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3-15   1882

[심층분석4]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닥친 극단적인 생명경시와 자살의 위기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닥친 극단적인 생명경시와 자살의 위기

 

이종익 l 서울시학교사회복지사협회 박사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닥친 위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평균(11.2명)보다 3배나 많은 인구 10만명 당 3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리고 청소년 자살률도 전체 6위(10.1명)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은 2003년부터 8년째 매년 100명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는 전체 자살자의 약 20%에 해당한다. 청소년이 전체 자살자 5명 중 1명 정도가 되는 이와 같은 경향은 외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전체 자살자의 20%가 청소년이고, 미국에서도 약 25%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자살은 사고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공식적인 수치에서 제외된다는 점과 한국의 문화적 폐쇄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에 닥친 위기는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청소년은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을 통해 새롭게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리하며,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긍정적인 자존감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가족의 돌봄과 또래관계 및 학교 교사나 교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되지 못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또래 관계 혹은 가족에서 자신에게 닥치는 역경 즉, 위험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며 방황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 하게 되는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는 청소년에게 점점 더 많은 위험요인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면, 이혼가구의 증가(이혼율 ’90년 17만가구 → ’10년 127만가구)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가족 기능의 약화, 다문화 가족의 증가( ’05년 53만명 → ’11년 126만명)로 인한 사회통합의 약화,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만연(2012년 사교육비 지출 상위 20%가 하위 20%의 6.4배 지출), 교육 불균형의 고착화(4년제 대학 진학률: 월소득 400만원이 넘는 계층의 자녀 68.7% 반면,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극빈층 자녀는 36.3%), 청소년의 낮은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OECD 아동․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09년∼’11년 3년 연속 최하위), 학교폭력의 심화(피해율 ‘09년 9.4% → ’10년 11.8% → ‘11년 18.3%), 가출 및 중도탈락과 학교 밖 청소년의 증가(중도탈락: ‘11년 초중고생 76,489명, 가출경험율: ‘99년 8.6% → ’11년 13.1%) 등 청소년이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개인, 또래, 가족, 학교, 사회적 차원의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의 위험요인

이는 결국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생각과 방법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위험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살(suicide)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당면한 문제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고(inescapable),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며(interminable), 견딜 수 없는 것(intolerable)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경험을 한다고 한다. 첫째는 습득한 자살 능력(acquired ability to die by suicide)인데 사람은 시간에 걸쳐 조금씩 자살관련 생각이나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자해행동에 대해 둔감해 지고, 자살에 대한 “예행연습”을 하면서 그러한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혐오감을 억누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좌절된 소속감(thwarted belonging)으로서 “내가 어울릴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어”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인식(perceived burdensomeness)인데 “내가 없어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청소년의 15∼30%가 자살 방법까지 심각하게 고려한 자살 생각을 한 번 이상 해 본적이 있으며, 3∼9%의 청소년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도 포함한 수치이다. 청소년은 최초시도 후 1년 안에 30%가 다시 시도하고, 성인이 되어서 약 5%가 자살로 죽고 생존자의 44%가 반복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청소년 시기에 자살시도를 한 경우 성인이 된 후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80% 이상 높으며 결국 자살로 죽게 되는 위험성이 증가된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살시도의 성공률이 낮은 편이며 자살시도를 한 청소년 100명 중 2명 정도만 자살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 시기의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청소년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면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빨리 그 상황을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 속에 자살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의 자살은 실제 자살하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고통을 외부에 표출하여 도움을 갈구하고자 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자살행동은 연령이 많아짐에 따라 증가한다. 남자의 경우, 19세까지 증가하지만 여자는 16세를 정점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차이를 보인다. 또한 자살시도는 여자청소년이 남자청소년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하는데 비해 실제 자살은 남자청소년이 2.7배 정도 더 많이 한다.(통계청, 2011).

 

개인 차원에서의 위험요인을 보면 청소년은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면 심할수록 우울증이나 공격성 등의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자살생각이나 시도로 이어지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살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인 우울은 청소년의 자살에 매우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우울은 남자청소년보다 여자청소년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며, 자살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도 여자청소년의 경우 남자청소년에 비해 1.5∼2.5배 정도 더 높다. 또한 여자청소년은 남자청소년보다 외모에 대한 문제를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 신체상(self-image)에 대한 고민이 자살생각 더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대수준과 관련이 있으며 서구화된 사회에서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남자청소년의 경우 여자청소년보다 공격적 행동이 자살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발달과정 중 남자청소년에게는 독립심, 성공과 힘이 강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계에 의존하는 것은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약물의존과 남용은 자살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고 극복할 능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흡연행동이 특별히 여자청소년의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나는데, 흡연을 하는 여자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여자청소년에 비해 자살행동을 보고할 확률이 34.5%나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의 해석으로는 남자들에 비해 공격성이나 분노를 적절히 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적은 여자들에게는 흡연행동이 공격성이나 분노를 표현하는 수동적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화에 민감한 세대인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 등을 통해 가상과 현실세계간의 괴리를 느끼고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살사이트나 인터넷 공간에서 동반 자살을 모의하거나 언론이나 연예인의 자살을 모방하여 연쇄 자살을 시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자살사이트 방문경험이 자살생각과 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족 차원의 위험요인을 살펴보면 부모나 가족의 지지가 부족하고 갈등과 학대가 있을 때 청소년 자살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나타난다. 청소년은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생각해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 간의 갈등이 남자청소년보다 여자청소년에게 더 영향을 주며 여자청소년이 이러한 생애전환기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경험한다.

