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6-01   1549

[동향1]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의 문제점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의 문제점

-‘건강계층화’와 ‘의료민영화’ 의 다른 이름-

 

변혜진 l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건강관리서비스법?

 

또 다시 ‘가이드라인’을 통한 입법 행정이 시작됐다. 이번엔 ‘건강관리서비스법’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18대 국회에서 변웅전, 손숙미 의원의 발의로 두 차례나 상정된 바 있지만, 정부 청부법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핵심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는 국민 여론에 막혀  폐기된 법안이다. 이런 법안을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행정 독재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며 건강관리서비스법 가이드라인 시행을 통보한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와 건강관리 영역을 분리해 민간기업이 건강관리기관을 만들어 사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민간기업에는 보험회사나 의료기기회사 그리고 제약회사 등 의료산업체 관련 기업들도 포함된다. 민간영역으로 그 구분을 명확하게 해줌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과 재활 등의 사후관리는 의료 외 영역이 돼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기업들이 서비스 가격을 정하고 이용자 무규제로 던져 놓겠다는 것이다.

 

경계

 

정부는 의료행위와 건강유지를 위한 서비스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이드라인 제정의 취지라고 말한다. 이형렬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장은 “세계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건강관리 의료영역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보니 사업자들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입법은 실패했지만 최소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자는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이미 많은 민간기업들이 건강관리라는 이름으로 유사의료행위를 하고 있는데 법적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어 안전하게 합법화해주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취지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의료행위와 건강유지를 위한 영역은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걸까?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건강관리 영역이라고 정의한 “국민 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 질병 후 사후 관리”는 정말 의료영역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야 할 영역은 국민 건강 증진, 질환 예방, 그리고 질병 후 사후관리를 포함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법의 목적 1조에 ‘이 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명시돼 있다. 건강관리 영역은 정부 말처럼 ‘새로운 서비스영역’ 이 아니라 당연히 국가가 보장해야 할 영역이라는 말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18대 국회와 함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종료된 것은 이러한 국민건강보험에 관한 법률 규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의무를 다하겠다고 내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는 이런 법치주의에 근거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에 기반해 있다. 

 

굳이 법을 들먹이지 않고 상식적인 차원에서도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아파서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기본적으로 의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의 일상생활 습관과 혈압 당뇨 등의 기본적인 건강관리다. 진단과 처방은 그러한 진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치료 후 사후관리 역시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으로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포괄적 건강관리와 유지를 위해 세금 외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꼬박 꼬박 내는 것이란 말이다. 건강관리 영역은 민간기업의 새로운 돈벌이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분명한 공공서비스 영역이다. 박근혜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의료민영화 정책인 첫 번째 이유다.

 

민영화

 

만약, 정부 말대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그리고 사후관리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공공영역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외된다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범위는 지금보다 더욱 협소해진다.  의료행위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는 이런 가이드라인은 실제로 아파서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시에 받는 진료  중 ‘건강관리’ 에 해당되는 분야에는 또 다시 직접 돈을 내게 하는 이중 부과체계를 갖게 될 수도 있으며, 지금도 절반 밖에 안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확대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의료 외 행위, 즉 정부가 말한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 재활, 사후관리 등의 서비스는 ‘건강관리’라는 명목으로 민간의료보험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민영화된 영역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형태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보장 영역, 국가가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이런 영역이 한번 시장에 맡겨 민영화된 후의 문제다. 기업들에게는 ‘건강’이라는 사고파는 상품이 투자를 부르고 이윤을 가져올 수 있어도 그 투자로 돈을 버는 그 기업들과 자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다시 공적 영역으로 되돌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지거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번 민영화된 영역을 공공영역으로 되돌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국민의료가 재앙 수준으로 치달은 미국을 통해 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보험회사나 제약회사 그리고 의료기기업계가 의료기관과 유사한 건강관리기관을 만들어 국민 건강 증진, 질병 예방, 사후 관리 등을 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이들 기업을 국민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삼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 그리고 노바티스 같은 의료복합기업들에게 국민 건강 증진을 맡기겠다는 이런 발상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적시된 건강보험의 목적과 다르게 기업들의 목적은 사회사업이 아니라 오로지 더, 더, 더 많은 이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더 많은 이윤’을 박근혜 대통령의 말로 바꾸면 ‘투자 활성화’가 되는 것이다. 

