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5-05-02   746

<안국동窓> 국민연금법 개정의 열쇠말, 공공성과 연대성

[참여사회 5월호 포커스2]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의 쟁점과 전망

작년부터 본격화된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가 2005년 4월 임시국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임시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관련 개정법안은 모두 14건. 국민연금법 개정법률안 10건, 국민연금기금운용에 관련된 법률안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률안 2건, 연금개혁위원회 설치를 뼈대로 한 법률안 1건이다. 이 중 국민연금법 개정법률안들은 대부분 연금기금운용에 관련된 개정조항도 함께 담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 관련 법률안은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연금개혁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것을 제외하면 크게 제도의 미세 조정, 기여 및 급여의 조정, 기초연금제를 통한 근본적 개혁, 기금운용 체계 조정의 네 가지 내용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 중 정당 및 사회단체들의 견해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기여 및 급여의 조정을 포함하느냐 마느냐,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시키느냐 마느냐, 기초연금 도입으로 근본적 개혁을 시도하느냐 마느냐다. 따라서 주요 개정안들은 제도의 미세 조정과 기여 및 급여 조정을 포함한 정부·여당안, 기금운용기구 독립·상설화안(참여연대, 민주노동당), 기초연금 도입을 뼈대로 하는 한나라당안의 세 가지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이는 핵심적인 내용에 따른 분류로 각 정당 및 사회단체는 제도의 미세 조정은 모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도 기초연금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우선 기금운용기구의 독립·상설화를 이룬 뒤 제도의 근본적인 틀에 대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제각기 입장이 복잡한데, 각각의 법률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국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여당 의원 3인이 여러 개정안들을 절충해 만든 대체안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대체안은 실질적으로 정부안과 여당안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부·여당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입장이 모호한 한나라당의 기초연금법안

각 정당 사회단체가 국민연금제도 개선에 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은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정부·여당은 현행 제도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점진적 개혁을 원한다.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는 단기적으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여건의 변화로 현행 제도 틀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그에 따라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시도하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의 도입을 주장함으로써 현행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편하자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기초연금법안은 쟁점이 될 만한 사항에서 대부분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또한 한나라당은 기금운용기구의 독립상설화를 주장하지만 실제 그들이 말하는 독립성은 주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금운용기구는 당연히 재벌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하며 민주적인 운영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이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한나라당안은 기금운용기구가 투자전문회사에 종속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반대하고 있어 왜 기금운용기구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게다가 기초연금제도는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적인 정당의 이념과 맞지도 않다. 기초연금이 한나라당의 입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노후소득보장에 관한 정부책임을 기초연금 수준으로 제한할 때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나라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사실 입장의 일관성만 따지자면 정부·여당안이 훨씬 일관된 것이다. 다만 현재 국민들 사이에 퍼진 왜곡된 불신감으로 인해 정부·여당안이 매우 부실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며 한나라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기초연금의 구체안을 확정할 가능성은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 때 노인폄하발언이 구설수에 오르자 효도특별법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속에 기초연금안을 넣어놓고, 기여인상과 급여인하에 국민들이 반대하니 덩달아 반대하고, 연기금 주식투자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니 주식투자를 반대하고, 기금운용기구의 독립화 방안을 만들었지만 연기금의 주식의결권 행사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의결권 행사는 반대하는 등 ‘좌’와 ‘우’를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정안정화에만 집착한 정부·여당안

정부·여당안은 일관성은 가지고 있지만 그 일관성은 재정안정화에 지나치게 집착한 일관성이다. 그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일관성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마련한 2006년도 연금기금운용지침(안)은 연기금의 주식의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면서도 기금운용위원회에 대한 복지부의 통제권은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금운용기구의 정부통제권 확보를 대가로 의결권을 양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의 왜곡된 불신감을 이용해 주식투자는 반대하면서 정작 의결권 행사에는 또 다시 반대하고, 구체적인 안도 없으면서 기초연금의 도입만을 외치는 한나라당이나 재정안정화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기금규모의 증가를 주장하면서도 주식의결권 행사는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으로는 공유재산으로서의 연기금의 성격을 납득시켜 연대감 형성을 도모하기에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연금개혁에 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합의구조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표1. 각 정당사회단체의 국민연금법 개정 관련 주요 내용별 입장

(O: 개정법률안 제출 혹은 개정법률안에 내용 포함 X: 개정법률안 미제출)

표1. 각 정당사회단체의 국민연금법 개정 관련 ..

남찬섭 (성공회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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