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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 2013.05.15
  • 13271

2013! 가정폭력의 현황과 과제

 

정춘숙 ㅣ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시작하며 : 가정(아내)폭력은 사소한 문제인가?

 

우리사회에서 ‘가정’은 사적인 공간이며, 사랑과 보살핌의 장으로 이상화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가정의 모습은 이상화된 가정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각한 가정폭력이 발생하기도 하고, 사회의 모든 모순이 응축적으로 쌓이고 나타나기도 한다.

 

가정(아내)폭력은 여성의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2013년 UN여성지위원회(CSW,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의 올해의 주제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UN여성인권특별보고관의 올해의 주제 역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국가의 책임’이다. 이렇게 온 세계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아직도 ‘사생활’ 혹은 ‘사소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정(아내)폭력의 현황과 문제점

 

가정폭력의 실태와 현황

한국사회에서 가정 내 폭력, 특히 아내에 대한 폭력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이러한 ‘일상적’인 폭력에 ‘범죄’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범죄행위로 규정한 것은, 1983년 ‘여성의전화’가 창립된 이후의 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우리사회에 제기된지 올해로 30년을 맞고 있다.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 된지 14년만인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며 가정(아내)폭력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1997년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가정(아내)폭력 추방운동에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은 가정(아내)폭력 문제의 상당한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가정에서 가정(아내)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여성가족부에 의해 3년에 한번씩 실시되는 전국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07년 전국의 10,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래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사시점(2007.8. - 2007.10.) 기준 최근 1년간 가정폭력발생률은 50.4%로 나타났다. 2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비율이다. 가정폭력의 내용은 정서적 폭력이 46.2%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신체적 폭력 30.7%, 방임 16.0%, 성학대 9.6%, 경제적 폭력 3.5% 등의 순이었다.

 

부부폭력의 발생율을 보면 최근 1년간의 부부폭력 발생율은 40.3%로 나타났으며, 아내폭력 발생율이 33.1%로 가장 높지만, 남편폭력발생률도 27.1%로 나타났고, 상호폭력발생률 19.9%였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2,659명의 기혼남녀의 지난 1년간 부부폭력 발생률은 53.8%, 신체적 폭력 발생률은 16.7%, 정서적 폭력 42.8%, 경제적 폭력 10.1%, 성학대 10.4%, 방임 30.5%, 통제 48.8%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외국의 경우보다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가정(아내)폭력 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를 살펴보면, 2010년 여성가족부 가정폭력 피해자 실태조사의 조사대상자 213명의 자료 중 중한 신체적 폭력 항목을 보면, 사정없이 마구 때린 경우가 56.7%로 가장 많았고, 목을 조른 경우가 54.9%, 칼이나 흉기 등으로 위협당하거나 다친 경우가 5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한 신체적 폭력 행위 중 사정없이 마구 때린 행위와 목을 조른 행위가 1년에 20회 이상 지속된 비율은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오랜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2012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120명이며 살인미수인 경우가 49건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정폭력 피해 지원 시스템의 문제와 과제’ 토론회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1990년-2002년 13년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을 재분석한 결과, 살해당한 여성의 21.2%가 자신의 배우자에 의해 살해되었고, 내연이나 동거관계에서의 피해당한 경우(25.2%)까지 포함하면, 살해된 여성피해자의 46.4%는 자신의 남성파트너로부터 죽음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부터 지속적인 폭행․학대가 유지되었던 경우는 배우자 관계의 경우 72.7%이고, 내연․동거관계인 경우 53.6%였다고 한다. 반면, 살해된 남성 중 약 16%가 자신의 배우자나 이성파트너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는데, 이 가운데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남성의 폭행․학대에 대한 ‘대항적 반응’으로 살해한 사건은 무려 35%나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한편 오랜 가정(아내)폭력의 희생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2004년 법무부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2004년 1월을 기준으로 청주여자교도소의 전체수형자 531명중 여자 재소자 가운데 133(30.5%)명이 남편을 살해 했고, 자녀나 존비속살인이 34명(7.8%), 비존속살인이 82명(18.8%), 강도나 폭력이 22명(4%), 절도 및 사기가 114명(26.1%), 마약이나 방화가 33명(7.6%), 기타가 18명(4.1%)이었는데 이중 살인범들만 놓고 볼 때 전체 살인자중 남편을 살해한 사람들의 비율은 51.4%였다. 이들 중 82.9%가 남편의 지속적이고 잔인한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렇게 가정(아내)폭력은 우리사회 상당수의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여성의 생명의 위협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 인 것이다.

