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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8.01
  • 540

소득주도에서 복지주도로의 전환
: 역진적 조세지출 조정으로 혁신적 기초소득 보장

 

은민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초빙교수

 

서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의 복지개혁은 나름대로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크게 가시적이거나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정권 초기에 소득주도성장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는 점과 초기에 시도해야 성공 확률이 높은 재정확보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으로 보인다. 이 글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재정을 확보하여 혁신적인 소득보장정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정권 초기에 시도했던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와 복지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의 필요성, 역진적인 조세지출의 현황과 문제점, 부의 소득세를 활용한 기초소득제도(GI: Guaranteed Income)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포용국가와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 

엄밀히 말해서 국가유형에 포용국가(inclusive state)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학의 국가유형에서 발전국가, 독재국가, 복지국가와 같은 국가유형은 있어도 포용국가란 개념과 유형은 없다는 점에서 포용국가는 국가론의 반열이 아닌 ‘정책기조’ 혹은 ‘국가전략’ 수준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치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인’ 대통령제는 있을 수 있어도 대통령제 유형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마도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 등장한 포용적 제도의 우월성을 국가유형으로까지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 포용국가에 발맞춰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이 등장하였고 이는 한국 사회정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원형인 임금주도성장론

소득주도성장론의 원형은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이 지체되자, 노동소득 분배율의 하락이 소비 위축과 성장 저하를 초래했다고 판단한 포스트 케인스주의자들이 시장에서의 소득분배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위하여 ILO를 통해 임금주도성장모델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국은 ILO 모델에 자영업자를 포함시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임금주도성장론은 애초 논의 과정에서부터 국가별로 혹은 시기에 따라 노동소득이 성장을 주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본이윤이 성장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실질임금의 상승이 비용 증가로 인해 수출경쟁력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갑작스러운 정치 일정상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최저임금을 중심으로 하는 사실상 시장소득주도의 성장 정책이 추진되었고, 높은 자영업자의 비중을 고려하여 제시된 이 모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오히려 자영업자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최저임금제로 인한 고용감소와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로 노동소득분배율만 악화된 것이다.

 

임금주도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 중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세 도입을 일국만 도입할 경우 그 국가만 망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주장한 것처럼, 이윤주도 체제 국가들에 포위된 조건에서 우리만 임금주도성장을 추진할 경우 자칫 ‘바보’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온전하게 ‘임금주도성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세계적 차원의 케인지안적인 뉴딜”이 필요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폐업과 실업률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언젠가부터 소득주도성장에서 OECD, IMF, WB(세계은행) 등이 주장하는 ‘포용적 성장’으로 조용히 옮겨가고 있다.

 

포용적 성장론은 성장의 과실이 사회에 골고루 갈 수 있도록 경제와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강조하는 경제모델이지만 임금주도성장론에 비해 정체가 불분명하고 공허하다.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사회적 양극화, 저소득층 방치, 수요 부족 등의 결과를 ‘반성’하며 지속가능하고 따뜻한 자본주의를 연상시키는 “포용적 성장”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기회균등, 빈곤층 소득보장, 사회서비스 확충 등에 있어서 매우 추상적인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용적’ 성장이란 표현 자체가 대중 친화적이고 정치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시장 임금” 주도가 아닌 “사회적 임금” 주도의 성장

 포용적 성장을 정치적 레토릭으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력한 의지를 담아 진정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같은 ‘임금’이지만 시장 임금 대신 사회적 임금(복지소득)주도의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은 공급능력의 확대에 중점을 둔 결과 내수 진작에 의한 수요 증대에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좋든 싫든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 대한 케인지안적인 ‘수요 증대’와 슘페터적인 ‘공급 혁신’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세제도와 관련하여 수요를 증대하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부동산 보유세 강화 

한국과 같이 주거비용이 턱없이 높은 조건에서는 주택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아무리 시장임금과 복지급여를 인상해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으로 전환되지 않고 주거비용으로 증발하게 된다. 따라서 그 어떤 소득보장제도를 실시하든 주택정책과 병행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백방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처방이지만, 공급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수요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은 영리임대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양 측의 주택 가격과 주택의 질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어 이른바 ‘마블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여기에서 승리한 공공주택과 공공임대는 민간주택 소유 부문과도 경쟁할 수 있다. 해외 선진복지국가들의 공공주택정책 사업의 경험을 보면 중간계급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들이 얼마나 공공부문으로 갈아타느냐에 따라 공공임대가 슬럼화되지 않고 민간 주택의 수요가 낮아지며 그만큼 주택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고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재정확보 수단은 종합부동산세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보유세 비중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액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할 뿐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추진해야할 정책이다. 특히 부동산 소유는 복지와 상쇄관계(trade-off)에 있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가 증가하면 재분배나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는 감소하게 된다. 집권에 성공한 우파정당이 가계부채를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소유를 유도하는 이유이다.

