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실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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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개혁특위 안은 소극적 조정에 불과

보유세 적극 강화하고 자산불평등 완화 로드맵 제시해야

6월 22일 청와대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공청회를 통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한국의 극심한 자산불평등을 완화하고, 실효세율이 0.16% 수준에 불과한 현행 부동산 보유세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개편안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재정개혁특위가 현재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재정개혁특위는 이번 개편안에서 단기적으로 실행가능한 정책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소극적인 과제만 제시했을 뿐이다. 자산불평등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향에서의 로드맵은 찾아볼 수 없다.

재정개혁특위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폐지를 부동산세제의 개편안의 첫 방안으로 꼽은 것은 당연하다. 이미 참여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전신격인 과표적용률을 매년 10% 인상하여 2009년 100%로 달성하기로 설계했다. 당시 목표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8년 현재 이미 100%로 적용해야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축소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그 비율을 80%로 동결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행정부가 과표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 세율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으로, 헌법이 천명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을 위한 여러 시나리오 중,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과세헤택을 받고 있는 1주택자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개혁특위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미칠 여파를 고려하여 섬세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율 조정과 관련한 문제는 국회가 결정할 문제이므로, 정부는 단기적 과제에 초점을 맞춘 세부적인 세율 조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통해 달성하고자하는 정책의 비전을 제시해야 했다.

한편 재정개혁특위가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과세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담지 않은 점,  분리과세대상 토지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포함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점은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라는 취지를 고려할 때 실망스럽다.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일부 법인이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 비효율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과다보유한 법인에 대한 특혜를 최소화하고, 그 법인에 대한 세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정개혁특위가 토지분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방향을 분명히 선언하지 않고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거의 지우지 않아, 사람들로 하여금 부동산을 과다보유하여 시세차익을 거두게 하는 욕망을 부추켜 왔다. 이로 인해 자산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컸다. 앞으로 정부는 과세형평성을 꾀하고,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으며,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제도를 형성하기 위해, 공청회에서 제시한 4가지 방안보다 대폭 강화된 부동산 보유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내놓아야 한다. 지금은 극심한 한국의 자산불평등 상황을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인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하기 위한 분명한 목표치와 로드맵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극심한 자산불평등 해소야말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박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번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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