 

개인건강정보

 

보험사들은 국민 건강관리의 적임자는 자신들이라고 강변한다. 2010년 건강관리서비스법이 법률로 나왔을 때 자신들이 제외된 것을 두고 낸 의견서에 보면 건강관리기업은 자신들이 해야만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면 보험금이 나가고, 보험급 지급은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손실률에 해당되기 때문에 고객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이 자신들의 이윤동기와 맞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이 원하는 건 고객의 건강이 아니라 고객의 ‘맞춤형 건강정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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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보험회사들은 아주 오랫동안 개인 건강정보를 민간기업도 볼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유는 ‘보험상품’ 이 가진 위험설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객의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는 보험상품 설계부터 보험금지급과 거절까지 손실률을 줄이고 이윤율을 올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나 제약회사가 운영하는 건강관리기업이 환자의 사후관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의료기관의 약품, 처치 등의 개인 의료정보를 보게 된다는 것은 국민 의료 정보가 민간기업에 완전히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정보와 의료정보가 재벌기업들에게 건네진다는 것은 각종 사회적 차별과 낙인찍기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는 국민 개인 의료정보와 건강정보에 대한 규제완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규제완화는 보험사들의 이윤율을 높이고 손실률을 줄일 수 있고, 제약사와 의료기기업계의 맞춤형 마케팅에는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 다수에게 돌아오는 건 개인 질병 정보과 건강정보의 유출일 뿐이다.

 

건강정보를 포함한 의료정보가 21세기 금광이라는 사실은 최근 국민의 90퍼센트에 해당하는 4만4천명의 진료정보를 미국의 거대한 의료정보회사에 팔아넘긴 약학정보원과 지누스 사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민간기업들에게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개인 의료정보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를 명목으로 민간기업이 각종 생체정보와 건강정보들을 모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관리는커녕, 예측하기도 어려운 인권 침해와 사회적 낙인과 배제, 그리고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건강측정’ 은 모든 국민을 건강‧영양 상태에 따라 차등으로 나누어 기록해 두는 우생학적 위험까지 지니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청부입법했던 복지부는 건강위험도 평가라는 개념을 도입해 건강측정 결과를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질환군, 건강주의군, 건강군 및 각각의 하위 분류군으로 하도록 한다는 법률을 낸 바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 헬스기관 이용, 의료기관 방문등의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기업에서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 영양 상태에 따른 분류는 큰 인권침해적 요소를 지닐 수 밖에 없다. 국민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타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라고 주장하는 정부를 보면 이런 우생학적 시도를 통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건강불평등의 해소 장치로 활용하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부지리

 

이런 건강 영양 상태를 기준으로 한 ‘건강계층화’를 통한 건강관리를 하기 위해서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 · 웨어러블기기 등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이런 산업들이 미래유망산업으로 대두될 것으로 주장한다. 실제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건강관리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보험사 등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업계와 통신기업들도 어부지리로 이윤 창출 구조가 열리게 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유헬스(U-health) 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는 말 그대로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의료’를 의미하며, 이를 위해 일상생활을 의료 공간으로 확대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전송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BT(생명공학)업계들은 환자 모니터링을 위한 바이오센서 나 칩을 신체에 삽입 관리하는 것의 효과성을 주장하고, 홈케어 장비와 기기들을 아파트 입주 때 이미 구매하도록 가격을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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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초월한 이러한 의료화(medicalization)는 BT/IT 기업을 등에 업고 그야말로 ‘어디에나 있는 의료’ 가 되기 위해 ‘건강’ 이라는 키워드를 자신의 이윤처로 삼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신체와 생활 공간에 의료기기를 구매해 배치하도록 마켓팅하고, 이런 기기 안에 저장된 건강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며 통신시설의 확대 투자를 주장한다. 

 

