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반복된 밀실 심의, 2019년 예산안 의미 퇴색

반복된 밀실 심의, 2019년 예산안 의미 퇴색

예산 심의 과정의 관행적 탈법, 해결책 필요

지난 12월 8월 2019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은 2018년 예산대비 약 9.5% 증가한 것으로, 지난 수년간 보여주었던 소극적 재정운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복되었던 밀실 심의, 졸속 심사가 여전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또한 법적 근거도 없으며 회의 내용조차 기록에 남기지 않는 이른바 ‘소소위’를 통한 밀실 심의는 올해도 마치 당연한 듯 반복되었다. 매해 예산 심의 때마다 국회에서 나타나는 이런 탈법적인 모습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과연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제대로 심사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행태에 국회는 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것인가? 시간 상의 제약과 논의의 어려움 등을 핑계로 예산안을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탈법을 합리화하는 변명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되었던 아동수당을 100% 지급하기로 결정한 점, 극심한 자산불평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점 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각 당 실세들이 거액의 지역구 SOC예산을 손쉽게 따내고 그것을 마치 전리품인양 홍보하는 일이 다시금 반복되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정치인의 역할이 그런 식으로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따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더 이상 한국 정치에 기대할 것은 없을 것이다. 국회 스스로가  ‘쪽지 예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모습들은 이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는 무관하게 국방예산은 46조 6,971억 원으로 8.2%나 증액되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볼 수 없었던 증가율이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외치며 군축을 합의하고, 남북 간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던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무색할 정도다.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등 불필요하거나 비현실적인 수준의 억지력 형성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군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방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예산 배분은 이제 달라져야 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국방비를 평화 구축 비용, 복지 비용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특히 야 3당을 배제한 채 거대 두 정당 간에 밀실회의로 결정되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정치개혁이 쉽게 합의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소수 3당을 설득해서 모든 당이 함께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했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뿐만 아니라 국회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구태를 정리하고 제대로 된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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