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10-10   3272

빈곤 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정도와 빈곤률이 경제 위기 전 수준을 회복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3년 10월에 작성된 정책기획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가처분 소득 지니 계수는 1996년에 0.335이었으나 2000년에는 0.386으로 증가하여 소득 불평등 정도가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빈곤률도 1996년에 3.16%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9.42%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 격차는 2001년 1분기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 격차와 빈곤층 확대 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종국에는 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므로 범사회적 차원의 적절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빈곤층 가구가 빈곤에서 실질적으로 벗어날 확률은 6%에 불과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는 빈곤의 고착화 또는 대물림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말해 주고 있다.

빈곤 대물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 빈곤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와 능력 개발의 기회를 온당하게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그 희망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2002년에 한국교육개발원이 서울과 부산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실태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학생의 3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같은 조사에서 35%의 교사가 저소득층 학생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자신감 부족, 무기력 등 정서 발달 문제를 지적하였다. 빈곤 대물림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빈곤 아동·청소년들에 희망을 주기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이다.

빈곤 아동·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복합적이다.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주거·생활환경의 불안정, 가정 결손, 보호와 보육 기능 미흡, 부모의 자녀 학습 지원 부족 등 가정환경 상의 불리함 때문에 건강한 신체 발달의 어려움을 겪으며, 학습 결손이 누적되며 안정된 정서 발달이 곤란해진다. 그리하여 학업성취가 낮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비행과 일탈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빈곤 아동·청소년의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교육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복지, 교육, 문화가 연계된 통합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빈곤 아동·청소년에 대한 대책은 빈곤의 예방과 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거시적인 정책 비전 없이 필요에 따라 부처별로 입안·시행되고 있다. 빈곤 아동·청소년 지원 업무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여성부 등에 분산되어 있으며, 관련 서비스 전달 체계도 지방자치단체, 학교, 민간 기구 등으로 다원화되어 상호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을 감안할 때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은 향후 빈곤 아동·청소년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업은 대도시 내에서 교육ㆍ문화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으로 선정하여 다른 부문보다 많은 정책적 배려와 지원을 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교육ㆍ문화ㆍ복지 환경과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교육공동체를 구축하여 지역 내 아동ㆍ청소년에게 교육ㆍ문화ㆍ복지가 연계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과 부산의 8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었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은 2년간 시행된 시범사업에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4년 7월에 투자우선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95.3%, 학부모의 97.7%가 자신들의 학교가 이 사업의 시범학교가 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하였다. 이 사업의 효과에 대해 학부모들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사 대상 학부모의 80% 이상이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 제고, 자녀의 긍정적 태도 형성,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하였으며, 조사 대상 학부모의 75% 이상이 학교시설과 분위기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펑가하였다. 교사의 90.7%, 행정가의 93.7%도 교육복지 사업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학력 면에서는 수업 태도 개선과 성적 향상, 정서 발달 면에서는 무단 및 결석이 잦은 학생의 결석률 감소, 학교 부적응 및 문제 행동 감소, 자신감과 적극성 향상, 신체 발달 면에서는 정밀 건강 진단을 통한 질병 예방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시범사업이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하였다. 2004년 10월에 발표된 ‘교육복지 5개년 계획’에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을 2005년도에 15개로 확대하고, 2008년까지 4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이런 기본 계획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4월 올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을 7개 추가 선정 지원함으로써 현재 총 15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사업은 빈곤 아동·청소년에게 교육·문화·복지가 연계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지원이나 보조를 위주로 하는 종래의 교육복지 정책보다 진일보한 교육복지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업에서는 빈곤 아동·청소년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맞춤’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이 사업에서는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빈곤 아동·청소년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의 학교와 다양한 교육·문화·복지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연계·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서 구축된 지역네트워크는 현재 다원화되어 있는 지역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를 지양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전달 체계 구축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이혜영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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