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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8
  • 2018.05.01
  • 139

가정 내 폭력, 권력과 불평등의 문제

송아영 |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가족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행복, 단란함, 편안함, 즐거움, 도움 등 우린 가족을 긍정적인 이미지로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그 구성이 어떻든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서로의 행복을 지지해주고 성장을 바라는 속성으로 가족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입장에서 가족 내 폭력이라는 단어는 매우 낯설 수밖에 없다. 긍정적 가족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는 가정 내 폭력이란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어떠한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난 몇몇의 안타까운 경험으로 이해되기 쉽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배우자 폭력, 그리고 아동학대 사건은 매우 끔찍하고 슬프며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적 이슈이지만 대부분 그 피해자들의 경험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중은 분노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요구하지만 그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버리고 가정 내 폭력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미진하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가족 내 폭력은 정말 우리 사회의 몇몇에게만 한정된 경험일까?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가족 내 폭력은 생각보다 매우 흔하게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현상에 가깝다. 아마도 당신은 “내 주변엔 가족 내 폭력으로 맞거나 상처가 난 사람이 없는데? 어째서 일반적 현상이라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신체적 상해, 부상 등과 관련한 신체적 폭력 외에 다양한 유형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언어적으로 또는 심리적인 폭력과 관련이 있는 정서적 폭력, 원하지 않는 성관계의 강요나 성적 착취와 관련한 성적 폭력, 그리고 폭력으로 인한 상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형의 가정 내 폭력에 실천가와 연구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경제권을 독점하면서 경제적 자유나 참여를 허하지 않는 경제적 폭력, 가족 내 구성원의 자유와 선택권을 구속하는 통제, 그리고 필요한 욕구를 무시하거나 이를 충족시키지 않는 방임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 유형이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은 우리 주변에, 아니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삶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우자 폭력·아동학대, 그 발생 추이1) 

매 3년마다 이루어지는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가정폭력이 얼마나 만연한 현상인지를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지난 일 년 동안 우리 한국인은 40~50%정도의 비율로 어떤 유형의 폭력이든 가정폭력 중 배우자 폭력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2) 물론 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좀 더 구체적인 현황을 알 수 있는데, 신체적 폭력의 경우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11.6%, 16.7%였던 발생률이 2013년 7.3%, 2016년 3.7%로 줄어들고 있으며 정서적 폭력의 경우 2007년에서 2013년의 경우 약 33~42%의 발생률을 보여주던 것이 최근의 결과인 2016년 12.5% 정도로 그 발생률이 줄어들고 있다.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성학대 등 거의 대부분의 폭력이 2010년 가장 발생률이 높았으며 2013, 2016년을 거치며 어느 정도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그러나 2016년 새롭게 추가 된 통제의 경우 37.7%의 발생률을 보여주어 가정폭력의 주된 유형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많은 가정들이 배우자폭력을 경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 내 폭력의 또 다른 중요 형태로 살펴볼 수 있는 아동학대는 어떠한가? 아동학대의 경우 반드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사 결과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약 82.3%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동에게 있어 가정이 주요한 학대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4) 2015년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아동학대의 신고 및 접수, 그리고 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접수 건은 19,214건이었으며 이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16,65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715건이 아동학대 건으로 판단되었다. 

 

아동에게 이루어지는 학대의 유형은 중복학대(45.6%), 정서학대(17.5%), 방임(17.2%), 신체학대(16.1%), 성학대(3.7%)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의 경우, 한 해 동안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5) 한국의 아동들이 아동학대에 얼마나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동학대 발생률에 대한 국가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건수를 바탕으로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정폭력 발생률의 접근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전체 아동 대비 19,214건의 접수에 대해 수치 자체에만 집중하면 심각한 발생률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이는 아주 위험한 접근이다. 아동학대는 일반적으로 빙산이론6)을 바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 발생하는 아동학대 중 신고접수 되는 건수는 극히 일부이다. 실제로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 자녀학대 실태 부분의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27.6%의 발생률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결과를 살펴보며 행복의 공간으로 이해되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만연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 내 이러한 폭력의 발생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권력(power), 그리고 불평등으로서의 가정 내 폭력

인권의 신장과 여성주의의 강화라는 사회적 변화는 가정 내 폭력을 사적인 문제로서 개인적인 해결과 화해를 바랬던 기존의 인식에서, 가정 내 폭력을 적극적으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공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데 원동력으로 작동하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됨에 따라 이 현상에 대한 원인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가정 내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과 폭력이 발생하는 가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폭력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나 문화, 인식 등을 바탕으로 가정 내 폭력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들은 가해자의 성격적 특성이나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가해자의 아동기 폭력 경험,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실업상태의 가정, 지역사회의 특성, 가정 내 폭력에 대한 법적 사회적 대응, 폭력에 대한 인식 등이 가정 내 폭력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살피는 데 주목적이 있었다. 