 

청소년은 또래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자살시도와 관련된 친구 차원의 위험요인을 살펴보면 청소년은 자신과 유사한 자살 동기를 가진 또래의 영향을 받아 동반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여자청소년의 동반자살시도가 남자청소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정서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자청소년은 또래관계에서 오는 긴장 관계를 남자청소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살행동에 더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교 차원의 위험요인 중 하나는 또래에 의한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피해 청소년의 자살시도가 비피해 청소년에 비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해 학교폭력 피해를 더 많이 받고, 비신체적 학교폭력 피해는 남녀 모두의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살펴본 청소년 자살의 위험요인을 개인, 가족, 학교 차원에서 살펴보았는데, 이것은 보통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 연관되기 때문에, 어느 한 요인을 없애거나 막는다고 해결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요인에 상응하는 보호요인을 통해 완충하고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의 보호요인

개인 차원의 보호요인으로는 자아존중감, 문제해결능력, 희망, 레질리언스(resilience) 등이 자살에 완충작용을 한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청소년은 스트레스와 좌절 등의 상황에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자살행동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오히려 가족의 지지가 높은 청소년보다 낮은 청소년의 경우 그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자아존중감은 가족자원이 부족한 경우에도 삶의 도전과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문제해결능력은 문제 상황을 피하거나 제거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하기 때문에 역시 자살행동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희망은 절망감(hopelessness)과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요인으로 자살행동에 대한 보호요인으로 작용하고, 레질리언스는 위험과 역경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능력 혹은 특징으로서 자살위험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가족 차원에서의 보호요인으로는 가족응집력과 가족의 지지가 자살행동을 완화시키는 보호요인이다. 친구 차원으로는 친구 간의 지지가 높을수록 자살시도를 완화시키는 보호요인이다.

 

한편 학교,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다차원적이고도 체계적인 자살예방과 개입프로그램은 자살행동과 관련된 중요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자살 예방과 개입 프로그램은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전체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둘째는 낮은 학업성적이나 문제행동과 같이 자살과 관련하여 취약한 요인들을 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셋째는 학생의 행동과 의사소통을 통해 자살위험이 파악된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개입이다. 먼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는 의사소통, 문제해결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 자살행동에 대한 경고신호와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친구들의 자살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즉각적으로 성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교육,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살위험사정, 부모에게 알리는 방법, 지역사회 기관에 의뢰, 개입후의 실천에 관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자살과 관련된 취약요인을 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학생을 지지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서비스와도 연계한다. 마지막으로 자살위험이 있다고 파악된 학생을 위해서는 학교의 정신건강 담당 전문가가 교육청 단위의 학생서비스위기팀에 설치된 핫라인에 연락하도록 하여 적절한 개입에 대한 의논을 해야 하고, 위기에 처한 학생이 학교로 되돌아 왔을 때는 학교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과 부모에게 다양한 지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현재 학교 내에 매뉴얼로 일부 보급되었지만, 실제로 업무를 담당할 전문적인 인력도 없고 예산도 배정되어 있지 않아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학생들에게 살기 힘든 곳인가를 보여주는 상황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의 환경이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총 49개의 OECD 국가의 교육환경 실태를 보여주는 ‘2004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 참여도(결석, 지각, 수업불참)는 546점(OECD 국가 평균 500점)으로 일본 다음으로 높은 반면 친구를 쉽게 사귀는지, 학교에 있으면 외로운지 등의 점수에서는 461점(OECD 국가 평균 500점)으로 폴란드와 함께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를 꼭 가기는 해야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아닌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어 학교환경이 즐거운 곳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동시에 자살은 주로 사람이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대처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시도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학생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더 바람직한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면서 지지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학교를 학생들이 가고 싶은 행복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자살생각이나 시도로 이어지기 전에 의논해서 해결할 수 있고, 설혹 자살시도를 했더라도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위기관리전문가)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자살 예방과 개입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자살행동에 대한 예방과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고 전체 학생과 교직원들, 자살위험에 취약한 학생들 그리고 이미 자살위험에 놓인 학생들 각각의 차원에서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학교, 가정과 지역사회가 연계망을 이루고 체계적인 예방과 개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쉼과 배움의 균형이 정말로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자신만의 어려움이나 약점을 감추고 싶은 시기이고, 방어기제가 형성되어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개인적 역량과 가정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주입식 경쟁 교육 환경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약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인내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흡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만들고 있는 것이며, 위험을 가속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안에 학생들이 쉴수 있는 쉼터가 교실이외에 필요하며, 예체능활동이나 교양활동이 주가 되는 배움이 있어야 한다. 이는 엘리트를 만드는 리더십 교육이 아니라 협동할 줄 아는 파트너십 교육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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