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2-01   21471

[기획1] 노인연령 상향 조정이 필요한 이유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인구구조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의외로 조용하다. 인구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나 일본 등이 취했던 국가 비상사태의 선언이나 혹은 어떤 다른 종류의 비상한 조치도 행해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인구구조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인구구조의 위기는 주어진 현실이자 곧 닥쳐올 미래의 조건이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게다가 이 대책이 다소 급진적인 것일지라도 충분히 타당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다. 그만큼 인구구조의 위기가 심각하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구구조의 위기, 저출산과 고령화

2017년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대한민국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지칭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1970년에는 100만 명이 출생했고, 이후 연도별 출생아 수는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1975년 87.4만 명, 1980년 86.3만 명, 1985년 65.5만 명, 1990년 65만 명, 1995년 71.5만 명, 2000년 63.5만 명, 2005년 43.5만 명, 2010년 47만 명, 2015년 43.8만 명이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40.6만 명이 출생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35.8만 명인데, 이는 전년에 비해 약 5만 명이나 적게 태어난 것이다. 연간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2018년과 2019년 출생아 수는 각각 32.7만 명과 30.3만 명이었다. 매년 전년에 비해 수만 명씩 적게 태어난다. 라가르드 전 총재의 말처럼 집단자살이 맞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한 나라의 전체 인구수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이라야 한다. 다만, 수명의 증가와 생산성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인구가 완만하게 감소하는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크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 1.7을 ‘저출산 기준선’으로 삼는다. 합계출산율이 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면, 선진국들은 이것을 인구 위기로 받아들여 국가 차원의 중대한 조치를 취하거나 때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합리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OECD 저출산 기준선인 1.7 아래로 떨어진 때는 1985년이었다(<그림 1-1> 참조).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35년 전부터 OECD 기준의 저출산 상태였다. 그런데 인구위기 선포 등의 대응은커녕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저출산을 장려하는 가족계획 정책을 펼쳤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2002년에는 합계출산율이 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초저출산이 지속됐다. 급기야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

2019년에는 0.92로 떨어졌다. 월별 추세로 미루어볼 때 2020년 합계출산율은 2019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이런 나라는 없었다.1)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단지 25년 걸릴 예정이다. 프랑스는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가장 빨랐다는 일본도 36년 걸렸다(<그림 1-2> 참조). 우리나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런 초고속의 고령화 추세는 주로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에 기인한 것이지만, 수명의 증가도 여기에 일부 기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85년 68.9세에서 2017년 82.7세로 증가했다. 약 30년 만에 13.8세나 늘어난 것이다. 최근 약 10년 동안의 기대수명 증가 추세를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2007년 기대수명은 우리나라와 OECD 평균이 각각 79.2세와 78.5세였는데, 이게 2017년엔 각각 82.7세와 80.7세로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OECD 평균보다 2년이나 더 길다.2)

급속한 고령화의 악영향
지난 35년 동안 계속된 저출산과 초저출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장차 급격하게 줄어든다. 향후 10년 만 보더라도 해마다 평균 34만 명씩 감소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정부의 조세수입은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는 다차원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노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저축ㆍ소비ㆍ투자ㆍ생산성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급속하게 심화된 고령화 추세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3)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률의 감소와 정부 재정 능력의 축소에 더해 급증하는 노년부양비는 장차 복지 수요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우리 사회를 내몰게 될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백분율)는 2019년 20.4%에서 2030년 38.2%로 약 10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난다(<표 1-1> 참조). 이는 장차 복지 수요가 폭증함에도 불구하고 복지 재원의 제약은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경제ㆍ복지 체제는 지속가능성을 위협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연령 기준
노인의 연령 기준이 65세가 된 지는 역사적으로 오래 됐다. 독일 제국의 비스마르크 재상이 1889년 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노인의 연령 기준으로 65세를 채택했다. 1880년대 독일의 기대수명이 남성 41세와 여성 43세에 불과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당시의 노인연령 65세는 평균수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노인복지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65세는 국제연합(UN)이 결성된 이후 노인의 연령 기준으로 수용됐고, 아직까지도 세계적으로 65세가 노인의 연령으로 인정되고 있다.4)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고, 우리나라도 65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50개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관련 법률 어디에도 노인의 연령 기준이 정의를 통해 개념적으로 확실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노인복지에 관한 기본법적 지위에 있는 노인복지법의 경우에도 ‘노인의 정의’가 누락돼 있고, 그러다 보니 노인복지법 어디에도 ‘노인은 65세 이상인 자’를 말한다는 조항이 없다. 다만, 노인복지법 제1조의2(정의) 제5호에서 “‘노인학대 관련 범죄’란 보호자에 의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노인학대”라는 말이 나올 따름이다.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정의) 제1호에서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ㆍ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정의하고 있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노인의 연령 기준을 규정한 법률 조문이 없다는 것은 정부나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제라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노인의 연령 기준을 정해야 한다.5)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이 각각 41세와 43세였던 1980년대의 독일에서 정해진 노인연령 65세가 2018년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이 각각 79.7세와 85.7세(전체 82.7세)인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국민들은 노인의 연령 기준으로 65세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연령 기준은 평균 72.5세였다. 즉, 65세 이상의 서울시민들에게 “귀하는 몇 세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해보면, 노인이 시작되는 연령은 평균 72.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의 분포를 연령 범주별로 살펴보면, 노인연령으로 70~74세가 좋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46.1%였고, 다음으로 75~79세라는 응답이 전체의 22.2%, 80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응답도 18%나 나왔다. 그리고 65~69세가 노인연령으로 적합하다는 견해는 전체 응답의 12.6%에 불과했다.6)