 

2018년 12월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법에서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6억 원을 초과할 경우, 전체 금액이 아닌 그 초과분의 85%에 대해서만 0.5%(6억 원 이하)에서 최고 2%(94억 원 초과)까지의 세율을 적용한다. 단, 1세대1주택자의 경우에는 9억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대상이 된다. 새로운 종부세에 의한 2019년 증세효과는 3.5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지가 상승을 기다리며 놀고 있는 비생산적인 부동산 소유 등에 대해 더욱 중과세할 필요가 있다.

 

부자를 위한 역진적인 조세지출(tax expenditure)

조세지출은 소득세를 납세한 사람에 대해서 공제와 감면을 해준다는 점에서 역진적(regressive)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지출이란 점에서 은밀한 지출(stealthy expenditure)이다. 가장 좋은 표현은 숨겨진 보조금(hidden subsidies)이다. 주로 선거와 관련하여 자기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비과세·감면제도의 종류가 거미줄처럼 너무 많고 복잡하여 감면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소득세 감면제도도 비과세나 세액공제·감면보다는 소득공제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더욱 역진적이다. 소득공제는 소득 중 일부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여 세금을 감면하는 제도이지만, 한계세율이 높은 부자가 보다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산출된 세액 중 일부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세액공제에 비해 역진적이다. 그러나 세액공제 역시 어떤 지출 항목에 대하여 공제해주느냐에 따라 역진적일 수 있다. 따라서 따라서 혁신적 소득보장제도 도입과 그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조세지출을 조정해야만 한다.

 

최근 유승희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지출은 아래의 표와 같이 매우 역진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소득공제와 감면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종합소득세는 총 29.7조 원을 거두었으나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에 따른 감면액이 11.3조 원에 달했다. 종합소득세의 각종 공제에 따른 전체 감면액 11.3조 원 중 상위 10%(10분위) 소득자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6.6조 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 반면, 하위 10% 소득자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460억 원으로 전체의 0.4%에 불과했다.

 

근로소득세는 그 역진성이 종합소득세보다 심하다. 2017년 근로소득세는 총 34.7조 원을 징수했으나 근로소득 각종 공제에 따른 전체 근로소득세 감면액은 59.4조 원에 달했다. 근로소득세의 각종 공제에 의한 전체 감면액 59.4조 원 중 상위 10%(10분위) 소득자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19.1조 원으로 32%를 차지한 반면, 하위 10%(1분위) 소득자들이 받은 감면 혜택은 약 2,600억 원으로 0.4%에 불과했다.

 

 <표 1-1> 2017년 소득세 공제로 인한 소득분위별 세금감면 혜택 총액

 

조세지출의 단계적 축소 필요성

소득공제는 한계세율이 높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감면해주기 때문에 소득분배에 역진적이고, 세액공제도 부자들이 더 많이 지출하는 부분에 대하여 공제할 경우 소득분배에 역진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근로소득세 감면액이 세수의 2배 가까이 되고 종합소득세 감면액이 세수의 1/3이나 되는 큰 규모의 역진적인 감면 혜택의 구조를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소득공제를 당장 폐지하는 전면적인 개혁이 어렵다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표 1-2> 2017년 소득세의 소득공제 중 인적공제 규모

 

과세대상 근로소득(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한 것이 근로소득금액이다. 근로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를 하면 과세표준이 나오고 과세표준에 근로소득세율을 적용한 결과가 산출세액이다.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결정세액이 구해진다. 현행 제도에서 소득공제는 크게 인적공제, 연금보험료 공제, 특별공제, 조세특례제한법상 공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폐지를 고려해볼만한 항목은 인적공제이다. 종합소득의 인적공제 조세지출액은 2017년 기준으로 약 19.4조 원이고 폐지할 경우 결정세액은 29조 7천억 원에서 32조 6천억 원으로 늘어나 현재보다 2조 9천억 원의 세입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소득의 소득공제인 약 125조 원 중에서 기본공제와 추가공제의 합은 약 53조 원이며, 이 공제를 폐지할 경우 결정세액은 34조 7천억 원에서 40조 원으로 늘어나 약 5조 3천억 원이 증가할 것이다. 결국 종합소득과 근로소득의 인적공제 항목만 제거해도 8조 2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 폐지를 검토할 수 있는 대상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이다. 도입 목적은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고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신용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되어 더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세 감면 규모도 그만큼 커지고 있지만, 공제혜택이 카드 사용금액이 많은 고소득 집단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소득공제를 폐지하거나 세액공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합소득의 조특법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23조 9천억 원이고 근로소득세의 조특법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약 2조 7천억 원이다. 합해서 약 26조 6천억 원인데, 이 소득공제를 폐지하게 되면 대략 4조 원 정도를 추가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표 1-3> 2017년 소득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