 

가정 내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많은 학자와 실천가들은 가정 내 폭력은 궁극적으로 권력(power)과 불평등(inequality)의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권력과 불평등은 타인의 권리와 자율성을 박탈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권력과 불평등의 개념으로 가정 내 폭력을 이해하는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 가능하다. 첫째, 관계적 권력과 불평등이다. 이는 가정 내 구성원들 간의 권력과 불평등의 결과로서 가정 내 폭력을 이해하는 노력과 관련한 접근이다. 아마도 가정과 권력, 불평등의 개념을 연관 짖는 것이 낯선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 역시 하나의 사회체계이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장이기 때문에 그 상호작용 속에서 권력의 분배에 있어서의 불균형, 불평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권력과 불평등이다. 가정,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사회적인 약자인 경우, 사회적인 불평등을 경험하는 경우 가정 내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보는 사회적인 개념에서의 접근을 이야기한다. 

 

우선, 관계적 권력과 불평등의 측면에서 가정 내 폭력을 살펴보자. WHO는 가정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의 관계적 원인으로서 가정 내 남성의 권력독점성(male dominance in the family)을 지적한다. 가해자의 가부장적인 태도와 남성 중심적 사고는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가정 내 폭력을 예측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아동 학대에 있어서도 부모의 가부장적 태도나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 즉 권력 관계에 있어 아동을 권력 하위에 놓고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 아동학대의 발생이 커질 수 있다. 배우자 폭력에 있어 주요 실천 방법으로 활용되는 둘루스모델(duluth model)7)의 경우 배우자폭력의 원인을 권력과 통제(power and control)에서 찾는다. 배우자를 동등한 개체로서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 자신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믿거나 가해자가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배우자 폭력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가정 내 권한과 권력, 그리고 자율성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권력의 균등한 분배, 그리고 자율성과 가정 내 평등의 회복을 목표로 가정 내 폭력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사회적 의미에서의 권력과 불평등의 관점에서 가정 내 폭력에 접근해보자. 가정 내 폭력은 폭력이 발생하는 가정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는 것만큼 가정을 둘러싼 환경적, 사회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WHO는 배우자 폭력을 사회 불평등의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인 여성 인권의 수준, 사회 문화적으로 성평등 인식의 부재, 이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정도 (법과 제도) 등에 따라 배우자 폭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이나 아동의 인권이 사회 전반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거나 낮은 경우 가정 내 폭력의 가능성은 높아지며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적인 경우, 법이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 가정 내 폭력은 증가한다. 배우자 폭력이나 아동학대는 그 대상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경우 그 위험성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소득불평등은 아동학대를 예측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8) 미국의 3,142개의 카운티의 평균소득에 따른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소득 불평등 및 아동 빈곤이 아동 학대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소득과 배우자폭력의 관련성 역시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사회적 불평등의 한 현상으로 가정 내 폭력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배우자 폭력이나 아동학대에 더욱 취약하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인 권력구조나 의사결정 등에서 소외되어 있는 취약계층 중 장애여성의 경우 배우자 폭력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나 노숙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배우자 폭력 및 다양한 폭력 특히 성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을 경험할 가능성이 비노숙 여성보다 높다는 연구 등등 많은 연구들이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폭력을 사회구조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았을 때, 가정 내 폭력은 단순히 개인적 요인이나 특성에 기반한 현상이라기보다는 권력과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평등의 요소가 다양하게 존재할수록 폭력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교차이론(intersectionality theory)에서는 위험요인, 불평등의 요인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 가정 내 폭력의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유색인종이면서 이민자이면서 교육수준이 낮고 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의 경우 배우자 폭력에 희생될 가능성이 불평등 요인이 1~2개인 여성에 비해 높아진다. 따라서 가정 내 폭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불평등과 권력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의 누적적 효과를 살피는 노력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짧은 기고문에서 가정 내 폭력의 불평등적인 속성을 자세하게 살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배우자 폭력과 아동학대를 권력과 불평등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그 구조적인 특성을 수용하여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리는 데 본 기고문이 기여하기를 바란다. 


1) 가족 내 폭력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본 고에서는 가장 주된 유형으로서 가정폭력, 그리고 아동학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친밀한 배우자 또는 파트너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의미하는데, 이는 배우자 폭력, 부부폭력 또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라는 용어로 대치할 수 있다. 

2) 2016년 가정폭력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살펴 본 배우자폭력 현황

3) 2016년도의 가정폭력실태조사의 결과 눈에 띄게 그 발생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며 이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차후 2019년의 조사결과를 통해 변화를 연속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4) 2015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실린 아동학대 발생장소 결과를 살펴보면 가정이 82.3%, 어린이집, 학교, 유치원은 3.7%, 2.2%, 1.8%로 나타났으며 아동복지시설은 2.8%, 기타복지시설은 3.1%로 나타났다.

5) 연합뉴스 보도자료 (2016.12.27.). 아동학대 사망 올들어 28명...2년새 2배.

6)  류정희 등(2016). 생애주기별 학대·폭력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정책대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 211.

7)  자세한 사항은 duluth-model.org 참조

8) Eckenrode, J., Smith, E. G., McCarthy, M. E., & Dineen, M. (2014). Income inequality and child maltreatment in the United States, Pediatrics,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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