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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8.01
  • 438

부산역에 있던 노숙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 존재함으로 존엄한 모두를 위해, 보다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촉구하며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지난 반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그동안 작동해왔던 사회시스템이 멈추는 것을 보았다. 애석하게도 멈추지 말아야할 사회안전망도 함께 작동을 멈추었고 기존에 존재했던 사각지대에 위기상황이 더 가중되는 속에서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왔다. 항간에 코로나19가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는데 적극 동의되는 지점이면서 코로나19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큰 우려를 함께 평하고 싶다.

 

사회안전망이 작동을 멈추며, 더 세부적으로는 방역이라는 이름하에 사회복지시설들이 휴관하며(서울은 5월 부산은 7월 중 부분 개관) 비대면이라는 원칙하에 빈곤의 최전선 그리고 그동안 작동했던 선별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위기계층들이 복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곳이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초기대응 시기(2월~3월 경)에 무료급식소 중단으로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노숙인들이 수일동안 굶은 일들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지난 4월 1일 중대본은 사회복지시설 무기한 휴관을 발표했고 그동안 지향했던 공공성이 아닌 가족 돌봄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지난 5월 1일에는 급기야 방역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 미등록이주민을 추방하지 않고 검사해주겠다, 노숙인도 무료로 검사해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출입국 관리법과 관계된 지침에 따르면 원래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은 신고의무대상에서 면제된다. 아프면 치료부터 받아야한다는 원칙이 무늬만이었다 하더라도 존재해왔었다. 사회안전망이 멈추며, 생계의 문제가 발생하고 연쇄적으로 주거 상실과 건강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저 검사만 하겠다는 발표는 코로나19 검사만으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적극적인 인권정책은 고려치 않는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부산역에서 지난 5월 6일부터 시범적이라는 말과 함께 노숙인들을 내쫓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역에 노숙인이 모여들며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방역 활동이 필요해서라고도 하는 떠도는 풍문과 함께 노숙인들은 부산역 밖으로 내몰렸다. 사진에서 볼 수 있지만 내몰린다 한들 역사 건물 밖으로만 나갔을 뿐 이동할 곳도 없는데 그저 부산역은 노숙인들을 내쫓기 바쁘다. 시범사업이었던 노숙인 내쫓기는 어느덧 정착해 두 달이 지난 7월경 부산역사가 텅 빈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노숙인들이 보이지 않아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각지대를 더 확인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꼴이 되었다.

 

 

[사진1] (왼)5월경 코레일 직원들과 철도경찰이 노숙인을 쫓아 내기위해 모이고 있는 모습과 (오)7월 야간 아웃리치 당시 노숙인이 사라진 부산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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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부산역사 밖으로 나와도 멀리 가지 못하고 한걸음 앞 공터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 외부라는 것뿐 부산역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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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소를 상실하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다수가 알콜 사용의 문제와 정신질환 등에 노출되어있다. 게다가 경제위기가 이어지며 일용직 등으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던 사람들이 월세 미납으로 주거를 상실해 거리로 내몰리는 현상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난 이후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배제되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노숙인들과 새로 유입되는 빈곤한 주민들에게 부산역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지금과 같은 배척의 공간은 적어도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방역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며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권정책이다. 어떤 사유로 오게 되더라도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통로가 부산역이 되어야 한다. 사각지대 해소는 제도권 안으로 다시 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거소가 없는 노숙인에게 신원을 보장하고 지역 주민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생계와 주거 그리고 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동반되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유행에 반드시 뒤따르게 될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증가는 사회안전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가 지금의 수준이라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역과 같은 빈곤층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은 상상력이 펼쳐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만의 수익 공간이 아닌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에겐 잠자리가 되고, 누군가에겐 세면장이 되고, 누군가에겐 일자리가 되고, 누군가에겐 식당이 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마구 펼쳐지는 제약 없는 상상이 필요하다.)

 

재난지원금 차별의 문제에서부터 기존에 존재해왔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에 닿기까지 코로나19는 우리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안전망의 부재를 알려주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공공성 강화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지역 내 촘촘한 돌봄 체계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안전한 대면환경 속에 위기계층 발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더욱 많은 고민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안전망으로써의 복지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각종 논의의 장에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주취상태에 다리 통증을 호소하던 노숙인이 걷지 못하자 휠체어를 태워 부산역사 밖으로 내쫓는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바로 앞 풀숲에서 잠을 겨우 청하던 노숙인은 병원 치료 결과 골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골절로 인해 걷지 못하는 노숙인에게 부산역이 뉘일 공간 하나 제공치 않고 휠체어에 앉혀 밖으로 내쫓는 일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말로 더 이상 사회안전망을 위축시키고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외쳐왔던 공공성 강화의 방향으로 사회 전반의 영역에 정부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가난에서 벗어날 권리, 건강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는 충분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수년은 더 함께 살아야 할 코로나19 시대에 공공성이라는 교훈이 부디 남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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