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12-21   3195

[우리아이들, 보육 안녕하십니까?②] 어린이집 특별활동, 이대로 괜찮을까

영어 잘하는 3살, 이런 부작용 있습니다

[우리아이들, 보육 안녕하십니까?②] 어린이집 특별활동, 이대로 괜찮을까

 

최근 누리과정 예산 편성 관련 논란이 많았습니다. 결국 여야가 우회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보육재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뜨겁습니다. ‘보육재정파탄공동대책위원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 현실을 진단해 보고 실효성 있는 보육시스템 대안을 살펴보기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우리아이들, 보육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타이틀로 글을 게재합니다.

 

무상보육 시행은 부모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무상보육 시행 후 어린이집 특별활동이 과거보다 늘어나고, 정부 지원 외에 부모가 어린이집에 별도로 내는 돈이 많아지면서 무상보육이란 이름이 무색해졌다.

 

무엇보다 특별활동이 일상적인 보육활동에 포함되면서 아이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학습을 강요받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활동은 명목상으로 재능발견과 다양한 기회 제공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린이집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취지에 맞지도 않는 특별활동이 왜 점점 활성화 되고 있을까? 그것은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같은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개별 가정에 보육료만 지원해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본을 투자해서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민간어린이집은 한정된 보육료 외에 또 다른 수익창출이 필요하고, 민간어린이집이 요구하는 만큼 보육료를 인상해 주지 못하는 정부는 특별활동을 허용해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결국 국가재정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정책은 영유아 사교육을 어린이집 일반보육과정으로 끌어들여 아이들과 부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국공립·유치원과 경쟁하려면 특별활동이 필수?

좋은 학벌과 더 많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에서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사회의 요구에 부흥하고 성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에 투자한다. 부모들은 사교육이 없어지길 바라지만, 당장 현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 특별활동도 마찬가지다.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부모들이 특별활동을 원하고 있으며, 국공립이나 유치원과 경쟁하려면 특별활동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사를 통한 자료를 보면 실제로 부모들은 선택보다는 의무로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09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육시설 특별활동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시설의 95.4%가 특별활동을 실시하고 있고, 부모들의 64.7%가 선택보다는 의무로 특별활동을 시킨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난 10월 현대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보육시설의 76%가 특별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중 국공립은 47.7%, 민간은 66.7%에 해당하는 부모가 비자발적으로 특별활동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실은 많은 부모들이 특별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별활동은 표준보육과정과는 다른 별도의 영역으로, 부모가 따로 비용을 지불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부모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입학할 때부터 특별활동이 일과 과정 중 하나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면 필요한 교육과정이라고 안내를 받아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매달 납부하게 된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나 조기사교육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특별활동을 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가 소외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최소 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이 넘는 특별활동비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특별활동비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별활동,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에겐 ‘스트레스’

한편 부모들이 특별활동을 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 과정이 어려워지고, 선행학습을 이유로 초등학교에서 한글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서 입학 준비를 해주기 원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한글, 기초수학, 영어 등 학습위주의 특별활동을 많이 시키고 있다.

 

결국 선행학습을 당연시 여기며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교육정책과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심리, 보육시설간의 경쟁을 이용해 특별활동이라는 유아사교육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갈수록 구조화 되고 있는 영유아 사교육은 소신을 갖고 있는 부모조차 사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특별활동이 도움이 될까? 어린이집에서 시행되는 특별활동을 살펴보면 영어, 한글, 기초 수학 등 주입식 교육과 배움의 효과가 빨리 잘 나타날 수 있는 기술습득적인 과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어린이집 내의 일상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이접기, 영어 단어 말하기, 도형 이름 말하기 등 자녀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졌고, 그래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흡족해 한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주도하는 주입식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별활동이 많을수록, 또 시간이 길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는 불안감, 성급한 증세, 산만함, 우울함 등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몇 가지 조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지식 전달을 위한 교사 중심의 교육, 미래준비를 강조하는 선행학습으로 구매자인 부모의 만족을 높이고자 하는 특별활동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영유아 시기에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놀이를 통해 세상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육과정도 이런 기본 이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보육과정은 아이들에겐 빡빡한 일정이고 획일화 되어 있다. 여기에다 학습중심의 특별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면서 아이중심의 보육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고, 부모가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보육의 공적기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 보육현장에서는 영유아발달에 적합한 유아교육을 해야 한다. 더불어 부모는 자신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양육을 해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된다면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장미순 |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 본 기고문은 2014. 12. 21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글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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