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9-01   776

[기획2] 한국판 뉴딜, 어떤 딜이 될 것인가?

한국판 뉴딜, 어떤 딜이 될 것인가?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한국판 뉴딜이라는 요란한 이름의 정책 꾸러미가 지난7월14일 정부에 의해 발표되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세계적 재난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도6개월여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이 동원하여 가동할 수 있는 가용자원은 이미 바닥을 보인지 오래다. 뉴딜이 되었든 뭔가 다른 그럴듯한 이름이 되었든 재난으로 인한 삶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정부의 정책 꾸러미는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었고,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정책꾸러미에서 주민과 전문가들이 기대해온 것들은 결국 자본과 인류의 탐욕과 생태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한 지구의 대답과도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이 가져온 재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일상을 회복시켜줄 사회적 거래, 즉 딜에 대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딜deal의 사전적 의미가 상호간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임을 상기한다면1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딜을 제안한 정부와 이를 받아들게 될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간 동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정부가 제안한 뉴딜에, 즉 새로운 거래의 제안의 내용을 특히 복지의 관점에서 주민의 입장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제안 배경으로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충격이 대공황 이후 전례없는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있는 비상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히고 있다2. 정부가 오랜 준비를 거쳐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크게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의 도약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라는“2+1” 정책을 큰 틀에서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각각의 정책 영역별로 디지털 뉴딜12개 과제, 그린 뉴딜8개 과제, 그리고 안전망 강화8개 과제 등 총28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주요 목표의 구성은 병렬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산업과 경제의 구조 재편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산업 및 경제구조 재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실업불안, 소득격차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안전망 강화’를 동원함으로써 경제주체의 회복력 강화를 꾀하려는 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글에서 다루고 있는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의 구성을 다시 정리하자면, 코로나19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정책방향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통해 경제구조를 재편하고 이 재편 과정을 안전망 강화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즉, 한국형 뉴딜의 주요 목표와 정책 방향들 가운데 복지분야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과제들은 사람중심 포용국가 기반 구축을 위한 안전망 강화 영역에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전망 강화의 주요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고용,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혁신의 토대인 사람중심 투자를 통한 직업훈련 체계를 구축하며, 직업전환 및 혁신인재 양성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고용/사회안전망사람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안전망 강화 영역의 내용을 사업 예산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은2025년까지 총160.0조 원의 사업비를 활용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국비를114조, 지방비25조, 그리고 민간 재원21조를 통해 소요 자원을 동원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 보인 바와 같이 그 가운데 안전망 강화 영역에28.4조(26.6조) 원(17.8%)을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적인 기대 성과라 할 수 있는 일자리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판 뉴딜이 기대하고 있는 총190.1만 개의 일자리 가운데33.9만 개(17.8%) 일자리를 안전망 강화 영역에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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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망 강화 영역은 다시 크게 고용사회안전망과 사람투자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안전망강화 영역에 편성된 전체 28.4조 원 가운데24.0조(22.6조) 원(83.5%)이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나머지4.4조(4.0조) 원이 사람투자에 투여될 예정이고, 일자리의 측면에서는 고용사회 안전망 영역에서15.9만 개의 일자리가, 그리고 사람투자 영역에서18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투자 영역15.1만개 일자리의 경우 사람투자 영역의 사업내용인 인재양성이나 직업훈련 사업에 따른 전체 취업자수 추정치로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 일자리와 중복될 수 있어 안전망 강화 영역에서 최종적으로3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치는 다소 과대추정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한국판 뉴딜, 그 중에서도 이글의 주제인 복지 분야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안전망 강화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과 그로 인한 주민 일상의 붕괴, 그리고 예측가능한 구조적 경기침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산업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적 측면을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문제인식과 방향설정의 측면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 코로나 이후 다가올 미래에 주민들의 삶이 고통받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며, 그로 인해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안이 모두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는 신체적 감염 그 자체로도 불안과 고통의 원인이지만, 감염과 확산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엄청난 수준의 개인적, 사회적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이들 기회비용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 권력과 자원의 위계구조를 타고 내려와 최종적으로 가장 밑바닥의 사회적 약자들이 감수하고 있는 판국임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형, 혁신형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당위는 명확히 제시되어 있으나, 현재의 조립형 수출주도 산업구조에서 미래형, 혁신형 그린산업과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로는 불명확하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 목표는 선명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이 창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부재하거나, 아니면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 및 제도의 맥락에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특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안전망 강화 과제는 고용을 중심으로 한1차 분배 정책에 집중되어 있으며, 복지국가 맥락에서 주요한 정책수단인 소득보장이나 사회서비스 정책들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생계보장제도에서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이를 통해 정책 효과성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어온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2022년까지 