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1년 세제개편안, 재정건전성 앞세워 분배구조 악화 방치

부자감세로 성장 유지, 분배구조 악화 방치로 재정건전성 담보하는 정부
–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인하 철회 당정합의 늦었지만 다행

– 재벌·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은 면죄부에 불과
– 분배구조 개선없이는 조세정의 실현․지속가능한 재정도 불가능해

오늘(7일)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기반 확충”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2011년도 세제개편안(이하 세제개편 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공생발전을 위한 조세체계 구축을 통해 활기찬 경제․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비전 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여전히 대기업과 집부자들을 위한 세제혜택을 유지하거나 신설·확대함으로써 분배구조 개선을 외면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가운데 하나인, 재벌·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방안 또한 일감몰 아주기 근절 대책이라기보다는 불법상속증여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 회계사)는  더 이상의 부자감세와 재벌·대기업의 불법상속증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 한다. 더불어 민심을 거스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견제기관이자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가 적극 나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최근 선진 각국의 부자들은 스스로 세금을 더 내 재정위기를 극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자산가들이  “우리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고 나서는 가운데, 프랑스는 2013년까지 연간소득 50만유로(7억 5천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 3% 추가 세율 을 적용할 예정이며, 영국은 부유한 지자체의 지방세를 증세해 가난한 지자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중이고, 스페인은 부유세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지난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따라 지난 6월 추가 부자감세를 철회하기로 정책기조를 확정한 바 있 다. 그럼에도 조세정책의 일관성 운운하며 철회를 거부해오던 정부가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민심을 따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빚은 재벌·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무상이전에 대한 정부의 증여세 과세안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6월 29일에 발표한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 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2011년)’에 의하면 29개 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192명의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를 통해 얻은 부의 증식 규모는 총 9조 958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들이 처음에 투입한 금액이 1조 3195억 원이므로  증가된 부의 규모는 8조 6393억 원에 이르고, 구체적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조 1837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조 439 억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일감몰아주기를 증여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거래물량 에서 30%와 소유지분에서 3%를 빼주는 계산법을 이용해 세수추계 1천억 원의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 계산해서 소득의 1.1575% 세금 만 내면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러한 과세방안으로 일감몰아주기가 근절될 것으로 본 단 말인가. 정책적 효과는 고사하고 세수 증대 차원에서도 상식적이지 않은 방안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참여연대는 재벌·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주식가치 상승분을 과세 표준으로 삼아 지배주주 일 가가 소유한 지분 전체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고, 주식 양도시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되 기 납부한 증여세를 차감해주는  과세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자세한 내용은 2011. 9. 6자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과제 참여연대 의견서’ 참조). 특히 일 감몰아주기의 과세표준을 세후영업이익으로만 할 경우 수증이익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혜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실제 평가가치가 반영되는 주식가치 상승분이 재산가액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거래물량에 순수 사업거래가 포함돼 있 다 할지라도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영향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거래물량 전체를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거래비율에서  30%를 빼주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아무리 작은 지분이라 하더라도 지배주주일가가 소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책적 효과에 부합한다.

 

기업의 투자활동 지원을 위한 혜택인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임투공제)로 2009년 한해 동안 총 2조 원 가량이 세액공제됐는데, 87% 에 해당하는 1조 7천억 원 가량이 869개 대기업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임투공제 혜택이 고용과 관계없이 제조업 위주의 일부 대기업에  보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개정을 통해 임투공제의 잠정 폐지를 전제로 한 고 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제도를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 당정은 올해 예정대로 임투공제를 폐지하되, 고용유지를 명목으로 3%(수도권내  대기업), 4%(지방 대기업, 중소기업)의 기본세액공제를 신설했다. 대기업들이 고용인원을 늘이기는 커녕, 시설 자동화와 외부업체 및 사 내 하청 등을 통해 고용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고용유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이미 법인세 인하를 통해 대기업들은 세제상 큰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단순보조금으로 변질된 임투공제는 일몰종료로  폐지하고, 그로부터 발생한 추가세입을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소요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자체여력이 없어 신규고용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공제제도를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기존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의 가업 상 속시 40% 공제에 100억 원 한도가, 100% 공제에 500억 원 한도로 제안되었다. 2009년 기준 가업상속 공제금액이 총 97억 9천5백만  원(2010년 ‘국세통계연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파격적인 확대는 가업승계지원을 명분으로 상속세를 약화시키는 조치이며,  공정과세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의 전월세 대란을 빌미로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또다시 엄청난 세제혜택을 들고 나왔다. 주거안정지원이라는 미명하에 임대 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임대사업자의 주거용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및 종부세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려고  한다. 또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에게도 허용하고, 올해 처음 시행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한 과세를 소형주택의 경우 3년간 비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월세 대란의 해법으로 각계에서 제안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은 도외시한 채 유리지갑 근로자들이 낸 세금으로 집부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서민들이 평생 모아도 한 채 사기 어려 운 집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행태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민 대다수의 정당한 납세의식과 조세정의에 심각한 폐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분배구조의 악화를 초래할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국회는 샅샅이 들여다보고 꼼꼼이 따져야 한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진정한 공 생발전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정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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