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6-01   264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12호, 2016년 6월호 발행

편집인의 글

 

김성욱ㅣ건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는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강산은 두 번 바뀌었겠으나 안타깝게도 그 날 이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난의 고통은 좀처럼 줄지 않은 채 모습을 바꿔가며 여전히 누적중이다. 예상컨대 내년이면 곳곳에서 1997년을 평가하는 자리가 소란스럽게 마련될 것이다. 물론 20년 간의 한국사회를 제대로 평가하고 개선점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있어야겠지만, 1997년이 사실은 그 전 과거의 미래였으며, 단절되지 않은 채 현재와 연결되어 있는 과거였다는 점은 IMF 체제를 해석하려는 우리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의 현실이 단순한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점은 상황인식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지금의 20대들에게서 20년 전 과거 우리가 경험한 고통과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생물이 진화하듯 사회적 고통 또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진단과 치료법 또한 새롭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과거를 책임지려는 노력보다 과거의 공적을 환기시키는 것으로 실존을 확인하려는 목소리에 압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체제와 세월호가 전자라면, 군사정권과 산업화는 후자에 속하리라. 지금 청년들은 과오는 책임지지 않으면서 공적을 향수하며 과오를 합리화하고 이해를 강요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다행히 이들은 구제금융으로부터 ‘생존’했지만 저임금, 미(비)혼, 출산파업 등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존의 위기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위축되고 나약해진 청년세대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20년 후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20대, 그러니까 ‘IMF 둥이’들이 4-50대가 되어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을 때, 그들은 1997년과 2016년 4-50대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우리는 지금 이 청년들에게 책임감이 무엇인지 몸소 알려줄 수 있을까. 성장한 이들은 우리세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부양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하는 길이 단 하나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호 복지동향은 주거복지문제를 다룬다.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제도의 한계와 전월세 대책문제, 민간기업형 임대주택문제 등. 가난과 질병치료의 최선은 ‘가득 찬 솥’이라는 속담이 있다. 원래는 영양결핍 해소이지만,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안정된 소비력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복지를 소비력의 이전(移轉)으로 규정한다면 이 속담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세대를 아울러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가장 큰 소비(?)의 문제는 주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세대를 재생산하기 위한 가장 큰 재화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모세대는 주택구입을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전과는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광범위한 규모의 주거취약계층, 주택의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가치하락, 상승하는 전월세와 주택가격을 따라가기에 버거운 소득, 노인세대의 인식변화와 평균수명 증가 등에 따라 요원해진 부모세대로부터의 주택상속 등은 주거문제 해결에 있어 전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주택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20년 간 지속되고 있는 고통의 미약한 해법이나마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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