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1-01   3586

[복지톡] 코로나19 이후 새 위험사회에 대한 경험과 전망

 

사회 :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복지동향 편집위원장

패널 : 백명희 서울시복지재단 지역공동체팀장,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장,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리 : 김경희·이조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양종원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코로나19 사태가 해를 넘겼다.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코로나 시대를 우리 모두가 살아간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는 일상이 익숙해졌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사회가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사회복지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2021년 한국사회에 필요한 변화와 대응은 무엇일까.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 편집위원회는 복지 분야 전문가들을 모셔 코로나19가 가져온 복지현장의 변화와 사회복지 정책의 변화, 거시적 패러다임의 방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1-1> 2020.12.23. <코로나19 이후 새 위험사회에 대한 경험과 전망> 온라인 대담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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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연대

 

새 위험사회의 특징과 성격

남기철: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경험하며 ‘새 위험사회’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었다. 우리가 경험하는 새 위험사회가 어떤 사회의 모습이고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 이야기하며 오늘의 대담을 시작하고자 한다.

 

윤홍식: 새 위험사회에 대해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세 가지를 짚고 싶다. 첫째는 관점의 변화이다. 효율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기존 관점에서는 우리가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직면하면서 효율에서 안전으로 관점이 전환됐고, 이로 인해 효율에 맞춰졌던 일상과 경제·사회체제가 위험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다. 둘째로 속도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전 한국 내에 재택근무 경험을 한 이들은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한국 노동자의 거의 60% 정도가 한 번쯤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사회변화가 급격할수록 사회제도가 변화에 따라가는 게 힘들어진다. 결국 사회·경제적 변화와 사회제도의 대응 속도의 차이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야기된다. 마지막으로 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여있는 노동자 등 노동 취약계층의 위험도가 훨씬 증가하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혜지: 관점의 변화를 말씀하시면서 효율성 중심 사회의 한계를 지적해 주셨는데, 이성주의적 관점의 한계도 함께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이성적·합리적·자율적·독립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게 허구이고, 일종의 과신이며, 존재론적 한계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인간이 가진 상호의존적이며 존재론적 본질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정책 설계와 실천의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앞서 언급하신 사회제도의 지체 현상도 상당히 심각하다. 기존의 빈곤문제조차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을 직면하게 됐다. 중첩된 사회적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국면이다.

 

백명희: 말씀을 들으며 새 위험사회에서 누가 더 많은 위험을 경험하는지, 혹은 누가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는 사람들인지 조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실직하거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을 요구받는 사람들, 평소에도 고립됐지만 더욱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만날지가 사회복지 영역에 던져진 과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새로운 위험에 더 취약한 분들을 돌아보고 챙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정현: 병원 현장 같은 보건의료 영역에서 효율 중심의 관점을 안전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 해왔다. 사용자들이 끝없이 효율의 관점을 강조해왔고, 노동자들은 효율 중심의 관점이 야기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투쟁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코로나가 발생했고 효율 중심이었던 보건의료 현장은 직격탄을 맞는 듯한 혼란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사태 1년. 사회복지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진1-2> (왼쪽부터)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복지동향 편집위원장,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장, 백명희 서울시복지재단 지역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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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경험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시설이나 병원에서의 집단 감염 문제, 의료붕괴, 돌봄공백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어떤 위험과 혼란이 있었는지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이정현 지부장님은 대구지역 보건의료 현장에 계셨는데 당시의 경험도 공유해 주셨으면 한다.

 

이정현 : 대구지역에 코로나가 대유행했던 2~3월에 대구지역의 모든 것이 멈췄다. 당시 대구가 경험했던 혼란, 방역의 어려움은 상당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에서 환자들이 스스로 퇴원하고, 감염을 우려해 환자가 병원에 아예 오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도 정상가동률이 4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병상 부족 문제와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터졌고, 자택에서 대기하던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사망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요양병원에서의 감염 문제도 심각했다. 요양병원은 감염 관리 능력이 전혀 없어서 확진자가 생기면 시설 전체가 감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요양병원 집단감염 문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백명희: 말씀하신 것처럼 복지현장의 혼란은 상당히 컸다. 복지관은 방역수칙 단계별 지침에 따라 휴관을 하더라도 급식서비스와 같은 긴급 돌봄을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어 복지관을 휴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자원봉사자나 후원자의 복지관 출입도 불가능해진다. 수백 명분의 급식서비스를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 복지관 직원 인력만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 과중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복지관 이용자들 사이에 격차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휴관을 하더라도 복지관 이용자 모두가 똑같이 힘든 게 아니라, 이용자의 사회관계망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확산 이후 사회교육을 이용하는 어르신과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 사회교육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복지관이 휴관하더라도 스스로 다른 관계망을 찾아가는 반면,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경로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고립되는 상황이 생겼다.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분들은 단순히 밥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경로식당을 매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오셨던 거다. 이런 격차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온 복지관들은 서비스를 개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갔다. 복지관 이용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함께 산책하면서 일상을 회복시켜드리거나, 이웃을 연결해드리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나온 정부 정책의 특징은?

