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8 2018-08-01   2944

[기획5] 민간복지 분야에서 바라본 커뮤니티 케어

민간복지 분야에서 바라본 커뮤니티 케어

–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전재현 | 목동하늘샘 시설장

커뮤니티 케어라는 그림

2018년 6월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비전으로 설정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커뮤니티 케어 추진방향’을 공표했다. 거창한 비전으로 시작된 커뮤니티 케어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정부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민간 영역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란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하며, ‘돌봄ㆍ복지 등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체계 강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병원ㆍ시설의 합리적 이용 유도,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 강화 및 책임성 제고’와 같은 다섯 가지 핵심 추진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획일적 서비스와 인권침해 사례 등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취약계층들은 불충분한 재가서비스로 인해 병원이나 시설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과 기존 복지의 틀을 확대하여 보편적 수요인 돌봄에 대해 부처 간 협업 및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복지를 구현하려는 커뮤니티 케어의 의도에 민간영역 전문가들도 상당수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본 저자의 연구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시설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당사자 중심의 통합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함을 제언한 바 있다(전재현, 2017).1)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재활서비스 개선방안 연구결과에서 다양한 유형의 정신재활서비스와 지역사회의 복지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역량을 강화하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현재 대부분의 정신재활시설은 이용자 중심이 아닌 시설 중심의 정신재활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타 시설과의 통합적인 자립생활지원 및 서비스 연계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실례로 공동생활가정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함께 이용하는 주간재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표와 서비스 계획이 공유되지 못한 채 각 시설별로 서비스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분절된 정신재활서비스는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인 정신재활서비스 제공 방안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림 5-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읍면동 돌봄통합창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보건, 주거, 복지, 자립지원 등 다양한 자원과 기관을 연계하여 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커뮤니티 케어의 취지이다. 시설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는 장애인, 아동과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하며,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가 잘 시행된다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5-1> 읍면동 커뮤니티 케어 연계체계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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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될 것인가, 그림자로 남을 것인가!

사실 커뮤니티 케어라는 그림이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희망복지지원단,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센터’) 등 기존의 그림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민간 사회복지사로서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었으니 복지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또 다시 밑그림을 그려야만 할까? 이미 그려진 밑그림을 수정하고, 기존의 복지도구를 활용하여 색을 입힌다면 더 완성도 높은 복지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다양한 지역에서 선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검토하여 성과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인 커뮤니티 케어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역은 오랫동안 민간네트워크가 촘촘히 구성되어 민간 영역에서 복지거점 역할을 주도하는 곳이 있으며, 또 다른 지역은 관 중심으로 공신력 있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같은 취지라도 지역마다 그 그림의 모양과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한돌봄센터의 그림도 위의 그림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그러나 경기도무한돌봄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희망복지지원단과 찾동센터에는 없는 실질적인 민관협력과 지역특색에 맞는 네트워크 모형에 있다. 돌봄통합창구에 공무원과 민간전문인력을 배치하고, 거점지역(민간기관 또는 읍면동)에 민간 또는 공공 네트워크팀을 한 팀으로 구축하여 지역사회가 하나의 복지유기체처럼 작동하는 것이 무한돌봄센터의 원 모형이다. 도시나 농촌 등 지역별 상황에 맞게 그 모형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몇몇 지자체는 희망복지지원단이라는 획일화된 모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민간은 배제된 채 관 주도의 복지시스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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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전달 체계가 개편되고 새로운 복지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민간 영역의 역할과 체감도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희망복지지원단,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의 민간은 지역사회 복지시스템이라는 그림 속에 포함되었는지,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는지를 점검해본다면 그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관 주도 복지전달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그림이 아닌 또 하나의 그림자로 남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커뮤니티 케어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은 민관의 협력이다.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 구축에 민간전문가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이 구경꾼이 아닌 구성원으로써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기관들의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이 협의구조가 아닌 커뮤니티 케어 실행구조2)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공공 영역에서 이미 설치 운영되고 있는 희망복지지원단과 찾동센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까지 지역 중심의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복지모델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복지모델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 케어의 그림은 좀 더 완성도가 높아 질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케어 그림 속,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현재 세계적인 정신건강 정책의 방향은 정신질환치료에서 정신건강증진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 보건복지 연계 등 지역사회 인프라 및 정신재활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는 사회적 자본과 지역사회 복지생태계 구축을 통해 더 많은 정신장애인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서 커뮤니티 케어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의 추진방향에도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를 위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어, 비자의 입원 절차를 강화하였으나 지역사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여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중간서비스 모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사회 정착지원을 목표로 의료기관의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을 통해, 퇴원계획 수립 등 퇴원 후 지역사회 돌봄연계를 강화하고, 퇴원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거주훈련 등 사회복귀 지원을 위한 중간집(halfway house)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 주도의 중간집은 지역사회에서 민간 영역과 융합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섬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민간의 자원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미 민간 영역에서 선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원주택 및 독립주거 지원 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간집 시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전환시설이나 가정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정착을 위한 통합서비스시스템이다.

커뮤니티 케어의 추진방향에 맞게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정신재활시설 간 네트워크 구축과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며 허브역할을 할 수 있는 복지플랫폼이 설치ㆍ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재활시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 정신재활시설협회가 있지만, 주로 시설운영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일부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는 시설에 등록한 이용자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연속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시설 내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므로 권역별로 정신장애인 복지플랫폼을 설치하여, 주거와 건강, 여가와 문화, 직업과 소득보장, 참여와 권리옹호 등의 포괄적인 복지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지플랫폼의 운영은 지역상황에 맞게 구성되어야 한다. 도심지역의 경우 기존 정신재활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하여 전문성 있는 자립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읍면동 등 관에서 주도하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 케어 등 읍면동을 포함한 지역복지 거점기관에 공무원과 함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민간 사회복지사와 당사자 동료지원가를 배치한다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전문적인 개입과 민간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복지플랫폼에 민간 인력을 실행인력으로 투입하여 정신재활시설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정신장애인 지원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민관협력을 통해, 커뮤니티 케어가 또 다른 그림자가 아닌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청사진이 되기를 희망한다.


1) 전재현(2017), 「정신재활서비스가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역량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지지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숭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 커뮤니티 케어의 협력기관이 아닌, 실행인력과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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