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답 좀 해 주소!

법인세율 인하 관련 질의에 답변 없는 한나라당

답변하기 싫은 것인가, 답변할 말이 없는 것인가?

“법인세율 1%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법인세율 1% 인하해서 구멍나는 세수는 누가, 어떻게 메워야할까?”

“2001년 법인세율 인하로 국민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법인세율 인하와 관련해 궁금한 점들이다. 또한 누구도 책임 있게 답변해 주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부터가 묵묵부답이다. 세율인하는 이야기하지만,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대책을 제시하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세율인하는 하고 싶지만, 책임지고 싶지는 않아서’란 의혹을 갖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대표적인 예가 한나라당이다.

“귀하께서 보내주신 『법인세율 인하 법률안 제출 관련 질의서』건은 우리당의 재정경제위원회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며, 정책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이 참여연대로 발송한 9월 26일자 공문의 일부다. 이는 지난 9월 16일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 회계사)가 한나라당의 법인세율 인하 추진방침과 관련, 한나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앞으로 발송한 질의서에 대한 회신이다.

참여연대는 질의서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8월초 법인세율 1∼2% 추가인하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과 관련, 세율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결손분에 대한 보전대책, 한나라당이 세율 인하의 기대치라며 주장하는 국가경쟁력강화와 외국인투자촉진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2001년 한나라당 주도로 단행한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여부 등 모두 5개항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질의서에 대한 한나라당의 답변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다”는 게 전부다.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답변의 성의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참여연대 질의에 대해 한나라당이 과연 답변할 내용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선심성 정책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대책부터 내놔야

당초 법인세율 인하 논란에 불을 지핀 사람은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다. 그의 법인세율 인하 발언은 인하 반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 탄생 불과 1주일만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경제수장의 발언은 곧장 이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에 휘발유를 끼얹는 꼴이 됐다.

이후 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강변했고, 급기야 연내 법개정하겠다고 호언장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김 장관이 제시한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세원확보 등 세수보전 대책이 전혀 현실성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세율 인하 발언을 스스로가 철회하기에 이른다.

말을 철회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다.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던 재계와 한나라당에게 김 장관의 세율 인하 발언은 예상치 않은 호재였다. 결국 한나라당은 지난 8월 5일 법인세율 1∼2% 추가 인하를 주장하며 법인세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진표 장관은 자신의 발언 덕택에 법인세율 인하를 강력 추진할 수 있게 된 한나라당을 이젠 앞장서서 말려야 하는 우스꽝스런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장관 자신이 만들어낸 자충수였다.

답변할 내용이 없다는 것, 김 장관이 자신의 말을 뒤집은 이유다. 법인세율 인하와 관련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조세전문가들이 세수보전대책 등을 제시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김 장관은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단순히 무성의함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재경부 장관이 선례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의 답변 회피는 세수보전책 등 세율 인하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10월 7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앞으로 재차 질의서를 발송,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성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법인세율 인하 외에도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가 세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6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의료비 소득공제 기준점을 현행 연급여 3% 이상에서 2% 이상으로 낮추고,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소비자물가에 연동해 조정하는 것으로 법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세법개정 방침이 종합부동산세 등을 반대하면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좀더 시급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채, 구체적인 대책 없이 법인세율과 여타 세율인하 주장만을 되풀이한다면,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 남발이라는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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