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8-01   1986

[복지칼럼] 수용자 자녀의 인권

수용자 자녀의 인권

 

김영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수용자의 25.4%가 19세 미만의 자녀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일일 평균 수용자 자녀는 22,000여명, 연간 수용자 자녀는 54,000여명이다. 수용자 자녀가 매일 2만 명 이상 상존하고 연간 5만 명씩 발생하는 셈이다. 교도소 재입소자 비율을 감안하면, 매년 수용자 자녀는 2만 7천 명 이상이 누적된다.

 

부모가 죄를 지어 수감되고 밖에 남겨진 아이들. 부모와의 격리는 생계부양자의 상실에 따른 가족의 해체와 심각한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진다. 수용자 가정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11.7%로 우리나라 가구 평균 수급비율인 2.3%에 비해 5배나 높다. 부모의 이혼율도 일반가정보다 5.5배 높다. 범죄자인 부모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이전되어 수용자 자녀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경험하게 된다. 수용자 자녀들이 이른바 ‘잊힌 피해자’, ‘제2의 피해자’로 불리는 이유이다.

 

부모의 체포, 수사, 형사재판, 수감으로 이어지는 사법절차에서도 수용자 자녀의 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6.3%의 자녀가 부모의 체포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수용자 자녀 중 70.9%는 부모의 수감 후 접견한 적이 없다고 한다. 부모의 체포로 인한 강제 분리, 집안 수색과 소지품 압수 과정을 목격한 아동은 심각한 심리적·정서적 위기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현재 수용자 자녀를 정의하고 지원하는 근거 법령이 없다. ‘아동복지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에도 부모의 수감된 후 남겨진 자녀들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규정을 찾을 수 없다. 수용자 자녀와 가족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관리 및 이에 기반을 둔 지원체계 공식적으로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공식적 절차도 없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어떠한 아동도 부모의 상황이나 법적 신분으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아니 되고(2조),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3조), 부모와 분리된 아동이 부모와 직접적이고 정기적인 접촉을 할 권리가 있음(9조)을 명시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수용자 자녀가 겪는 고통에 주목하여 ‘구금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일반토론의 날 권고(2011)’에서 ‘법 집행 당국, 수감 서비스 전문가, 사업 당국 등 모든 관련 행위자가 부모의 체포된 순간부터 그 자녀의 권리를 고려하도록 하여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존, 발달, 보호, 참여의 권리는 수용자 자녀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구금된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이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 처한 아동이 오명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부모가 구금되어 있는 경우 수용자 자녀도 적절한 돌봄과 지원을 받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아동의 최고 이익에 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이 부모를 정기적으로 면회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형사사법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체포·구속 시 현장에 있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대법원장에게는 피고인에게 구금을 선고할 경우 양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동의 유무 등 환경적 요인에 대한 양형조사를 활성화하고, 법무부장관에게는 아동의 부모에 대한 접견권 보장을 위한 모든 교정시설 내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 설치 및 아동친화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접견을 활성화할 것을 정책권고했다. 비단 형사사법 단계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내에서 부모를 대신할 수 있는 아동보호서비스, 상담지원, 학원지원 등 체계적이고 세심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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