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포커스—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효과는 불확실

이은숙 회계사

매일 연재되는 오늘의 칼럼은 이은숙 회계사의 글이다. 이 회계사는 매주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조세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 멀리만 있다고 또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세금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도 얻고 우리에게는 적당한 세금제도는 무엇일지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들어보자.

저는 5년차 회사원입니다. 학교 때는 경영학 교과서와 소설책을 반반씩 끼고 다니면서 과 친구들과는 회계사 시험공부를 하고, 동아리 친구들과는 이런저런 세미나를 함께 하면서 지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금방 취직해서, 낮에는 내내 세무자문이니 기업분석이니 하며 재무제표에 코를 박고 지냅니다만, 퇴근하고 나면 참여연대에서 내는 조세나 경제 논평을 열심히 읽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신변잡기류의 수필 비슷한 것을 쓰기도 하면서 지냅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고요? 앞으로 제가 하려는 조세 이야기가 전문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무거운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요. 제가 하려는 조세 이야기가 강경하거나 파격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서요. 한편으로는 시키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문기사를 읽고 화를 내기도 하고, 이래야 한다든가 저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밝히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런 젊은 시민이라는 걸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앞으로 8주간 제 글이 다양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제 친구들, 그리고 사이버참여연대에 종종 들르시는 여러분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4월인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보내는 정보메일을 보니 KDI가 낸 보고서가 한 건 올라와 있더군요.올해 경제 성장률전망을 5.3%에서 4%로 하향조정하면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조절 뿐 아니라 금리 인하, 법인세율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운용할 것을 권고했더라고요. 그리고 좀 있으려니까 재경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전경련이니 하는 단체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참여정부는 좀 다른, 좀 더 개혁적인 조세정책을 내 놓으려나 처음엔 기대도 했었는데 법인세 인하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왜냐구요?

잉여자금이 꼭 설비투자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

KDI나 재경부는 법인세율이 인하되어 기업이 지출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면 이 금액이 설비투자 등에 사용되어 생산이 늘어나고 고용이 창출되는 등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몇 가지 이유로 이 가정이 맞는지 좀 의심하고 있어요. 감세로 기업의 현금유보가 좀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꼭 투자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희박하답니다. 기업은 돈이 남는다고 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했을 때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 지, 손실이 발생할 위험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따져서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요. 투자 위험이 높다면 잉여자금은 투자에 사용되기 보다는 금융기관에 예치되거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요.

OECD 평균 법인세율 31.4% > 한국 법인세율 27%

91년 중소기업 세부담율 29% > 2001년 18%

흔히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다고 하는데, 그건 도시국가의 성격이 강하고 중계무역을 주로 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했을 때이고 한국의 법인세율 27%는 OECD평균인 31.4%보다 낮은 수준이고, 미국(35%), 일본(30%)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법인세 자체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외국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든가 투자 여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조세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10년 동안 실질적으로는 꾸준한 감세가 이루어져 왔답니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의 세부담(법인세+주민세) 비율은 91년부터 10년간 33%에서 25%로 8%가량 낮아졌고, 중소기업의 세부담도 29%에서 18% 수준으로 11% 정도 하락했습니다. 그렇지만 10년 전에 비해서 대기업은 8%, 중소기업은 11%만큼 투자를 늘렸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세율을 인하하고 중소기업ㆍ시설투자ㆍR&D에 대한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한다고?

세율을 인하하고 근로자에 대한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한다고?

기존의 재경부 안대로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대기업이 혜택을 보게 됩니다. 과거에 재경부에서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법인세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겠다고 해 왔는데, 법인세 비과세ㆍ감면은 주로 중소기업ㆍ시설투자ㆍR&D에 대해 혜택을 주는 내용들이거든요. 법인세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면 세율이 인하되더라도 중소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법인세율은 이미 2001년 말에 한 번 인하된 적이 있답니다. 2001년까지는 28%(과세표준 1억원 이하분 16%)가 적용되었다가 2002년부터는 27%(과세표준 1억원 이하분 15%)로 1% 인하되었거든요. 그 대신 정부는 비과세근로자우대저축을 200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하였고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혜택도 2003년까지 가입하는 분에만 적용시키기로 했답니다. 둘 다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이 저축할 때 많이 이용하던 상품들이죠. 법인세율 1%가 인하될 때마다 세수가 8,000억원 줄어드는데 때로 우리가 잊어서 그렇지 과거에 그 부담은 상당부분이 서민에게 돌아왔답니다.

세입은 줄이고 적자 재정을 운영하다고?

교육ㆍ복지 예산을 축소하려는 건 아니고?

KDI의 권고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거두어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정부가 지출하는, 이른바 적자 재정을 꾸린다면 법인세율만 인하하고 비과세ㆍ감면은 크게 축소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가부채의 증가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지 궁금해집니다. 말로는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해 왔지만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줄어들 경우 교육ㆍ복지 예산은 오히려 축소되고 직접적으로 단기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항목에 대한 지출만 늘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정부는 적자 예산을 편성한다면 어떤 항목에 대한 지출을 기존 안에 비해 줄이고 어떤 항목에 지출을 기존 안에 비해 늘릴 지 먼저 밝혀서 시민들이 그 내용을 알고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저는 아직도 DJ 정부가 내놓은 법인세나 소득세율 인하로 인한 국가재정 부담 증가가 교육ㆍ복지 예산 축소로 이어진 걸 기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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