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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사회복지위원회  l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8
  • 1998.10.10
  • 1357

김대중 정권의 출범으로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이른바 4대 사회보험의 통합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고위당정회의와 노사정위원회에서 4대 사회보험 통합이 논의되었고, 9월 중순에는 국민회의와 국무총리실 산하에 각각 ?대 사회보험 통합추진기획단'이 곧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의 통합 논의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통합이 가져 올 '효율성'의 논리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관리운영비가 선진 외국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점이 전후 맥락이 무시된 채 언론에 크게 활자화되면서 '4대보험 통합 → 중복·잉여 인력 감축 → 관리운영비 축소'라는 효율화 논리가 4대보험 통합의 '유일한 목적'인 듯이 부각되었고,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통합이 사회보험 종사자들의 고용조정(인력 감축)을 공론화시키고 있다는 원망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현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4대보험 관리운영체계가 매우 비효율적이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보험료 부과·징수, 자격관리 등을 일원화함으로써 사회보험의 효율성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고 이것이 4대보험 통합이 가져올 기대효과 중의 하나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애초에 4대보험 통합이라는 화두를 던진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은 통합의 범위와 시대적 상황에 따른 논리의 강도 차이는 있지만 단순한 미시적 효율성 논리를 넘어서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총체적 정비'와 사회보장제도의 올바른 기능 정립이라는 훨씬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김용하·석재은 외, 1996; 김용하, 1998; 정연택, 1997; 정연택·김상호, 1997; 김연명, 1997a).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의 논의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정치권, 언론 등은 4대보험 통합을 오로지 인력감축과 관리운영비 절감이라는 '미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함으로써 통합이 제기된 본질적 문제의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통합 논의를 미시적 효율성 증진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협소화시키는 것은 통합론이 제기한 폭넓은 문제의식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며, 4대보험 통합은 한국 사회보장제도를 총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장치로서의 사회보장제도의 원래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체 사회시스템의 효율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의식에 뿌리박고 있음을 강조해 보기로 한다.

 

보험적용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의 구축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보험을 통해 보호를 받아야 할 계층이 보험적용에서 제외됨으로써 사회안전망에 큰 허점이 있다는 점이다. 1995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인구 중에 59.7%가 배제되어 있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전체 피용자 중에 각각 57%, 31.2%가 배제되어 있으며(김연명, 1997b:234), 전국민의료보험이 시행된다는 의료보험도 전체 인구의 4.5% 정도가 보험 적용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대보험에서 제외된 층은 대부분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영세 자영자, 일용직근로자, 임시직근로자 등으로 실업이나, 산재, 일시적 소득상실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일단 위험에 노출되면 소득상실과 가계파탄의 위험성이 높은 계층들이다. 특히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퇴직금의 혜택에서도 제외되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보험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는가?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적어도 4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 집단은 잦은 사업장 이동이나 부정기적 소득으로 자격관리나 보험료부과 징수가 어려워, 개별 사회보험이 독자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력과 예산, 행정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제도마다 독자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다수의 저소득·불완전취업 계층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4대보험의 행정관리체계가 일원화되어 불완전취업계층들의 4대보험적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독자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을 사회안전망으로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의료보험이 전국민을 적용하고 있고, 능력비례 보험료 부과체계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여타 사회보험의 자격관리와 보험료 부과, 징수에도 응용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사회보험 급여 정비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4대 사회보험은 보험급여 연계 구상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각종 급여의 중복, 과다 지급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보험적용을 받는 층은 과도한 혜택을, 보험에서 제외된 층은 급여의 사각지대를 형성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대기업을 그만 둔 실업자는 명예퇴직보상금,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국민연금의 반환일시금 등 수억 원에 달하는 네 종류의 현금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돈 한푼 받지 못하고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에서 연금을 받으면서 국민연금에서도 연금액의 50%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4대보험의 현금급여 수준이 보험제도마다 너무 편차가 커 산재보험은 비교적 관대한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는 반면, 국민연금의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은 최저생활 유지에도 버거울 정도의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4대보험의 독자적 발전은 사회보험 급여의 중복, 과다급여, 혹은 급여의 사각지대, 그리고 급여 수준의 편차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4대보험의 전국민 적용이 이루어지고, 급여 연계체계를 강화시키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정부 부처간의 비협조나 무관심, 그리고 사회보장을 총체적으로 조정하는 강력한 조정기구가 부재하기 때문에 단순한 篤О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합적 관리운영체계의 구축은 보험급여를 총체적으로 인식, 조정하고 부처간의 정책 갈등을 제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중복 급여의 조정, 급여수준의 편차 조정, 그리고 출산수당(근기법의 유급출산휴가)의 사회보험화나 상병수당을 신설하는 문제 등 보험급여의 재정비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현재처럼 분립된 체계보다 통합체제가 훨씬 강력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관리가능한 행정체계의 구축과 국고 낭비 없는 전국민 사회보험 실현

