁을 주장할 때 마다, 기득권층은 현 제도가 바뀌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국민들을 협박해 왔다.

그러나 현명한 국민은 그러한 협박에 굴하지 않고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기득권층이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세부담이 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상장주식의 거래가 투명해진다. 이 경우, 상장주식을 이용한 탈세와 검은돈의 유통이 매우 어렵게 된다. 이것이 기득권층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유다. 우리 국민은 현명한 국민인가?

자기힘으로 땀흘려 돈 한푼 벌어본 적이 없는 재벌3세가 수조원의 재산을 불리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되는 나라, 땀흘려 일하여 받는 월급에 대하여는 예외없이 세금을 메기면서도 주식투자로 아무리 거액을 벌어도 세금 한푼 내지 않는 나라, 이러한 나라의 국민들이 조세정의에 대한 믿음을 가질리 없다. 오히려 심한 상대적 박탈감만 가질 뿐이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는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기득권층의 호들갑, 협박이 ‘조세정의’라는 대명제를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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