 

2012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지원한 서울에서 발생한 19년간 가정폭력 당하던 피/가해자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당사자가 가정폭력으로 여러차례 경찰에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고 만 사건이다. 이에 대해 양현아(2012)는 ‘우리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데 까지 이르는 그 지난한 시간 동안에는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어떤한 온전한 메카니즘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사건 훨씬 이전에 법원에서 구조 받아야 할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로 섰다는 것은 그 피/가해자가 법과 사회이 집합적 책임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발생의 광범위함과 피해의 심각성 외에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지출의 문제가 있다. 2009년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추정’에서 문유경은 가정폭력 범죄자수, 사회서비스 시설 이용자수, 사회조사에 의한 피해자수를 추정하여 가정폭력의 규모를 추정하였다. 2007년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를 근거로 이 조사에서 문유경은 사회조사에 의한 피해자수를 368만 명으로 추산하였고, 신체적 폭력 경험자는 약 104만 명, 목을 조이거나, 물건(혁대, 몽둥이, 칼 등)으로 맞는 등 중한 신체적 폭력 경험자는 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사회적 비용은 2조821억으로 추산하였다.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의 법적 규정과 이행간의 가장 큰 격차는 가정폭력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1순위)에 대해서는 가정폭력 행위자 처벌강화가 35.5%로 나타났고, 가정폭력 행위자 재범방지 강화방안(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이 28.4%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필요와는 반대로 가정폭력은 처벌되고 있지 않다. 연합뉴스는 2012년 보도를 통해 가정폭력사범 구속률이 지난 2000년 4.8%(678건)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0.7%(51건)를 기록했고, 검찰의 기소율도 2004년 35.7%(4천367건)에서 2010년 15%(1천38건)로 줄었고, 가정폭력 가해자를 주거에서 격리하거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피해자가 가정법원에 보호명령을 청구토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활용도 저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9년 검찰의 가정폭력 사건 처리를 살펴보면 전체 처리된 사건 중 불기소되는 경우가 50%에 이르고 있으며,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는 경우가 약 38% 가량이며, 기소되는 경우는 10%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검찰에서 법원으로 송치된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대법원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불처분이 전체의 30%정도를 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가정폭력 사건이 경찰, 검찰, 법원의 단계를 거치면서 아주 가벼운 처분을 받거나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검찰 단계에서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처벌법을 무력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말 그대로 가정(아내)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가해자들에게 가정폭력이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정(아내)폭력 가해자들의 상담위탁을 맡은 일선의 상담소들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자들의 불성실한 상담 태도나 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데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12년 4월10일 2011에 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검·인천지검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 55명을 분석한 결과 칼·가위·도끼 등 흉기를 사용해 아내를 다치게 한 경우가 25.5%(14명)에 달했다.

 

반면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접수 건수는 5년새 28% 증가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접수된 가정폭력상담건수는 2005년 4만7천여 건에서 2010년 6만여 건으로 27% 늘었다.

 

이는 피해자들이 가정폭력 피해를 상담하거나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경찰이나 사법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전국의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 377명을 대상으로 한 김경혜의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입소자 욕구와 지원개편방안’에서 입소자들의 58.3%가 경찰에 신고 했고, 신고자의 52.9%가 ‘만족하지 못했다’라고 답변하였다.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가정사라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처’한 경우가 가장 많아 여전히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 가정사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38.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방법을 몰라서’(24.0%), ‘요청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21.7%), ‘가해자가 알게 될까봐’(7.0%)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가해자가 신고사실을 알고 보복하리라는 두려움이며, 경찰에 대한 불신과 신고와 해결방법에 대한 무지도 쉽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과 사법 처리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가정폭력에 대한 낮은 신고율, 검찰 단계에서의 낮은 임시조치 청구와 낮은 기소율, 법원단계에서의 보호처분 이행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의 부재가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 사건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개입은 사생활 침해인가?

가정폭력을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행위로 보지 않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 가장의 권한쯤으로 여겨왔던 우리사회에서 ‘가정폭력’을 ‘폭력’으로 다루기는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가정폭력 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가정폭력을 사적(私的)인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사생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혜(2007)는 아내(가정)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주요한 논거인 ‘사생활권’에 대한 고찰에서, 아내(가정)폭력 문제에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연인은 남편과 아내이므로, 아내폭력에 대한 국가개입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생활권은 남편의 사생활권과 아내의 사생활권으로 나누어 고찰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당사자는 동일한 가정을 구성하고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하나의 사생활권으로 묶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는 피해아내가 폭력을 신고하고 가해남편의 처벌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즉 피해아내가 자신의 사생활권을 주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사생활권 침해를 우려하여 개입하지 않으려는 국가의 태도는, 가정의 사생활을 명백하게 가해남편의 사생활에 국한하여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정폭력특례법 제정은 아내폭력에 대한 가해남편의 사생활권이 인정될 수 없음을 명시한 국가의 결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은 검찰이나 법원에서 처분을 결정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처벌법 9조 등)’하도록 되어 있다. 경찰과 검찰 등 사법 관계자들은 이 조항 때문에 많은 경우 아내(가정)폭력이 처벌되지 않는다. 아니, 처벌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피해자의 어떤 의사를 존중하는가’, ‘어떤 의사를 선택할 것인가‘에 법집행자의 의식이 작용한다. 사법관계자들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성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맞게 이를 감안한 법조문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폭력의 근절을 위해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에 귀 기우리기-쌍방폭력의 문제

