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0-02-11   1386

[지방선거 10대 어젠다 ①일자리] 삽 대신 ‘성남시 사회복지사’ 모델 적용해야




<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번 기사는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이 일자리와 관련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일자리는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이다.

일자리는 인간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장이라지만, 노골적으로는 밥벌이의 장이다. 일이나 노동을 통해 인간의 신성한 존재감이 확인되고 자아의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지만 사실은 일을 통해 돈을 벌어야만 오늘날의 상품경제에선 단 하루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활이 유지된다.


따라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단 하루의 삶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있어 일자리는 이렇게도 절박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공식 실업률 3%대와 실질 실업자 300만 명의 간극


 



















  
MBC 시트콤 <지붕뚫고하이킥>에 ‘백수’ 황정음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보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 MBC



일자리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실업율 통계는 IMF 경제위기 때나 재작년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3%대를 유지하여 우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실업률 통계의 산출 기준이란 것이 알고 보면 일할 의사와 능력이 동시에 갖추어진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 중 소득을 벌 목적으로 고용관계를 통해 주당 1시간 이상만 일을 해도 취업자가 되는 맹랑한 내용을 갖고 있기에 우리 주변에서 목격하는 실업자에 대한 체감도와는 사뭇 다르다. 현재 실질적인 의미의 실업자는 무려 300만 명 가까이에 이른다는 최근의 보도가 오히려 수긍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더 파헤치고 들어가 보면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약 천만 명에 이르는 ‘박탈의 늪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즉, 비정규직 저임노동자와 저소득 자영업자, 그리고 실업자라는 세가지 운명을 반복적으로 왕래하는 거대한 늪에 빠진 이들이 있고 그들 숫자가 물경 천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추정에 의하면 2008년도 현재 저임금 비정규직 383만 명, 저소득 자영업자 207만세대 578만 명, 실직자 78만 명, 도합 1040만 명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을 우리는 ‘일하는 빈곤층(working poor)’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가 20세기 후반 고도경제성장을 누릴 때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빈곤층(new poor)’에 해당한다. 특히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지면서 구조조정에 의해 떨려나고 정규직 임금의 반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되거나, 아니면 이미 취업인구의 28%나 되어 OECD의 평균치인 14%보다 두배나 많아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자영업자가 되어 결국 이윤을 내지 못해 영세업자 신세를 모면치 못하는 이들이 바로 일하는 빈곤층이다. 이들에겐 마땅한 사회보장장치도 당장은 튼튼하지 않아 억지로 버티고 버티다가 실업자가 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기다릴 뿐이다.


악순환 늪에 빠져 탈출할 수 있는 방법



결국 이와 같은 악순환의 늪에 빠지면 현재로선 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소득자영업자에서 실직자로,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다시 자영업자로 반복되는 ‘늪 속의 인생’을 사는 길만이 열려있다. 그러다가 결국 질병 혹은 장애 등에 의해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아예 노동의지가 제거되면 비경제활동인구가 되어 정부의 공식실업자군에서조차 탈락되는 인생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린 현재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를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이들의 문제로 보면 안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을 수립하는 가운데 고용전략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 종합적인 대안이란 이런 것이다. 먼저 이 악순환에 빠진 이들에겐 가장 기본적으로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1차적 방어막이 되어 실질적으로 당장의 생활이 보장되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인 노동력을 보존시켜 주는 것이다.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과 급여기간, 급여액을 실질화하여 적어도 근로자로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근로중단상태가 오면 의미있는 기간동안 실업급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로 전락되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발동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2차 방어막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는 실업부조의 도입와 개인파산제의 개선, 사회서비스의 확대 등이 핵심이다. 고용보험상의 급여기간이 끝난 장기실직자, 아예 고용보험대상이 되지 않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를 위해 적극적인 고용알선이 결부된 실업부조제도가 필요하다. 아직도 파산자를 구제하기에는 한계투성이의 개인파산제를 현실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진정 강조할 부분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확대인데, 이는 한국의 복지국가의 바람직한 모형을 구축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핵심요소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히 빈곤, 실직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보전 효과가 있는 정책분야이다.


마지막으로 결국 건강한 일자리가 우리 사회 자체에서 생성되어 자립생활의 안정적 기반이 만들어지는 3차방어막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의 힘만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발상의 한계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력의 한계를 가져다주는 또 다른 원천이다.


앞다투어 일자리 창출 약속하지만 ‘속 빈 강정’




















  
지난 1월 21일 열린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고용

현재 정부도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도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고 덕목으로 삼고 있다. 당장 올해 1월에 열린 정부의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도 2010년 25만 명의 고용창출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서울시도 올해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집중하여 집행하면 물경 21만657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뒤질세라 지난해 말 화성에 유치한 바이오밸리로 6500명, 그리고 연초 역시 화성에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총 10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루어낸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현재와 같은 산업유치와 재정조기집행 등의 노력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인가? 실제적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이미 노동절약적인 특징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당장 1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고용창출 능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사분의 일에 그친다. 엄청난 부가가치 상의 증대가 있었지만 단위당 고용능력은 떨어지는, 말 그대로의 ‘고용없는 성장’이란 특성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위 생산량당 고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므로 생산량 자체가 현저히 늘어나 총고용량이 높아지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확보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기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여지를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공공부문의 일자리창출 여력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설득력을 가진 지 오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행정인력의 전체 고용인구 상의 비중이 낮고, 나아가 보건, 복지 등 공적 서비스 성격이 강한 분야의 고용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정책대안의 유효한 카드인 셈이다.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 노력하면 가능하다



