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1-01   630

[복지칼럼] 한국사회의 민낯이 전하는 메세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민낯이 전하는 메세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유만희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늘의 한국사회는 코로나를 빼고 나면 설명할 게 없을 것은 같은데 그게 아니다. 코로나, 그 혹독한 시련만이 아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의 복지는 현안에 현안을 더하고 있지만, 온전히(?) 해결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복지동향을 통해서 본 우리 사회의 민낯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확인하자.

 

해묵은 주제, 한국사회의 더딘 복지걸음을 대표하는 주제, 그렇지만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아사(餓死)사건, 유서와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비수급 빈곤층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지만, 단계적 폐지와 재정현실론, 사회적 수용성, 도덕적 해이 그리고 “여러 가지 복잡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필자가 관련 정책 담당자로부터 들은 표현)를 해결해야 하므로 아직도 부양의무자 기준은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른 비수급 빈곤층 문제는, 국가가 빈민을 돕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간섭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 할 수 있다.1)

 

주거권을 통해 본 민낯. 복지 수급권자에게 주거문제는 단지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주거권 확보는 여타의 다른 권리와 복지급여 수급권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본권이다. 집 없는 노숙인들의 주거권이 중요한 것은 주거권의 불비가 다른 모든 복지권의 접근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의 문제는 비단 노숙인들의 문제를 넘어 청년층 주거권 보장이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청년층이 제 몸뚱아리를 누일 자리가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는 현실, 주거권을 기본적으로 ‘보장’받는 게 아니라 ‘구입’해야 하는 세상의2) 민낯은, 청년층의 존엄성만 훼손되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비루해지고 있는 것이고, 모두가 비참해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여름 날씨만큼 뜨거웠던 주제,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간의 논쟁도 있었다. 복지는 재화를 배분하는 고도의 정치(politics)가 본질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에게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논쟁과 더불어 한국의 사회보장 전반을 되짚어보고, 한국 사회의 복지 지향점을 어디로 그어야 하는지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디 복지동향 구독자(전 국민)에게는 코로나가 되돌려 준 세금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의 소비 효과 말고 더 큰 교육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조금 더 내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것, 또 더 내지 않고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코로나의 노동시장에 대한 공격은 선별적이다.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던 특수고용노동자, 영세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의 생존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로 이들의 생존권과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국가의 재발견일 수 있다고 했다.3)

 

코로나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당면과제가 무엇인지, 엄혹한 민낯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드러난 한국사회의 민낯이 우리에게 전하는 한마디가 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 너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1) Sandra Fredman, Human Rights Transformed: Positive Rights and Positive Duties.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조효제 역, 인권의 대전환, 교양인, 2009.

2) 홍혜은, 청년 주거권 문제의 본질: 정상성, 가족주의, 공동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복지동향, 제257호.

3) 김종진,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설계방향과 과제 모색,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복지동향, 제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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