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계의 ‘세제 특혜’ 요구 수용해선 안된다

대한상의의 ‘2004년 세제개편과제 종합 건의’에 대한 논평

1.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4일 2004년 세제개편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총 97개에 이르는 개편안을 담고 있는 이번 건의안은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지방세 등 세제 전 분야의 세감면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 회계사)는 대한상의의 이번 건의안이 그동안 제도를 도입·운영해 왔던 법취지를 무시한 채 기업에 광범위한 세제상의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 부여되는 조세감면이란 해당 산업정책의 추진과 맞물려 고려되어야 함에도, 사업과 관련한 아무런 추진 계획 없이 조세감면만을 무분별하게 요구하는 것은 조세형평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를 안고 있다.

2. 대한상의의 세제개편 건의안에서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다. 대한상의는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던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와 기업들의 수도권 증설투자에 대해서도 각종 투자세액공제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서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본·지점을 신설 또는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 및 재산세를 중과세하던 것을 폐지할 것과, 기업의 사무실이나 영업점포 등 현행 지방세법에서 0.3~2%로 분리합산과세 하던 것을 0.3%로 저율분리과세할 것도 아울러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상의의 이러한 요구는 수도권 집중화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망국적인 부동산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다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가 미진한 현실을 외면한 노골적인 특혜 요구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세감면 혜택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조세형평 훼손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 대한상의의 건의안은 또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빈부격차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도 안고 있다.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상장법인 대주주의 시가 총액 요건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완화시켜 달라는 요구는 가뜩이나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음으로 해서 자산과세 체계가 왜곡돼 있는 상황에서 비과세 대상자를 더 늘려 세제의 왜곡뿐 아니라 소득불평등 정도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대주주 시가 총액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개인투자자에게도 실시해 조세형평을 기하는 것이란 점을 정부와 기업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특별소비세 폐지 요구도 마찬가지다. 이미 작년에 있은 법개정을 통해 많은 특소세 과세 대상 품목에 대한 특소세율이 인하·실시되고 있다. 특소세는 부가가치세 등이 가진 세금의 역진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세금으로, 대한상의 요구처럼 특소세를 완전 폐지할 경우 고급승용차, 고가 귀금속, 사치성 레저용품 등 일반 서민이 아닌 일부 부유층의 소비생활에 혜택이 돌아감으로써 역진도만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근로소득세의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로자의 세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하나, 소득불평등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는 적절치 않다. 근로자에 대한 지원강화는 면세점을 늘려 세원을 축소하기보다는 자영업자와의 과세형평을 달성하고 상장주식양도차익과세 실시, 금융소득종합과세 범위 확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재산소득에 대한 과세 현실화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복지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곤층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으로 근로소득세액환급제도(EITC)를 조기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4. 이밖에도 대한상의는 접대비 지출내역을 증명해야 하는 기준금액을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접대비실명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접대비실명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기업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무관련성도 밝히지 못할 정도의 향락성 접대를 통해 유지하는 경쟁력은 경쟁력이 아니라 탈세라는 사실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대한상의는 이미 수 차례의 뜨거운 논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시행되고 있는 접대비실명제에 자꾸 딴지를 걸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올바른 접대문화를 정착시켜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기업들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러한 재계의 요구를 당연히 거절해야 할 것이다.끝.

조세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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