‘지역사회 안에 고용과 복지, 학습을 연계시켜주는 공공인력이 배치되어 활동하고, 초중고교에 절대 부족한 교사가 늘어나며, 학교 안에도 사회복지사, 상담전문가, 심리치료사들이 배치되어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갖추어진다. 지역방문간호사가 가가호호 방문하여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주며,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여건이 되지 못할 경우 그 가정에 가정복지사가 파견되어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해 준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의 수발을 위해서 요양서비스 및 수발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사회를 사람이 살만한 사회로 만드는 효과를 분출하는 동시에 고용의 기회를 공공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제공해주는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복지선진국가에서 엿볼 수 있는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의 일환이다.



이제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후보들은 자신이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최적임자라고 자처할 것이고 현란한 수치를 경쟁적으로 내세우며 그럴듯하게 포장된 전략들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안에서 공공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내의 고용기회를 늘려나가는 일에 얼마나 치밀한 아이디어와 실행의지가 있느냐가 판단의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실행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과감하게 창출하는 것이다.



즉, 일하는 빈곤층을 포함하여 지역주민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공공서비스직종을 적극 개발하여 실현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여 전문적인 보육교사를 배치하고 육아의 부담에서 일하는 빈곤층부터 전면적으로 해방시켜 주는 일은 대표적인 예이다. 일하는 가정이나 부모의 지병 또는 가출 등으로 가족생활이 영위되기 어려울 때 가정복지사가 파견되어 가정생활이 영위되도록 돕는 일은 일과 가정이 양립되도록 지역주민을 돕는 전형적인 일이다.


모든 학교에 사회복지사 배치 어떨까


성남시에서처럼 관내 모든 학교에 사회복지사 등을 배치하여 학교 내 선생님들의 학생지도를 돕고 학생들이 처한 학교부적응이나 소외, 빈곤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일도 지역사회의 교육분야에서 지자체가 당연히 관심을 갖고 추진할 일이다. 현재 전국 시나 구에 한 개정도만 설치된 노인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을 대폭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노인이나 장애인 인구 3~6만 명 당 1개의 복지관을 둔다는 것은 지극히 형식적이며 혜택의 불평등을 조장한다.


따라서 인구 1만 명 이하로 촘촘하게 복지관들을 배치시켜야 한다. 특히 농어촌의 경우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복지시설로 인해 복지혜택에서 또 한번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게 작은 분관의 형태로 지역복지센터를 읍단위에 두고 이동형 복지서비스를 주는 일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행정적, 재정적 수단들을 투입하는 일이야말로 고급스런 시청이나 군청 건물을 짓는 일에 비해 진정 주민을 위해 긴요한 일이지 않겠는가?


이런 기준을 갖고 따져보면, 실효성없는 공공근로사업을 마치 지역주민을 위한 고용정책인양 답습하는 이들보다는 보건과 복지, 교육 등의 전문가와 준전문가를 십분 활용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역사회 내에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주는 그 선순환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가 판별될 것이다.


더 나아가면,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의 창출이 구두선이나 헛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과 같은 새로운 민간과 공공의 결합양식에 눈뜨고 지역사회 내에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단순히 정부가 할 일을 사회적 기업이란 적당한 명분을 이용하여 민간에게 넘기며 뒷짐지고 있는 지금의 잘못된 정책관행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을 의지의 소유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환경 죽이는 사업 대신 사람 살리는 사업에 투자하자





















  
▲ 녹색 뉴딜이 아니라 녹슨 삽질에 불과한 4대강사업 4대강사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거의 없는 녹슨 삽질에 불과합니다. 전세계 1위의 고급 인력인 한국의 청년 실업자들의 전공을 살릴 수 잇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때입니다.
ⓒ 최병성



4대강

이렇듯 지역사회 내에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를 위한 지방정부의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물론 현재 이명박정부가 부자감세를 통해 2012년까지 무려 30조 원에 달하는 지방정부 수입 감소를 초래한 마당에 이들 새로운 사업을 위한 재원부족을 호소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지방의 복지재정이 늘어나 더 이상의 재정여력이 없다고 고개를 저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4대강 사업처럼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과 환경을 죽이는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에 대해선 이런 볼멘 소리를 내지 않고 있음은 아이러니다. 비록 대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의 지자체장이라고는 하지만 지방재정 수입을 격감시킨 부자감세에 대해 지역주민을 위해 “아니오”라고 강력하게 저항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기실 좀 더 자세히 보면 지방재정구조는 아직도 선진적인 구조가 아니다. 여전히 각종 토목사업 및 개발사업으로 채워지는 경제개발사업 비중이 30%를 넘고 있다. 복지부문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지방재정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교육이나 보건 등을 합치면 40%선에 다다른다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채 오로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하나로 대규모의 개발사업이 막무가내로 자행되고 있는 각종 경제개발비를 줄이고 지역주민에게 복지친화적이고 고용친화적인 사업을 전개하도록 용도전환을 선언함으로써 지방재정지출의 혁신적 사고를 관철시키는 것이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이다. 결국 지방정부 역할에 대한 철학과 관점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근간으로 하여 지역사회를 거대한 일자리공동체의 클러스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비젼과 능력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가려내야하는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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