 

남기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나온 정부 정책이 많다. 그런데 현장에서 나타났던 혼란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재난지원금을 꼽을 수 있겠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나온 정부 정책의 특징과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을 짚어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

 

윤홍식: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포함해서 코로나19에 대응해 지원했던 규모는 대략 GDP의 3% 정도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OECD 국가들이 평균 GDP의 대략 6% 정도를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는데 사실 전 국민에게 돈을 지급한 경우는 한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었다. 미국은 최상위층을 제외하고 줬다.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 것은 우리 복지체제의 근본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재난이 닥쳤을 때 유연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취약계층을 포함한 여러 계층이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이런 구조를 조망하지 않고,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누구에게 줄 것인가에만 논의가 집중되었다. 물론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의미 있는 지점은 있다. 과거 보편적 무상급식처럼 이 경험을 잘 활용하면 보편적 복지확대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유산이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코로나19에서 확인된 국민 인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방역에 더 적극적이었고 마스크도 적극적으로 착용했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방역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취약계층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응답이 높았다. 일본과 비교한 데이터가 있는데 일본은 자영업자에 대해 70~80%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은 40% 정도였다. 방역에서는 높은 시민의식이 발현되는데 그로 인한 피해를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1987년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국민이 권위주의에 맞서 싸웠던 민주적 시민의식과 권위주의 개발국가 시대를 거쳐 오면서 자신의 사회적 위험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제적 의식이 역설적으로 공존하는 거다. 이러한 사회에서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스러워지는 지점이 있다.

 

최혜지: 재난지원금은 우리 사회의 약점을 확인하는 정책이었다.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했다는 것은, 결국 재난 상황에서 자동안전장치처럼 작동하는 보편적인 소득보장정책이 매우 취약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복지국가를 구상할 때 보편적 소득보장정책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복지정책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정책이 실제 실행되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재정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살리기와 같은 차원이어서 작동할 수 있었지, 취약계층과 소득 중단에 처한 사람들만을 위한 순수한 복지정책은 아니었다. 그런 지점에서 정책을 복지와 경제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볼 게 아니고, 정치적으로 같이 묶어서 논의하는 것이 복지정책에 있어 중요한 전략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돌봄과 관련해서는 정부정책이 미흡했다는 지점을 지적하고 싶다. 긴급 돌봄이나 긴급 보육에서 정부가 무언가를 했다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실질적인 정부 정책이 없었다. 재난지원금의 사례처럼 소득상실이 사회적 연대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위험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넓다. 반면 돌봄 영역, 특히 노인 돌봄 역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위험이나, 이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부족하다. 돌봄은 여전히 사적인 영역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기철: 정책은 정책대로, 현장의 경험은 경험대로 많은 화두가 던져졌다. 이런 과제가 남겨진 상황에서 새 위험사회는 우리에게 계속 영향을 미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시적인 측면에서 새 위험사회에 복지현장은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

 