최근 가정폭력 사건에 있어 특징적 사항중 하나는 가정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피해자’임을 자처해 가정폭력 사건이 쌍방폭력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에는 가정폭력의 범주에 ‘신체적’ 폭력 뿐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성적인 폭력도 포함된다고 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얼마나 심각한 신체적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가가 폭력에 대한 인정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오랜 세월 가정폭력 피해를 당해온 피해자가 쌍방 폭력으로 가해자와 함께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지능적인 대처로 인해 피해자가 더 심한 처벌을 받는 일 조차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잘 보이는 않는 머리를 주로 가격하거나 멍이 잘 안드는 곳을 골라서 폭력하며, 정서적, 언어적 폭력을 주로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은 가정폭력 관련법을 잘 알고 있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하거나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들어 버려 피해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25년간 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불처분 되고 피해자는 보호처분과 상담명령을 6개월 받고, 벌금형을 받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외국에서도 흔히 있는 경우로 외국의 경찰들은 진정한 가해자를 가려보는 방법을 훈련받기도 한다. 또한 ‘불쌍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한정된 피해자에 대한 이미지는, 폭력에 맞서 자신의 억울함을 폭로하고,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 이제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 속에서 극심한 신체적 폭력위주가 아닌 권력과 통제라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드러내고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현실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피해에 대해 입을 다물게 한다. 따라서 외국의 예와 같이  먼저 폭력을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피해의 정도가 어떠한지 등을 포함한 진정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 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체포우선주의의 도입

우리 보다 먼저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국가 개입은 시작한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 법무장관 산하 Task Force팀에서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은 피해자의 의사보다는 폭력행위의 본질에 주목해야한다는 권고사항이 나왔고, 영국의 내무성도 1990년 권고안을 통하여 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의 의지를 철회하더라도 사건의 소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등,영미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체포ㆍ구속하고 이들을 모두 기소하고자 하는 체포강행 정책이 대두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정(아내)폭력은 단순한 가정내 부부싸움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 따라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재범을 억제 할 수 있는 체포우선주의가 실행되어야 한다. 현재 남인순의원이 체포우선주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현행법에서도 현행범의 체포와 조사, 임시조치 청구 등을 할 수 있으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은, 경찰에 대한 의식교육과 함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포 우선주의’를 명문화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많은 연구결과가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에 있어서 ‘체포 우선주의’의 효과성을 입증하고 있다.

 

2011년 서울에서 발생한 박모씨 사건의 경우도 가정폭력을 계속한 이틀 사이에 3번이나 경찰에 신고 했으나 경찰의 초기대응 부족으로 결국 가정(아내)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따라서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위해 체포우선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사법 기관 관련자들에 대한 가정폭력 의식교육

가정(아내)폭력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초기 개입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법 기관 관련자들에 대한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의식 교육이 반드시 체계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06년에 조사된  UN 사무총장에 보고서는 여성폭력과 관련된 법은 효과적인 적용 및 집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법의 이행은 법 집행관, 검사 및 판사를 대상으로 한 의무적이고 체계적인 성인지 훈련, 법의 적절한 적용에 대한 의정서 및 지침을 통해 강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아내)폭력 사건은 가족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가정(아내)폭력 사건을 다루는 모든 사법기관 종사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의무적, 정기적, 지속적으로 가정폭력 관련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내용 역시 수사실무 등이 아니고 가정(아내)폭력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수사와 재판담당자들에게 실시되어야 할 교육프로그램의 내용까지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연방정부의 지원책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 관련법의 전면 개정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대응은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가정(아내)폭력에 대한 전 국민의 의식변화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제대로 기능하고 있니 못하는 가정폭력 관련법에 대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가정폭력 관련 예방정책은 3차 예방,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전 국민 의식변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추정한 문유경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사회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비용은 사법체계, 의료비용, 사회서비스, 가사법률 등 직접비용만 2조821억원으로 추정 된다. 이에 대한 정부의 예방을 위한 예산은 156억으로 0.75%에 불과하다. 가정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여전히 법의 목적을 ‘가정보호’에 두고 있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가정폭력 사건을 보호사건과 형사사건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검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가정폭력 사건의 구분하는 기준을 그간 축척된 가정폭력 사건의 내용을 분석해 마련하고 가해자에 대한 철저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바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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