 

증세반대를 넘어서기 위한 증세-복지 연계 전략 

이미 1980년대 말부터 다수의 선진국가들은 세율은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방향의 조세개혁을 단행하였다. 세원을 넓히기 위하여 주로 사용한 수단은 각종 비과세 감면의 조세지출을 단순화하여 세입징수를 효율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3년도에 비과세·감면(조세지출)제도를 대폭 폐지하여 당시 30조 원으로 유지되고 있던 조세지출을 10% 축소시켜 27조 원으로 낮추어 5년간 1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또한 과세표준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소득공제를 과세형평에 맞춰 세액공제로 바꾸려고 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개편안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조세지출 개혁의 어려움은 한번 주어진 세제혜택은 권리로 인식되어 이를 변경할 경우 상당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항의 명분을 억제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집합적 논리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세지출 폐지와 복지급여 확대를 연계시키는 전략이다.

 

선진 복지국가의 조세개혁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누구로부터, 얼마를 징수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을 위한 증세인가’라는 점이다. 스웨덴, 프랑스, 일본 등 1990년대에 대대적인 조세개혁을 시도했던 국가들은 세제개혁에 대한 조세저항이 예상될수록 증세 목적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들은 증세의 당위성을 복지확대에서 찾았다. 증세 목적이 복지와 연계될수록 조세개혁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을 오랜 실패의 경험 끝에 알아낸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세금이 복지로 체감되지 않았던 한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조세지출 축소와 소득보장을 일체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특히 조세지출 폐지 과정에서 가시적인 피해자가 될 서민층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그들을 수혜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소득보장제도가 제시되어야 한다.

 

조세지출의 단순화와 현금급여의 단순화: 부의 소득세를 활용한 기초소득(GI) 보장

가장 좋은 세제개편은 조세지출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일부 필수불가피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통폐합하여 단순화시키는 것이 유익하다. 동시에 복지지출 역시 다양한 이름의 현금성 급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복잡한 세제와 현금급여를 가장 간단하면서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로 부의 소득세(NIT: negative income tax)를 활용한 기초소득보장(GI)을 고려해볼 수 있다.

 

GI는 무조건적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과 공공부조의 중간단계로 규정할 수 있으며, 한마디로 ‘부자 배제적이고 차등적인 기본소득(BI)’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제도와 결합된 형태의 GI는 캐나다뿐 아니라 호주, 핀란드 등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 과정에서 진지하게 검토했던 방식 중 하나로서 제공하는 소득급여가 높지 않고, 근로유인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지급절차가 단순하기에 행정비용이 낮고,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제도적 매력이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의 목표와 효과에 근접해 있으면서 여러 가지 제도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완전한 기본소득을 향해 나아가는데 유용한 징검다리 역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활용한 GI 제도는 근로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시장소득 수준 이하일 때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증가하는 시장소득만큼 급여액이 줄어들지만, 근로를 할수록 전체 총액은 증가하며, 높은 시장소득이 있는 수준에서는 급여가 사라지도록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이념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득보장 수준이나 급여감소율 등의 제도설계에 따라 기본소득의 이념형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전통적인 자산조사 프로그램과 달리 NIT/GI 제도는 저소득층과 빈자들만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비해 ‘부자 배제적’인 특성은 있지만, 공공부조처럼 ‘빈자 선별적’이지는 않다. 이 방안은 진보진영뿐 아니라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급여도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인해 중도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으로부터도 지지를 얻거나 최소한 묵인을 받아내기 유리하다. 최근 판 파레이스는 <21세기 기본소득>에서 “공정하게 말해, 정치적인 실현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 소득세 제도 쪽이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판 파레이스, 2018: 100).

 

모든 NIT 모델은 크게 보장수준(guaranteed level), 조세환수율(tax-back rate), 급여중단점(break-even point)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보장수준(guaranteed level)으로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급여수준을 의미하며 국가마다 상황에 맞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조세환수율(tax-back rate)은 수급자가 기본소득급여 외에 추가소득이 증가할수록 급여가 줄어드는 비율을 뜻하며 이 역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급여중단점(break-even point)은 제공되는 급여가 사라지는 소득수준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람들은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한다. 이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의 결과가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기초소득(GI)이 된다. 즉 기초소득(GI)은 국가의 보장수준에서 소득에 조세환수율을 적용한 금액을 제한 금액이다. 그리고 기초소득이 0이 되는 지점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급여중단점이 된다. 높은 보장수준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소득을 제공하는 데 적절하며, 낮은 조세환수율은 근로를 독려하는데 적합하다.