백명희: 복지관은 지역주민의 삶이 코로나 전후로 어떻게 바뀌어왔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없이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만 바꾸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이후 활성화된 복지관 유튜브 영상이다. 온라인 콘텐츠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지 굳이 복지관이 만든 영상을 찾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차라리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온라인 자료 플랫폼을 만들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서비스가 지나치게 온라인으로 전환됐을 때 디지털 소외계층이 겪을 서비스 이용 격차도 고민해야 한다. 결국 복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지역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주민들과 대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가야 한다. 안전한 지역사회 공간을 만들어가고, 복지관 시설 중심이 아닌 복지 서비스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이정현: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에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병상 부족 문제와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 치료를 대부분 맡으며 겨우겨우 대처했을 뿐 민간의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로 수도권에서 치료받기 힘든 환자들이 지역으로 내려오고 있다. 대구지역은 수도권 환자들을 받을 준비를 해오고 있지만, 사실상 조금만 더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 의료붕괴로 이어질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영역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공공의료 영역이 너무나 작다. 공공의료를 강화해가는 게 감염병 사태에서의 가장 큰 화두이다. 또한 의료인력 소진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 병동에 배치되었던 간호사 3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다시는 코로나 병동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이 50%를 넘었다. 시설의 경우 장애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어느 병원에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와 제도가 미비하여 고충이 크다고 한다. 이런 현장의 문제들을 지방정부가 지역의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협의하면서 개선하고 코로나 대유행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진1-3> (왼쪽부터)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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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정책적이고 행정적인 측면에서 사회복지가 새 위험사회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 견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최혜지: 사회복지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우리가 가진 위험의 규칙성을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생애주기나 계층에 따라 사회적 위험이 어떻게 편재되었다고 판단하며 정책을 만드는 것처럼, 위험의 규칙성에만 기대서 정책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위험의 일상성에 근거한 복지정책 구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돌봄이나 방역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무게 중심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실리는 방향성은 있지만, 실제적으로 지방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지원과 같이 지역사회 역할 확대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 재원에 대해서도 생각을 열어놓아야 한다. 조세를 부여하는 대상에 대한 확장적 논의,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보상사업)를 활용한 지방정부의 재원 마련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복지국가는 공공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는데, 앞으로 무엇을 공공재로 볼지에 대한 것도 재논의가 필요하다.

 

윤홍식: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로 높은 기술력과 사람들의 접촉·교류 강화, 이 두 개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동시에 강화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세계 경제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 이전까지 경제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재정균형을 유지하는 긴축이 핵심 키워드였지만, 2010년대부터 확장적 재정정책과 고용, 임금,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기조가 변해왔다. 그 주체가 IMF, 세계은행, OECD 유럽중앙은행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긴축과 재정균형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신조처럼 생각하고 있어서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충분히 있어야 하고,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더는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귀환이다. 긴축 위주 경제에서는 가능하면 국가의 역할을 제한했는데, 2010년 이후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국가가 다시 부활하고 귀환을 요구받았다. 국가의 귀환이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민주적 통제하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사회복지계와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가야 한다.

 

남기철: 마지막으로 복지보건 현장과 정책, 행정에서 핵심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을 키워드 하나로 말씀 부탁드리겠다. 제가 생각하는 키워드는 ‘새로운 격차’이다. 잔여적 복지든 보편적 복지든 복지 클라이언트안에서 새로운 분화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새로운 격차를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명희: 저의 키워드는 사회복지의 ‘본질’이다. 하이터치가 본질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고, 지역사회가 본질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으며, 주민의 삶을 살펴보는 게 본질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지금 이 시기가 본질을 놓치고 프로그램과 서비스 중심으로 머물렀던 건 아닌지 자성하는 시기였으면 좋겠다. 주민의 삶이 너무 바뀌기 전에, 공동체가 완전히 몰락해버리기 전에 복지의 본질을 돌아봤으면 한다.

 

이정현: 저는 ‘위험의 일상성’을 꼽고 싶다. 보건의료 현장에서 오랫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위험의 일상성에 근거해 대비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인 거 같다.

 

최혜지: 저는 ‘실질적 자유’를 키워드로 꼽고 싶다. 자유로움이라는 것이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 일하지 않으면 굶게 된다는 우려로부터의 자유, 일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않을 자유, 나의 계층이나 노동력과 관계없이 내 삶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우리가 원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또 다른 위험사회로 나아가고 새로운 대전환을 맞이하더라도, 복지국가가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키워드는 ‘실질적 자유’라고 생각한다.

 

윤홍식: 저는 ‘현장’을 꼽고 싶다. 현장을 단순히 사회복지 현장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부터 지역사회, 국가, 세계, 우리의 행동이나 정책의 변화, 국가의 역할 자체가 개인의 변화, 가족의 변화, 세계의 변화 현장에 근거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사회복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된다.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보험을 강화해가면 사회보험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운동과 정책은 현장으로부터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남기철: 말씀해주신 키워드들이 코로나19 이후 새 위험사회에 대해 계속 고민해나가야 할 화두일 것이다. 오늘 대담을 통해서 복지현장에 주는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화두의 단초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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