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8-01   4649

[기획2]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조세정책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조세정책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의 고질병: 소득불평등 심화와 내수 부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저성장과 양극화 추세를 보여왔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었으므로 성장률의 완만한 하락은 이해할만한 일이었겠지만 다소 빠른 하락세와 불평등 증가세는 우려를 자아낼만한 현상이었다. 당시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재벌 대기업으로 하여금 국내 중소기업과의 연관관계를 끊고 노동을 저렴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으로서 이후 한국경제는 중국이라는 용에 올라탄 수출 대기업의 호실적과 내수의 위축, 그와 결부된 불평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로 경제성장률 하락은 5년마다 경제성장률 1%p 하락이라는 추세를 보였고 노동소득분배율(자영업자 소득을 조정한 분배율)은 감소, 가계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의 증가라는 악화를 보였다. 이러한 저성장, 불평등 심화, 소득과 자산의 상위계층에의 쏠림은 가계부채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소비증가율이 더욱 하락하는 양극화 심화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수출증가율마저 하락하여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현상이 나타났다. 인건비 절감, 단기수익성 추구, 국내중소기업 외면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 진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불평등 개선을 통한 소비진작을 하나의 중요한 저성장 및 불평등 해소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개선을 통해 1차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소득대체복지를 확대함으로써 2차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더욱 개선하며 더 나아가 현물복지서비스를 개선하고 생활비를 줄임으로써 소비와 삶의 질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중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노동시장 제도와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누진증세를 강화함으로써 조세 측면에서도 불평등 해소와 고용 증대를 적극 추구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2018년 들어 실행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을 뿐 아니라 가계소득 최상위층과 기업 최상위층의 조세부담이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불평등 해소 성과는 있으나 미미

2018년에 한해서 소득불균형 해소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자 했던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판단해 보도록 하자. 2018년 초부터 나타난 임금소득의 증가, 취업자 수 증가폭의 감소, 하위소득계층의 소득 감소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부 정책이 영세자영업 부문에서의 고용감소, 소득감소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결국 가계소득 증대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보수진영에 의해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은 취업자 수 증가폭의 감소가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였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소폭이라는 연구가 대다수이며 직접적인 고용감소 효과를 추정한 것일 뿐, 임금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해서 간접적으로 고용창출이 귀결되는 효과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직간접적인 효과 전체가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감소하였으나 고용률이나 고용구조 변화 측면에서는 고용사정이 이전보다 악화된 것은 아니다. 2018년 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의 감소가 있었으나 고용률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직무별로는 숙련도가 높은 직군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미숙련 직군에서 감소하였으며,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임금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고 임시직 및 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근로소득자의 증가, 자영업자의 감소로 인해 전체 근로소득의 증가, 전체 사업소득의 감소가 관찰되지만 개별 근로소득가계, 자영업자가계의 소득은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자의 임금소득의 증가가 자영업자의 소득감소를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2018년에 전체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가운데 하위소득계층의 소득은 줄어들어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에 비판적인 집단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유지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몰라도 많은 일자리 상실을 야기하여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감소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보다는 국제경제침체로 인한 주력 제조업에서의 고용감소, 고령화 진전으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므로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대처는 낮은 인건비 유지 정책이라기보다 주력 제조업 위기, 빠르게 증가하는 노령인구에 대한 일자리 및 소득에 초점을 맞추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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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나마 가계소득의 증가 현상이 있었고 이것은 소비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의 경제성장률은 과거 10년간의 연간 평균경제성장률이 3.05%이었던 것에 비해 소폭 하락한 2.7%를 기록했는데 민간소비와 정부소비의 기여도가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세계 경기 부진,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판단된다.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였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현 정부 들어서 소득증대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한 것이 소폭이지만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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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확대 정책이 불충분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결과가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와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감안할 때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용률이 유지된 것은 15세 이상 인구의 증가폭 자체가 줄어든 것에 기인하며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하면 경제활동참가율 자체가 낮다. 흔히 경력단절여성, 취업준비생으로 대표되는 대규모의 비경제활동인구의 존재, 낮은 고용률의 문제는 유휴인력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좋은 일자리를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정부정책이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용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민간부문에서의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여 늘릴 필요와 여력이 있는 공공 일자리 확대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약으로도 제시한 바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복지부문 일자리 확충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정부가 집권 직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국민의 안전ㆍ복지 담당 공무원 17.4만 명 추가 채용, 사회서비스 일자리 17만개 확충 계획을 발표했으나 달성 실적은 미미하다.