 

NIT/GI의 예시

하나의 예시로 조세환수율과 소득세율이 20%로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기본소득과 기초소득을 간단한 조건하에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조건은 국가가 기본소득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급여수준이 연 500만 원이며, 시장소득이 증가할수록 급여가 감소되는 조세환수율은 시장소득의 20%이고, 급여가 중단되는 소득수준을 2,500만 원으로 전제하였다.

  

<표 1-4> 기본소득과 기초소득 비교

 

GI는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세환수율과 일반세율이 동일하다면, 무조건적 기본소득과 기초소득은 급여계산 원리와 급여액이 정확히 일치한다. 단지 세금을 부과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느냐 조세환수가 적용된 기본소득을 지급하느냐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조세환수율과 누진적 소득세율을 위의 사례와 같이 완벽하게 통일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소득세율 체계와 조세환수율의 차이, 모두에 대한 지급과 일부를 제외한 사람에 대한 지급이라는 대상 차이에 따라 두 제도 간 재정부담 정도와 소득재분배 효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동일한 조건이라면 제한된 사람들에게 차등적 지급을 하는 기초소득이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비해 소득재분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문재인 정부 초기에 야심차게 시도되었던 최저임금 중심의 소득보장은 며칠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임기 내 실행 불가’ 선언으로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보장을 통한 소득보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실정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늦었지만 복지소득의 확대를 통하여 내수를 확장시키는 방향의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필수적인데, 본격적인 증세에 앞서 현재의 역진적인 조세지출을 축소 조정하는 것부터 검토해야 한다. 소득의 실효세율을 낮추는 조세지출의 항목 중 기대 편익이 작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부터 폐지하는 조치는 향후 본격적인 세금 인상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제4차 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취업과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보장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줄 것이다. 지속적인 저성장 추세, 점차 줄어드는 고용기회, 짧아지는 고용기간, 길어진 기대수명 등을 인정한다면 시민권에 기초한 조세중심의 소득보장을 설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세금와 복지는 누구나 이해하고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 양자를 통합할 수 있는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식으로 NIT를 활용한 기초소득(GI)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일부 부자를 제외하고, 근로와 상관없이, 시장소득 증가에 따라 점감하는 급여를 개인별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제도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조세지출에서는 복잡하게 나열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항목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복지지출에서도 생계급여,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 구직수당이나 청년수당과 같은 사회수당, 검토 중인 한국형 실업부조 등 현금급여 항목들을 기초소득(GI)으로 통합시켜야 한다. 물론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사회서비스, 현물지급 제도의 유지와는 상관없다. 끝으로 반드시 부동산 문제의 혁신과 병행되어야 한다. 국가의 소득보장이 주택의 공공부문 확대 및 종부세 인상과 병행되지 않으면, 모두 임대료와 월세, 전세비용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국회입법조사처. 2019. “지표로 보는 이슈: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현황 및 시사점”.

유승희 의원실. 2019. “각종 공제에 따른 종합소득세 감면 혜택”(2019.4.16.). 보도자료.

은민수. 2012. “복지국가와 역진적 조세의 정치: 스웨덴, 프랑스, 일본의 부가세와 보편적 사 회기여세(CSG)의 개혁과정”, 『한국사회정책』 19(4), 207-250.

은민수 외. 2013. “한국의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전략 연구”. 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

은민수. 2017. “NIT(Negative Income Tax) 방식의 기본소득보장: 캐나다의 도입방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한국에 적용가능한 방안 탐구“. 《비판사회정책》. 54:7-51.

은민수. 2018. “임금주도에서 복지주도로: 포용적 성장을 위한 기초소득 보장(GI)“. 2018년 사 회정책연합학술대회발표문.

은민수. 2018. 공저. “한국의 복지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코리아 컨센서스: 민주주의와 평화》. 나눔의 집.

판 파레이스 & 반더보흐트. 2018. 《21세기 기본소득》. 흐름출판.

 

1) 인적공제는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 공제로 구성된 기본공제와 경로우대, 장애인, 부녀자, 한부모 공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금보험료 공제는 국민연금보험료 공제, 기타 연금보험료 공제, 주택담보 노후연금 이자비용 공제로 구성되어 있고, 특별공제는 보험료 공제, 주택자금 공제와 기부금 공제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조특법상 공제는 개인연금저축 공제와 신용카드 공제, 고용유지 중소기업 공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기존의 무조건적 기본소득(BI: basic income)과 구분하기 위해 ‘기초소득(GI: guaranteed income)’이라 지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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