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1-10   646

[동서남북] 공권력에 의한 갑을(甲乙) 문제

공권력에 의한 갑을(甲乙) 문제-인천시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 계약 파기 사태를 중심으로

신진영 ㅣ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국장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 계약 파기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지난 10월 7일 인천광역시 송림동에 위치한 동구청소년수련관 5층 대공연장에서는 동구 사회복지시설 위탁 파기 및 직영화 추진에 관한 주민토론회가 진행되었다. ‘동구 사회복지정책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토론회의 주최는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 계약 파기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다.

 

발단은 지난 9월 16일 동구청이 사회복지시설 ‘동구청소년수련관’과 ‘화수청소년문화의집’에 일방적으로 위탁을 종료하고 직영하겠다고 통보해온 데서 시작되었다. 위탁기간이 2016년10월까지 남아있지만,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정리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기관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구 예산의 문제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고 수련관은 직영하고 문화의집은 예체능교실로 운영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동구청장은 해당기관과 법인의 면담요청은 거부한 채 보도 자료와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파기의 원인을 방만 운영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한 동구청은 이외 노인문화센터, 노인복지관, 다문화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의 사회복지시설도 직영화를 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정당한 사유 없는 불법 위탁 계약 파기의 문제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의견수렴 없는 비민주적인 결정에 반대하며 지역의 30여 개의 시설 및 단체가 모여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동구청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들

 

불법

 

위탁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인 위탁 계약 파기는 불법이다. 위탁 계약을 파기할 때는 위탁시설이 중대한 비리․부정을 저질렀거나 운영을 할 수 없는 중대한 경영상의 이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한다. 동구청은 위탁시설의 방만 운영과 예산 과다지출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합당한 명분이 없고 설득력이 없다. 이는 추진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또한 현재 동구청은 직영 전환 이후에 구조조정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구청과 체결한 위탁계약서 제14도(직원의 신분보장)에 따른 수탁자가 변경되어도 신분을 보장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사기업도 직장폐쇄 조치는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동구청이 고용승계 의무를 무시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책결정 과정의 비민주주의

 

사회복지시설은 주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구 주민과 시설 운영주체, 시설 이용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의와 토론이다. 정책결정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이번 과정은 밀실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주민들의 의견수렴과정은 완전히 배제당했다. 이는 주민을 진정한 주권자로서 인정하고 통치의 대상자가 아닌 협치의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는 과거 독재정권식의 권위주의의 발로이다.

 

또한 행정의 일관성이 없이 위탁에서 직영, 직영에서 폐쇄까지 오락가락 행태는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아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정책 추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직영이 필요하다면 위탁 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추진하면 될 것이다. 주민의식의 성장과 주민자치의 성숙으로 행정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주민을 복지의 단순 수혜자로 보는 전 근대적인 공급자 중심의 폐쇄적인 행정에서 서비스 이용자인 주민의 욕구와 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열린 행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구청의 행정은 시대 역행적인 행태이다. 한마디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다.

 

정치적 보복 문제

 

현 동구청장은 “전 구청장은 내 지지자와 다르다. 전 청장이 추진하고 주도했던 모든 사업을 100% 재검토해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표적감사에 이은 정치보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구청장이 바뀌고 난 후 전 청장의 치적과 색깔 빼기 속에 정책은 오락가락 휘청대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 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예산절감인가

 

‘방만 운영 및 예산 대비 효율성’을 구실로 직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위탁 계약을 파기하고 직영화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구청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구내식당도 예산 절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또한 동별 행사도 최소로 할 것을 지시하여 동민의 날 조차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청장 자신은 예산 절감과는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하기도 전에 청장실 리모델링과 집기를 교체하는데 2천여만 원을 사용하고 취임식에는 인천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예산 1,075만원을 사용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의 관용차를 6천백만원 상당의 고급차로 교체하려 하고 있다. 예산낭비를 일삼는 구청장에게 예산의 효율성을 논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혈세 낭비

 

동구청의 공문에 따르면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은 인천동구청이 「인천송현초등학교장」으로부터 공유재산 사용 연장승인을 받아 2014년 12월 31일까지 사용하기로 한 건물로써 학교장의 요청으로 2015년 1월부터 원상회복 및 반환조치하게 되어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지 사유를 밝혔다. 동구청과 송현초가 맺은 공유재산 사용허가서 제11조를 보면 사용허가 기간 만료 1개월 전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동구청은 사용허가 신청서는커녕 송현초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 동구청은 송현초와 지난 2012년 개관한 화수문화의집 내 작은 도서관 운영을 최소 10년 이상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사용허가를 연장할 수 있다. 청소년문화의집 위․수탁 계약을 해지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찾지 못하니 공간 자체를 포기해 명분을 만들려는 꼼수로 보인다. 송현초 공유재산은 건립 당시 구비 3억 원이 매칭으로 투입된 건물이다. 2012년 개관한 작은도서관도 2천5백만 원이 시설비로 투입되었다. 청소년진흥법에 의해 청소년문화의집 설치는 지자체의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동구청은 대체 공간을 마련해서 이전해야 한다. 이에 따른 이전 비용은 부지매입비, 건축비, 시설비 등이 추가 소요될 예정이다. 또한 위탁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비용도 예상되고 있어서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낭비된 혈세가 한두 푼이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어리석은 상황이다.

 

공권력에 의한 신종 갑을(甲乙) 문제

 

현대사회는 시장, 국가, 공동체 간의 권력관계의 응축이다. 여기로부터 시장권력, 공권력, 사회권력이 형성된다. 세간을 흔들었던 남양유업 사태 등에서 나타난 것은 대기업과 중소상인 관계에서 발생한 시장권력의 문제였다. 슈퍼 갑인 대기업과 경제적 약자이며 을인 자영업자 사이의 불평등, 노예 계약 문제가 전 사회적인 분노와 이 시대의 모든 을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것이 을살리기 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을지로위원회와 을살리기전국비대위가 결성되었다.

 

이번 동구청의 사태는 슈퍼 갑인 공권력과 을인 민간복지계의 불평등한 관계의 문제이다. 현재 거의 모든 사회복지서비스 업무가 민간에게 위탁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동구청과 같은 사례는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최소한의 신의성실의 원칙도 지켜지고 있지 않는 위․수탁 계약서나 위탁기간의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동구청의 문제는 비단 어느 한 지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 업무 전반의 구조적 문제다. 잘못된 갑을 관계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관협력 관계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지계의 관행적인 문제를 공권력에 의한 갑을문제로 새롭게 해석하고 동구청 사례에서 나타난 악폐를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사회문제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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