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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8.01
  • 451

코로나19 신종감염병과 병원노동 현장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지부장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병원 노동자들, 특히 간호사는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열악한 병원 현장 속으로 들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왔다. 2020년 1월 국내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두 번째 환자 입원을 시작으로 현재 6개월 동안 누적 2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추운 겨울 병원 건물 밖에 선별진료소, 흉부 X-ray, CT 이동형 검사 차량을 설치하였고 출입구마다 발열 체크팀을 배치하였다. 부족한 마스크와 보호복 등을 마련하기 위해 24시간 동분서주하여도 필요한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이미 사용했던 보호장구를 다시 소독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확진자 치료를 위해 필요한 보건의료인력들은 각 병동과 부서들을 부분 폐쇄하면서 간신히 보강했다. 밀려드는 코로나 PCR(유전자증폭) 진단검사로 며칠씩 집에 못 가고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직원들도 생겼다. 코로나가 발발한 지 한 달여 후에는 일반 입원환자들을 전체 소개하고 격리병상만 운영했는데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었다.

 

[사진1-1]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실, 출입구 발열 체크, 확진자 중환자실과 입원병동, 출처=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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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확진자로 일반병상을 격리병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설 강화와 동선 관리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과 확진자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원 되어오면서 4~5배의 추가 간호 인력이 필요했다. 환자들의 폭언•폭행으로 투입된 간호사들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견디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러 병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에도 공공병원으로서 감염병에 처절하게 대응했지만 병원현장의 열악한 환경은 5년이 지난 현재에도 나아진 건 없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 공공의료의 문제와 보건의료자원 배분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선 우리가 당면해 있는 공공의료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 2019’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천 명 당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나 되고 병상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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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전 과잉공급을 우려할 정도로 병상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자유로운 의료서비스 이용에 익숙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병실 부족으로 인한 입원 대기나 병실이 없어 자가격리 중 사망한 사례는 민간 중심의 총량 확충에 맞추어져 왔던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가 얼마나 문제인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간병원은 수익성 없는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 설치 등에 소극적이어서 국가 감염병 사태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병상 수는 환자 수 대비 10.3%에 불과해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며 기초자치단체에 공공병원을 확충해 반복되는 국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또한 메르스 유행 이후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하여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 병원을 세우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국립중앙의료원(중앙감염병병원 지정)의 이전 문제와 예산 확보 실패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만약 논의되었던 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 병원을 제대로 설립해 감염병 대응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였다면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인들의 희생과 비용이 지금보다 덜 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보건의료인력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의 OECD 최하 수준인 인구 당 의사 수(한의사 포함. 인구 천 명당 2.3명), 간호사⋅간호조무사 수(인구 천 명당 6.9명)는 국민들에게 질 낮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들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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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이전에도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과 인력 부족 문제는 많이 논의되어왔다. 근무 중 밥은커녕 화장실 다닐 시간이 없어 참다가 방광염에 걸렸다는 이야기나 ‘태움’ 문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사 사건 등 과다 업무와 인력부족으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거나 심지어 죽는 일까지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감염병까지 유행하게 되면서 의료 현장은 인력 문제로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지금과 같은 간호사 인력의 절대적 부족 문제는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 정신 발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이다.

 

간호사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말한다. “두 번은 힘들 것 같다.” “K-방역은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K-의료는 성공했다 말하기 어렵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는 간호사들은 감염이라는 공포, 두려움과 더불어 정신 건강문제, 노동 강도에 따른 과로, 일터 내 폭력 등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희생과 헌신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의료인력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공공의과대학 설립,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또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간호 인력이 축소되지 않게 간호 인력 적정기준을 마련하고 병원 및 요양 시설 인력 기준을 강화해 감염병에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할 보건의료 인력자원의 인프라 구축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수차례 신종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이번만큼은 체계적으로 꼭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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