노인연령, 상향 조정해야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5년 5월, 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에 관한 오래된 입장을 바꿨다. 대한노인회는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진 2010년 이래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2015년 5월 7일 정기이사회에서 노인연령(65세)을 상향 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것이다. 여기서 노인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대한노인회는 노인연령을 기존의 65세에서 4년마다 1세씩 늘리거나 혹은 2년에 1세씩 늘리는 등의 여러 방안들 중에서 전문가들이 논의를 통해 최종 방안을 제시하면, 이를 수용해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7)

당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 등에서 이를 두고 다분히 ‘관제 문제 제기’라는 언급이 있었다. 정부의 요구로 대한노인회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인데, 노인의 이익을 옹호하는 중앙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노인복지의 총량이 줄어들 수 있음에도 이런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복지비용의 감축 내지 증가세 둔화를 추진하려는 보수 정권의 기획쯤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복지에 소극적인 보수 정부에서 이런 논의가 제기됐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즉자적으로 반발했고, 이후 이 이슈는 제대로 된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밟지 못한 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8)

문재인 정부에서 이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
2019년 1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사회보장 확대를 국정의 방향으로 제시한 정부에서, 그것도 재정 부처의 장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을 제기했다. 그러므로 이 이슈가 정치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라서는 데 과거보다 더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 우리는 이 이슈를 단순하게 노인복지를 축소하는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오히려 복지 필요에 근거해 노인복지의 내실을 확충하면서도 경제ㆍ복지 체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노인연령 조정 이슈’를 바라봐야 한다.