 

무엇보다 소득불평등 해소-내수진작을 위해 필수적인 복지확대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약 10%p 부족한 복지는 대폭 확대되어야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복지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만 해도 고령화가 진행되어 조만간 복지지출 수준이 선진국 평균(GDP 대비 규모 기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면서 복지확대에 반대하는데 그러한 미래야말로 우리가 피해야 할 미래이다. 지금의 복지수준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을 OECD 최고로 만들고 출산율을 최저로 만든 주범이다. 복지확대 없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소득 하위 1분위의 소득도 증가하고 있고 공적이전소득의 확대가 이에 기여하고 있다(표 2-1).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올해 1분기 소득 하위1분위 가구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은 증가하고 있고 사적이전소득은 감소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는 사적이전소득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복지정책이 충분히 적극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복지정책이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던 것은 ‘적극적 증세 없이,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겠다는 암묵적 재정기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면 자연적으로 세수가 느는 한도 내에서, 다른 지출을 줄여 그 정도로만 복지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는 없지만 그동안의 재정정책을 통해 추측 가능하다. 2017년 7월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을 때 일자리 및 복지확대를 위한 예산으로 2018~2022년 5년 동안 총 119.7조 원을, 이 외에 균형발전, 국방, 기타 등을 포함하여 총 178조 원을 지출할 것으로 제시했으나 재원마련 계획을 보면 자연세수증가가 60.5조 원, 세출절감이 95.4조 원이었다.

 

2018년 예산을 통해 드러난 재정정책의 기조도 비슷했다.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수입 내에서 관리함으로써 국가채무 규모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8년에는 정부가 세수를 과소추계하는 바람에 따라 균형재정도 아닌 긴축 재정정책이 실시되었으며 야심차게 출발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2019년 예산안에서는 과소 세수추계 문제가 수정되었으나 기조는 여전하다. 5년 후 국가채무지표를 보면 2018년의 수준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2-3>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GDP 대비 %)

 

기업감세는 불가, 단기 적자 용인을 통한 경기부진 탈피 필요

경기부진의 틈을 타 기업들은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규제 완화와 감세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0여 년간 이미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대폭 확대되어 현재 매출액 3000억 원까지의 기업에 대해 최대 500억 원의 상속세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를 더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줄기차고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되었던 대기업 감세의 또 다른 버전임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거시경제 지표가 전년에 비해 악화되었는데 미중 무역갈등이 무역전쟁으로 확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부진에 적극 대처하고 성장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재정정책은 당분간 예년보다 큰 적자재정을 감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가채무 GDP 40%’를 재정건전성의 보루로 생각하지만, 우리의 국가채무는 OECD 국가 평균이 110%인 것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채무의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 순채무는 마이너스라는 점(즉 국가자산이 국가부채보다 많은 상태)까지 고려하면 이를 다소 초과한다고 해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는 것은 과장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증세 없이 국가채무 40% 유지’라는 왜곡된 재정건전성 논리로 계속해서 소극적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자신의 경제성장전략의 성공을 방해하는 꼴이다.

 

정부는 당장 적자재정을 편성해서라도 복지확대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한 가계의 직간접 소득과 복지일자리는 증가시킬 것이며 이는 성장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정책이 언제까지나 큰 폭의 적자재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복지확대는 항구적 지출 증대를 요하는 것이므로 중기적으로는 증세를 통해 재정안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OECD국가들보다 조세부담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증세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소득분배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보편증세보다는 누진증세가 필요하다. 이 단계를 빠르게 거치면서 성과를 보여주고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획득함으로써 부가가치세 증세를 포함한 보편증세 방식의 대규모 복지확대로 나아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적극적인 증세 필요, 단기 누진증세-중장기 보편증세

결국 더욱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걸맞은 더욱 적극적인 증세 조치가 필요하다. 현 정부 초기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조정한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소득재분배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증세 대상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법인세 또한 신설된 최고 구간(3천억 원 초과)에 해당되는 기업이 2016년 기준 77개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세수 비중이 OECD국가들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는 현재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소득층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과감하게 줄일 필요가 있으며 고소득 계층에 대한 과표구간 신설 및 세율 인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불평등뿐만 아니라 자산불평등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러한 불평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 시가반영률 제고,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 세율 조정, 공제 조정 등 큰 개혁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정상적으로 시행될 임대소득세 과세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 14%의 세율로 분리과세할 뿐만 아니라, 기본공제금액 200~400만 원과 필요경비율 50~60%까지 적용되어 세부담이 크게 축소된다. 또한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등록할 경우 감면 혜택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임대소득세의 필요경비율을 현재보다 크게 낮추고 기본공제금액을 폐지해야 하며, 분리과세 범위를 점차 축소하여 종합과세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종합과세되는 것과 비교해 현재 금융소득은 2천만 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를 통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 금액을 현행 2천만 원에서 하향 또는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속세도 일괄공제 금액 기준이 높아 2015년 기준 상속세 과세자는 대상자 전체의 2.4%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 가업상속공제의 경우도 가업의 요건과 공제대상 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가 너무 높아 일부 고액 자산을 보유한 상위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속세의 경우 일괄공제 금액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가업의 범위를 자산 규모까지 고려하며 최대 500억 원까지 되어 있는 공제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세정의의 과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복지의 확대를 감당하기 위한 보편증세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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