폐지하기로 한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 또한 현 정부가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약속한 내용이 뒤늦게 이행된 것으로 뉴딜에 걸맞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나마도 기초생활보장내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서 제외하는 등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상병수당 도입시기를 명시하지 않고2021년‘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다고 유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상병수당의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병행 도입되어야 하는 과제로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바 있는 유급병가제도에 대한 언급이 이번 한국형 뉴딜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은 점도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통한 산업과 경제 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실업불안, 소득격차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안전망 강화’를 제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망 강화의 과제가 이와 같이 파편적이고 불완전하게 제시되고 있는 점은 한국형 뉴딜에 성장을 넘어 우리 주민들 삶의 질 개선과 일상의 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의심은 한국형 뉴딜 추진체계에 복지관련 의제의 추진을 책임질 단위가 부재한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뉴딜 추진체계를 살펴보면(아래 그림) 대통령이 주제하는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있고, 그 아래에 당정 추진본부를 통해 관계장관회의에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여기 어디에도 복지과제를 총괄하고 책임지고 추진할 주체로서 복지부 장관은 등장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형 뉴딜의 복지과제 영역 분석과 평가를 위한 이글이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안전망 강화 영역의 경우도 관계장관회의에 복지부가 아닌 고용부장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한국형 뉴딜 추진체계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은 안전망 강화라는 한국형 뉴딜의 주요 영역이 주민 일상의 보호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과제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 중심으로 사고하고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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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함께 잘사는 포용적 사회안전망의 핵심적인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관련 과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산업 및 경제사회구조의 대전환과 노동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돌봄 공백 등 가중되는 신사회적 위험은 상존할 것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부재한 상황에서‘경제주체의 회복력 강화’의 과제가 현실적으로 달성될 수 없음은 외환위기 등 여러 차례의 사회적 위기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인구구조 및 가족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해 의료, 돌봄 등의 영역에서 급증하는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방안은 안전망 강화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의 차원에서도 관건적인 요소라는 점이 현 정부 들어 여러 차례 강조된 바 있다. 의료와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정책 및 체계의 부재로 인해 코로나19의 사회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음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커뮤니티 케어,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및 공공인력 확대, 지자체 중심 사회서비스전달체계 개편 등 답보상태에 있는 정책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동력의 확보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뉴딜이라는 정책 패키지에서조차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셋째, 전국민 고용보험 등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의 과제가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2019년1,367만에서2025년2,100만 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하였으나2019년 현재 취업자 규모가2,740만 수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약600만 명 정도가 여전히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이와 같은 분석은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취업자를 염두에 두고 제도가 설계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전국민 고용보험과 우리나라 고용 및 소득불안정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향후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형 뉴딜의 정책효과를 제고하고, 한국형 뉴딜이 재난으로 인한 삶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을 회복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한‘딜’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성장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는 한국형 뉴딜의 정책적 무게중심을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주민의 일상 회복을 위한 사회경제적 조건과 환경의 구축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 변화상 가운데 하나로‘국민의 삶과 일자리를 지켜주고 실패와 좌절에서 다시 일으켜주는 더 보호받고 더 따뜻한 나라’를 제시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28개의 한국판 뉴딜 정책 과제 가운데 스스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는10대 대표 과제에 안전망 강화와 관련한 과제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고용과 소득보장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소위‘사회 안전망’ 강화의 접근을 주민의 일상 회복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총체적인 접근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정책과 제도의 도입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커뮤니티 케어,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및 공공인력 확대, 지자체 중심 사회서비스전달체계 개편 등 현 정부가 약속했으나 정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정책과제들의 추진력을 재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도드라지고 있는 공공의료 시설 및 인력의 확충 등의 과제가 재조명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정책과 산업경제정책의 통합적 접근이 절실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업정책이나 경제정책 등에 의해 복지, 고용 등의 정책영역이 부차화되고, 주변부화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감염병과 함께 하는 현재와 미래에 주민 삶의 일상성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정책 과제 역시 부차화되고 주변부화될 수 밖에 없다.

 

한국형 뉴딜이 감염병과 공존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게 제시하는‘딜’이 어떤‘딜’인지, 그리고 그‘딜’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딜’의 상대방counterpart은 기업과 자본만이 아니다. 감염의 불안과 고통을 온 몸으로 버티어내고 있는 이 사회의 주민들이야말로 그‘딜’이 이루어지는 판을 떠받치고 있는 실질적 주체임을 기억해야 한다. 

 

1) Oxford Dictionary(dictionary.cambridge.org)에 제시된deal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an agreementor an arrangement, especiallyin business

2) 한국판 뉴딜의 내용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2020.7.14 발표한“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문서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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