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10-01   1206

[복지톡] 가난은 죄가 아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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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 사회는 내가 기여한데 대해 엄청난 보상을 안겨 준다.’ 자본주의가 낳은 살아있는 신화 워렌 버핏이 한 유명한 말이다. 자본주의 때문에 가난이 생긴 건 아니지만 풍요로워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가난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 루저들의 문제라고 치기엔 빈곤은 훨씬 심각하고 처참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빈곤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혹은 빈곤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들. 노인빈곤율 50%, 저출산, 고령화, 청년문제 등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이들이 해를 거듭할 수록 많아지고, 해결방법을 알지 못한 이들의 자살 소식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는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선별적 복지를 택했고, 이제 가난은 정말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죄가 되어버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본주의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의 미덕을 알려주는 한 고전 단편의 제목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답은 사랑이다. 아직 세상이 살만한 건 현재 우리 옆에서 삶으로 저자가 이야기한 답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들 중 오늘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국장을 만나보려 한다. 하루하루를 번번이 열정으로 살아내는 그녀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윤영이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가 7년째이다.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단체 운영전반을 관리하고 빈곤운동 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복지운동이 그렇겠지만 빈곤 운동은 더욱 힘든 일인 것 같다. 어떻게 이 운동을 시작 하게 되었나?

대학을 다닐 때 빈활에 참여했었다. 노숙인 거리상담 활동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던 것 같다. 서울이나 수도권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쫓겨나고 거기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더 이상 수도권은 가난한 사람들이 숨통을 트고 살만한 공간이 되지 못하게 되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가장 취약성을 가지고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본을 중심으로 항상 결핍상태의 사람들이 처한 욕구의 한정과 언제나 금지의 상태에 놓인 빈곤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빈활을 통해 어떤 활동을 했나?

최근 빈활은 철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뉴타운 붐으로 200여 곳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세입자들이 삶의 근거를 잃어버렸다.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세입자들의 이주대책수립운동 등의 활동을 해왔다.

가족들은 졸업 후 좋은 곳에 취업하고 평범하게 살길 바라셨을 것 같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물론 부모님의 걱정이 컸다. 25살이었던 것 같은데 무작정 집을 나왔다. 부모님과 몸이 떨어져 있으면 부모님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마음이 편해지실 거라 생각했다. 이불 한 채와 트렁크에 옷만 담아 나와서 친구 집에 얹혀살았다. 그때부터 부모님에게 독립하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최소한만 소비하며 살았다.

빈곤사회연대 소개를 부탁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2011년에 최옥란이라는 분이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했었다. 이 분은 여성이고, 장애인이었으며 싱글맘이고 수급자였다. 수급비로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었다. 당시 생계급여가 28만 원이었는데 아이를 양육하고 생활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노점 일을 하고 있었는데 신고가 들어가서 수급탈락위기에 놓이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수급자인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 천장을 보며 수급 날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고.. 이처럼 수급자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낮은 수급비, 일자리와 복지와의 관계 등이 폭로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알리기 위한 연대체가 만들어졌고, 이 연대체가 빈곤사회연대의 모체가 되면서 2004년에 빈곤사회연대가 발족하게 된다. 이후 기초보장을 넘어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빈곤의 주체들이 자기 이슈를 가지고 모이게 되었다. 당시 부의 상징이었던 타워팰리스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했었다.

연대체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철거민, 장애인 노점상, 노숙인 다양한 빈곤 주체들이 겪게 되는 문제들을 외연화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연대체이다보니 각 단체에서 내는 분담금이 있고, 후원이 있다. 사실 개인 후원의 영역이 크다. 그리고 가입된 단체수는 많으나 돈을 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가끔 후원 주점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는데, 적자 구조 속에서 4명의 상근활동가의 월급을 충당하고 있다.

무척이나 더웠던 이번 여름에도 거리빈곤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너무 많은 사연들일 머리를 스친다. 아이가 셋인 엄마가 미싱사로 일하면 가족을 돌보고 있었다. 남편은 아팠다. 5식구가 함께 사는데 100~15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을 했다. 살기가 힘들어서 수급신청을 하길 원했다. 수급신청을 하기 위해서 두 부부의  부모님의 금융정보동의서가 필요했다. 남편의 고향은 대전, 부인의 고향은 전라도였다. 직접 가서 금융정보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일을 쉬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하루 휴가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안정된 일자리도 아니고 언제 잘리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하루를 쉬는 것이 목숨을 죄어 오는 일인 것이다. 그 전에 통장거래 내역을 가져오라고 하여 하루 휴가를 냈던 터라 이분은 더 이상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결국 이 분은 수급 신청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가 10건 중에 5건 정도 된다. 이름만 서비스일 뿐, 신청자에게 불친절한 서비스이다. 대상자가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별급여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처음 우려했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중요한 취지는 근로능력유무 상관없이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데 있다. 그러나 부처가 나눠지고 주거급여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시일이 지나면서 수정이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 대한 복지접근을 막는 것, 공공부조에 접근하지 못하는 의도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이들이 시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요 불안정하고 저임금인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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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사회연대

자극적인 사건이 있지 않는한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은 듯 보인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게 공포스러운 일임은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현재 빈곤한 사람들이 싸울 힘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빈곤을 보여주는 곳이 사라졌다. 예전에 달동네와 같은 곳이 있었다면 이제는 빈곤의 모습이 흩어져 버렸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살 수 없어 경기도로 벗어나야하는데 이것이 개인의 선택이 되어버린.. 함께 고민하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빈곤문제 해결, 참 어렵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단체의 기조는 당사자들이 모여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찾자이다. 답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 답은 서로의 문제점을 사회화하고 서로의 욕구를 통해 해결의 단초를 찾자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대와 고민 속에서 하나하나 바뀌어 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는 복지의 선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참 속상하다. 점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수혜를 줄여나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빈곤운동 계속해서 할 예정인가?

이 단체가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는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으니 함부로 얘기할 수 없지만 현재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이루어보자는 마음이 크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정말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하는데 복지패러다임 차원으로, 한국사회 빈곤이나 복지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인가구가 늘어나고 가족의 범위, 형태가 다양한데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 가능한 제도인가는 고민을 해야 한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부양의자 기준 폐지 법안이 발의하고 통과가 되기 위해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매년 진행했던 빈곤철폐의 날에 퍼레이드 등을 할 것이며 더불어 반빈곤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강제철거, 세입자 강제집행 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찍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을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빈곤사회연대는 권력의 간섭없이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습니다. 빈곤사회연대와 함께하는 개인 후원회원은 빈곤사회연대의 가장 큰 힘입니다. 빈곤사회연대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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