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대표적 의료민영화 정책인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애를 쓰고,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의료진들이 지금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원격의료와 같은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재난을 빌미로 기업만 배불리는 ‘재난 자본주의’일 뿐입니다. 정부는 원격의료 정책 추진을 즉각 멈추고, 공공병원 확충·공공의료인력 확보 등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20200527_사진_원격의료 반대 기자회견

2020.5.27.(수) 오전 10:30 청와대 앞. 원격의료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 <사진=무상의료운동본부>

 

 

▣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원격의료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
  • 일시 : 2020년 5월 27일(수) 오전 10시 30분
  • 장소 : 청와대 분수대 앞
  • 주최 : 무상의료운동본부
  • 프로그램
    • 여는 말 : 유재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언1 :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발언2 :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선임간사
    • 발언3 :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
    • 발언4 :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
    • 기자회견문 낭독 : 변희영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 기자회견문

 

대표적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 의료비 폭등,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라.

 

대표적 의료 민영화 정책인 원격의료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음 달 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비대면 산업 육성의 하나로 비대면 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한겨레>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염 대응을 위해 … 전화 상담·처방의 허용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포함하는 방안”을 얘기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통신망과 같은)비대면 의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예산을 일부 반영하려 한다”고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와 감염 대응을 ‘비대면 의료’ 추진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범위 확대”, “새로운 부가서비스”, “비대면 의료 플랫폼 구축”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감염병 사태로 불가피하게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에 그치는 것이 아닐 것임을 알 수 있다. ‘비대면 의료’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원격의료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추진돼 왔다. 2018년 6월 15일 경총은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경총은 “특히 영리병원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답해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는 원격의료를 “규제혁파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만든 삼성의 미래전략보고서인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이른바 HT(Healthcare Technology)보고서, 2010.8.]의 내용들이 차근차근 진행돼 온 것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 보고서에는 “원격의료 산업의 구성”에 “측정기기(혈당, 혈압, 체성분, 심박),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 시스템, 의료정보DB, 상담·처방, 보험”이 망라돼 있다. 그리고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규제 완화 정책들과 삼성 보고서에 제시된 원격의료 관련 정책들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측정기기”: 체외진단기기의 임상시험 승인·허가 절차 완화와 신의료기술평가 면제로 신속한 시장 진입,
  • “측정데이터 관리 및 전송시스템, 의료정보DB”: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병원에 축적된 의료정보와 같은 민감정보를 가명처리해 당사자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악,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 민감성이 높은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 민감성과 재식별 가능성이 높은’ 의료정보도 기업에 제공,
  • “상담·처방, 보험”: 국민건강보험법상 보건소, 병의원, 약국 등이 건강보험급여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인 만성질환자 상담·관리와 치료 목적 서비스(의료인 지도·감독 아래)를 민영화해 민간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
  •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규제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들 통과.

이렇게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부가 삼성이 정리한 원격의료 산업의 주요한 구성 부분들을 사실상 완성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격의료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의료기기, IT기업, 민간보험사들과 정부에게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원격의료 산업을 통해 민간보험사가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체계로 나아갈 수 있는 둘도 없이 좋은 기회다.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산업 육성적 측면, 즉 기업의 돈벌이 지원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는 민망했는지 “감염병 대응”, “코로나19 2차 유행 대비” 같은 수식어를 갖다 붙였지만 원격의료가 감염병을 막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진단하고 치료한 것은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가 아니라 헌신적 의료인들, 특히 공공병원 의료인들의 대면 진료와 간호였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필요했던 것은 원격의료 장비가 아니라 진단키트, 감염보호장비, 음압병상을 비롯한 공공병상, 중환자실이었다. 병원 가기를 꺼리는 환자들에 대한 비대면 진료는 불가피한 보조수단이었을 뿐이다.

 

‘비대면 진료’가 하반기 보건의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 방향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포함된 것은 이것이 국민들의 건강, 안전, 생명보다는 산업 육성과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든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에 원격의료와 핵심적으로 관련되는 분야는 “신산업 기회 선점”이지 질병 극복이 아니다. 질병 극복은 아예 연관분야도 아닌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2014년 복지부는 만성질환자 585만 명에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원격의료에 필요한 장비에만 최대 20조 원 이상 지출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의료기기, IT 기업들에는 엄청난 이윤 창출 기회다. 환자들의 의료비용 증가는 그 댓가다. 비용이 원격의료 장비에만 드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장비를 이용한 병원과 보험회사의 서비스에도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원격의료는 의료비 폭등이다. 여기에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의 상업적 개방으로 인한 심각할 수 있는 유무형의 피해가 더해져야 한다.

 

의료비 폭등에 비해 원격의료는 안전성, 유효성도 입증된 바 없다. 2010년~2013년에는 산자부가 무려 355억 원을 들인 시범사업을 해 원격의료가 우수하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결과 왜곡과 사실 은폐라는 점이 밝혀져 망신만 당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1차 시범사업 결과는 객관적 데이터도 없이 만족도만 조사한 레포트 수준의 허술한 문서였고, 2015년 2차 시범사업도 환자-대조군 수가 적고 조사기간이 겨우 3개월로 짧아 졸속이라고 평가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국면의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사실 이상으로 침소봉대하는 것도 속이 빤히 보이는 짓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사태 동안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 육성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말이다.

 

비대면 진료는 불가피하거나 의료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허용돼야지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것을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차원으로 자리매김하면 주객은 전도될 수밖에 없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고 투자는 이윤을 내야만 한다. 따라서 건강, 안전, 생명은 기업 이윤보다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기업들과 한배를 탔다”고 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도 전에 원격의료, 의료정보 상업화 등 기업들을 위한 의료 민영화, 영리화 계획과 로드맵까지 서둘러 내놓았을 것이다. 반면, 시민사회가 코로나19 사태 내내 시급히 실행할 것을 촉구해 온 공공의료, 의료인력 확충 대책과 준비상황은 한 번도 밝힌 바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원격의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을 대폭 확충해 OECD 평균인 73%까지는 안 되더라도 짧은 기간 내에 30%까지 늘릴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환자 병상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환자 당 간호인력을 법으로 강제해 병상 당 간호사가 OECD 평균의 1/3 수준인 열악한 간호노동 현실을 바꿔 숙련된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또 국가장학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육성하고 공공 의료기관에 의무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다른 낯선 감염병이 기다리고 있다.

 

 

2020년 5월 27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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