폐기된 건강관리서비스 법이 유령처럼 죽지도 않고 여러 변형을 통해 추진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이 법을 통해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의료기기업계와 정보통신 재벌들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의 ‘U-헬스분야 추진전략’을 보면 “건강관리 븐야는 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일상적인 식이 및 약복용 행태분석, 체력증진 활동지원 등을 위해 제공되는 능동적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 고 정의하고,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법, 제도 개선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면 그 시일을 가늠할 수 없을 것” 이므로 “법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유도를 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실제로 복지부는 언론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방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경제부처에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많으니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달라’ 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재벌 중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장 앞장서 ‘U-health의 시대’ 도래를 추장했다. 삼성은 기존의 헬스케어가 치료에만 국한된 개념이었다면 그 기관과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다. 이들은 특히 모바일 병원과 모바일 원격관리, 모바일 처방전, 모바일 스트레스 관리, 모바일 화상상담 등을 강조한다. 심박수계와 맥박수계를 모바일에 탑재해 문제가 된 갤럭시5 사건을 보면 이들의 모바일 강조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삼성전자는 ‘S헬스’ 라는 개방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공개하고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전송할 수 있는 손목밴드부터 당뇨 관리 기계까지 각종 가정용 의료장비 생산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이미 각종 기계와 어플 장치로 심장박동, 걸음걸이, 지문, 정맥, 수면시간 등의 정보를 이미 집적‧수집하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고객들의 건강관리라는 명복으로 자사가 가진 생명보험사로 전송돼 고객관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외에도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기업보고서는 최근 들어 재벌들에 의해 줄을 잇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U-heath를 통한 건강관리 시장 본격화 전망을 내놓고, 대형병원들과 이를 통한 수익모델을 제시했고, LG경제연구원은 헬스케어 기기‧시스템 시장은 건강간리 위주의 발전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의료기기 개발과 판매의 신규 사업 진출 전망을 내 놓았다. KT종합기술원은 정부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원격의료를 먼저 도입해 ICT 의료 기반을 조성한 뒤 의사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도 있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은 이런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관련 기기의 판매와 통신기업의 상품을 홍보하는 정부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공익성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료 외 영역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기업에 넘기겠다는 조치를 반대했다. 의사협회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은 명백한 의료 영역인 건강관리를 의료기관 역할에서 배제했다”며 “의료기관 역할을 치료 영역으로만 제한해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유사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보건의료 환경이 자본에 지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왜곡시킬 것” 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민간보험사들이 운영하는 건강관리기관의 대형병원과 결합해 상업적 의도로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유인 할선하는 행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의료전달체계의 왜곡도 더 심각해질 것이고, 각종 건강관리라는 이름의 의료비가 급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지금 정부와 보험사를 비롯한 의료복합기업들이 겨냥하는 문제에 대한 의사협회의 대답이다. 사실상 의료기관에 찾아가 환자들이 충분한 건강상담을 받고 있는지, 질병의 예방과 사후 관리에 대한 지침과 안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혹시 진료실 안에서 자신이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을 질문했을 때 면박을 주는 의료인은 없는지,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찾아본 많은 정보에 대한 질문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3분이 아니라 1분 진료를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금 의사협회는 되돌아봐야 한다. 

 

의료시장화가 진행된 1970년대 미국도 그 과정에서 자본과 신자유주의 정부는 의료인과 환자들 간의 신뢰, 즉 라뽀(rapport)를 깨는 방법을 민영화의 방법으로 선택한 바 있다. 의사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대신 보험사와 제약사가 껴안으면서 고객의 건강관리 대행기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쳤다. 미국의 의료산업계들은 미국 의료인들이 돈을 버느라 간과해 온, 질병을 겪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삶의 질 문제에 대한 이해의 문제에서 자신들이 더 우월한 ‘환자 공감’을 상품 판매 전략으로 삼았다. 이런 강조들은 곧 위험 관리, 생활습관에 대한 환기, 소비자의 선택 등의 강조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의료인보다는 기업의 ‘건강관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정된 것이다.   

 

미국식 의료화(medicalization)과 약물의존화(pharmaceuticalization)를 통해 우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의료와 상관없는 현상으로 여겨졌던 것이 질환이 되거나 잠재적인 질병으로 분류됨으로써 의학적 치료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일상적으로 건강기능식품과 약물을 달고 살게 만드는 과정. 의사협회는 이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과연 바람직했는가에 대해 자문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전문가주의는 이러한 성찰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며, 그러한 성찰이 전제될 때 환자들과 의료인 사이를 갈라치고 그 사이를 자본의 영역으로 내주려는 정부에 맞서 본연의 역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 흑자

 

무려 17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남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과 예방과 재활 등의 영역을 시장에 내 맡기는 건강관리 민영화를 추진하겠단다. 올해 연말까지면 약 20조원의 흑자가 쌓인다. 이 돈이면 국민들이 바라는 건강증진과 건강관리 그리고 치료 후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진정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바란다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이 재원을 어떻게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어떻게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도록 보장성을 강화할 것인가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 발표한 보건의료제도 개혁은 모조리 국민들의 의료비를 높이고 건강보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기업들의 숙원사업 처리, 민원 처리를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보건의료를 간주하기 때문이다.

 

어제 프란치스코 교항은 “의료서비스는 소비재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 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박근혜 대통령은 이해할 수 있을까? 보건의료를, 국민건강권을 돈벌이로만 이해하는 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 강력한 권력의 자리에 5년을 앉아서도 돈 없어 치료받지 못한 단 한 사람의 눈물도 닦아 주지 못한 채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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