인구구조 위기의 시대, 일명 장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경제ㆍ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경제와 복지 전반에 걸친 여러 필요 조치들과 함께 노인연령의 상향 조정을 시급히 공론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노인이 더 길게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100세 시대의 노후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복지국가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노후를 더 길게 준비하고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기간을 늘리도록 제도화하면, 연금재정의 고갈 가능성은 낮아지고 노령연금 급여는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노인복지 재정부담도 완화된다. 결국, 경제ㆍ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64세까지인 생산연령인구를 69세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5년을 연장하자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노인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 증대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높아지고 노년부양비의 급증 추세도 완화된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이고, 15~64세를 생산연령인구로 잡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기준에 따라 노년부양비를 추계하면, 2019년 20.4%, 2036년 50%, 2050년 77.6%, 2065년 100.4%가 된다. 그렇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만 65세까지 실질적 고용 보장’을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15~69세를 생산연령인구로, 70세 이상을 노인인구로 설정해서 노년부양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노인부양비는 2019년 13.1%, 2028년 20.5%, 2050년 53.5%, 2067년 71.7%로 계산된다. 공식적으로 5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노인부양 부담을 9~17년 정도 늦춰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결국,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그만큼 벌게 되는 셈이다. 노인연령 기준을 5년만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서 노인이 더 길게 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노인의 ‘건강증진 효과’에 더해 노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인식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를 위한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 추세를 완화해준다. 우리나라의 전체 노인 중 65~69세 인구의 비중은 현재 약 31%인데, 장차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으로 이 연령대의 인구 비중이 크게 증대된다. 노인연령의 상향 조정을 통해 65~69세 인구를 현금 복지의 대상에서 상당부분 제외할 수 있게 되면, 장차 정부의 노인복지 지출을 장수 시대에 맞게 재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노인복지의 축소가 아니라 장수시대에 맞게 노인복지를 재조정하고 내실을 확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의 공식 은퇴연령(정년)은 60세인데, 2020년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 연령은 62세다. ‘2년의 차이’가 난다. 만약 은퇴연령이 60세로 고정된다면 앞으로 그 간격은 더 벌어질 것이고, 이는 ‘일생에 걸친 보편적 소득보장’이라는 복지국가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그래서 선진 복지국가들은 은퇴연령과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시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노르웨이는 은퇴연령이 67세이다. 독일과 일본은 은퇴연령이 65세인데, 독일은 2027년 67세로 연장하고 일본은 장차 70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은퇴연령이 65세 또는 65세 이후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60세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이면 65세가 된다. 여기에 대응해 은퇴연령(고용보장 시기)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사회수당인 기초연금 제도는 2008년 1월 처음 도입될 당시(그땐 기초노령연금) 70세 이상의 노인이 수급자였으나 그해 7월부터 수급 연령이 65세로 하향 조정됐다. 이후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은 월 20만 원 지급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 9월부터 25만 원으로, 그리고 2019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 노인에 대해선 월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2020년부터 소득하위 40%까지, 그리고 2021년부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 원이 지급된다. 2020년 기초연금 재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담을 합해 약 17조 원이다.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럼에도 노후소득 보장이 제대로 되기에는 기초연금 지급액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장차 40만 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문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렇다고 장차 노후빈곤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초연금 수급 연령’ 조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65~69세 인구 중 기초연금이 제공되지 않아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상태로 복지 사각지대에 빠질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수급자 수를 늘려야 한다. 둘째,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과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도 노인연령 상향 조정과 중요하게 관련돼 있다. 이 이슈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심사숙고를 한다면 수혜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65~69세 인구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노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적 교통복지 현금 지원이 추가돼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의 이용에서 기존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이 부분이 그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은 의료나 요양 같은 사회서비스 보장과 관련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회서비스는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기초연금 같은 소득보장 제도와 달리 ‘서비스 필요’에 근거를 두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령, 나이가 66세든 76세든 의료서비스 필요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것처럼 장기요양서비스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나이를 연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다만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노인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혜택인 ‘진료비 본인부담 인하’ 조치를 어느 연령대로 제한할 것인지, 이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이런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적 재정 지출도 무시하지 못할 규모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나는 기존의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기준은 그대로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조치가 OECD 평균인 80% 수준까지 추진됨에 따라 법정 본인부담률을 모든 연령층에서 지금보다 더 낮추어야 할 것인 바, 이런 조치를 노인 연령대에서부터 먼저 시작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나이 구분은 없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기준은 그대로 두는 게 옳다. 게다가 이 사안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과 어떤 관련성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노인연령 기준이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학술적 차원을 넘어 현실의 것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어느 날 갑자기 “67세 노인은 이제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라거나 “생산연령인구의 상한은 이제 64세가 아니라 69세”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쉽지 않다. 65세가 노인이라는 오래된 인식은 변하기가 어렵고, 실제로 65세가 되면 신체적으로 노인성 변화가 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65~69세를 ‘전기 노인’, 70~79세를 ‘노인’, 80세 이후를 ‘후기 노인’으로 분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일자리, 소득보장, 각종 사회서비스 필요 등이 노인의 연령대별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9)

마지막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확정적으로 법제화하는 방법도 도입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제 상 공식적인 노인연령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데, 노인 관련 법제의 기본법 역할을 하고 있는 노인복지법에 변경된 노인연령 기준을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다.10) 이렇게 노인복지법에 노인연령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면 다른 관련 법령들에서도 이를 적용해 노인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긴급한 과제는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추진이다. 그리고 신속하게 입법 및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 ‘인구구조의 위기’라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1) 이상이, [이상이 칼럼] 경제ㆍ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국제신문, 2020년 10월 8일,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01009.22018001531&kid=021048

2) 보건복지부, OECD 통계로 보는 한국의 보건의료, 보도자료, 2019. 7. 19.

3) 이용하,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노인연령 기준, 2017년 한국노인과학학술대회 발표자료, 2017.

4) 윤가현(2016), 고령화 시대와 노인의 연령기준, 한국노년학연구, 제25권, 1~7쪽.

5) 윤민석(2016), 노인복지 관점에서의 노인 연령기준, 한국노년학연구, 제25권 17~20쪽.

6) 김정현(2019), 고령자의 관점에서 살펴본 노인의 연령기준, 한국노년학연구, 제28권 제2호, 109~117쪽.

7) 조선일보, 대한노인회 “노인 기준연령 높이는 방안 공론화”, 2015. 05. 26.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2015/05/26/2015052600239.html

8) 이상이,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어떻게 볼 것인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 2019. 5. 20. http://www.welfarestate21.net/home/data3.php?mode=read&start=60&search_str=&search_val=&mod_gno=2507

9) 이상이,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어떻게 볼 것인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 2019. 5. 20. http://www.welfarestate21.net/home/data3.php?mode=read&start=60&search_str=&search_val=&mod_gno=2507

10) 장철준ㆍ김주현(2016), 연령 통합적 관점에 기초한 노인연령 기준 상향 방안 연구, 법학논총 제40권 제4호, 39~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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