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고] 법인세 개편 ① 내년에 울상 짓지 않으려면

내년에 울상 짓지 않으려면

 19대 국회는 지난 10일부터 임기 마지막 조세소위를 열어 세법을 심사하고 있다. 총칼 없는 세법 전쟁이 시작되었다. 올해 세법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재정적자 해결 방안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재정적자’는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매년 3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해 나랏빚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공약가계부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금융소득 과세 강화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8조 원의 세입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쥐어짠 것이어서 이미 한계에 봉착했으며, 비과세 정비 효과도 앞으로 6조원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재원대책은 공약가계부 재원조달 계획 말고 별다른 게 없다.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건넨 세법 개정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세입도 1조 원 남짓밖에 안 된다. 증세 없는 해결을 목표로 하는 탓이다. 결국 정부안을 수정하는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국회가 이번 조세소위에서 다뤄야 하는 세법 개정안은 무려 200개나 된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가장 현실적인 재정적자 해결 방안은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중 하나를 조정하는 것이다. 세 가지 세금이 전체 정부 세금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법인세율 문제는 사실 증세가 아니라 2008년 이전 상태로 ‘환원’하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법인세를 크게 깎아줬다. 그 뒤 지난 6년간 법인세수는 거의 제자리인 반면 개인이 내는 소득세수는 늘었다. 올 상반기분의 소득세수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국세 수입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세금은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유독 법인세만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법인세 인하의 명분으로 낙수효과를 내세웠지만, 고용과 투자는 제자리이고, 기업의 유보소득만 크게 늘었다. 반면 개인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었다.

 

 사실 법인세 인상론은 해마다 세제 개편 논의에서 빠지지 않으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국회 세법 심사 과정은 말 그대로 총칼 없는 전쟁이지만, 재벌 대기업의 조세저항은 유독 상상 이상으로 거세고 강하다. 기업들은 전담 직원을 국회에 상주시키며 의원 한명 한명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세금이라 하면 우선 논의를 기피하고 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 민간세력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조세정치’를 실현하고 있다. 담뱃세 인상 과정을 떠올려보자. 서민이든 부자든 똑같이 내야 하는 무지막지한 간접세를 무려 한 해 4조 원이나 더 걷겠다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말렸던가. 쉽게 죄악세 방패 뒤에서 4조 원을 걷은 정부는 주세 카드도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사실 먼저 나서서 ‘우리가 먼저 세금 더 내겠소’ 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세저항을 정치권에 전달할 힘이 약한 쪽에서 부족한 재정을 메우게 되는 것이다.

 

 정부 재정지출 가운데 상당부분은 복지 등 의무지출이어서, 확실한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구조적 재정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총량은 정해져 있으니 그가 안 낸다면 누군가는 낼 수밖에 없다. 막이 오른 세법 전쟁에 우리 서민들도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내년에 또다시 울상 짓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바로 법인세를 말해야 한다.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조수진 실행위원

 

 

 

 

 

본 기고문은 11월 19일자 한겨레 지면과 인터넷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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