 

우리나라 사회보험에서 농어민을 포함한 자영자, 영세사업장 근로자 및 일용직근로자에 대해서 관리가능한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4대보험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어민연금의 경우 보험료 납부율이 50% 수준에 맴돌고 있으며, 도시자영자 연금도 현 관리체계를 전제로 확대한다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사실상 관리불가능한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5인 이상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고용보험도 실제 보험료 납부율이 50% 이하로 추정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과 임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용직근로자는 관리불가능을 솔직히 인정하여 아예 고용보험 확대적용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산재보험 역시 영세사업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힘들며, 이런 조건에서 일용직이나 자영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4대보험 전부가 자영자나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관리가능한 행정체계 구축 문제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사회보험의 성패가 달린 이 사안에 대해 4대보험이 아무런 연계체계 없이 독자적인 행정체계 구축을 위해 인력확충과 시설확보에 몰두해 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각 보험마다 필요로 하는 3∼4천 명이 충원된다 하더라도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층에 대한 관리가능한 행정체계가 구축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4대 사회보험의 일선 행정체계를 일원화하여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층에 대한 통합관리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4대보험의 피용자 관리인력 중 중복인력을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층 관리에 더 많이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이 절약될 것이고, 한국 사회보험의 성패가 달린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층의 관리가능한 행정체계 구축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4대 사회보험의 통합은 관리가능한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의 보험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인 동시에 이를 통해 예산 낭비 없이 전국민 사회보험 적용을 앞당겨 달성할 수 유력한 방안이기도 한 것이다.

 

4대사회보험 종사자의 고용보장

 

일각에서는 4대보험 통합으로 보험 관리인력 중 상당수를 감축시킬 수 있고, 관리운영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의료보험 인력 중 1,400여 명을 연금보험으로 전출시킨 것에서 이러한 시각의 단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각은 잘못된 전제를 갖고 있다. 기존의 4대보험 관리인력 21,106명(97년 말 기준)이 전국민 사회보험을 관리하기에 충분하다면 통합으로 인한 인원감축 효과와 관리운영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4대보험 종사자 21,106명이 자영자와 불완전취업층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인력 규모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한 영국의 경우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제도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일부, 상병수당, 산병수당, 가족수당 등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에 종사하는 인력이 7만 7천 명에 해당된다. 영국은 의료보장(NHS)을 보건성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7만 7천 명 중에서는 의료보험 관리인력이 제외되어 있다.

그리고 영국은 자영자 보험료를 국세청에서 징수하기 때문에 보험료 징수, 부과업무에 대한 하중도 없다. 따라서 간단하게 비교해도 의료보험이 포함된 우리 나라 4대보험 관리인력의 3배에 해당되는 인력이 보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4대 보험의 통합으로 인한 고용조정은 기존 인력의 감축이 아니라 보험관리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4대보험 관리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면 독자적으로 4대보험이 발전되면서 신규로 채용할 인력 수천 명에 대한 관리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즉, 4대보험통합은 신규인력채용을 억제함으로써 신규 인력 채용으로 야기되는 관리운영비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4대보험 통합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보험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함으로써 실업자를 줄이는 동시에 4대보험의 효율적 관리와 전국민 확대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4대보험 재정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 제고

 

의료보험은 1998년 연간 급여비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약 40조 원 가량의 기금이 모인 국민연금은 1998년 급여비가 반환일시금을 포함하여 2조 원 정도, 그리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급여비가 약 3조 원에서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4대보험은 매출액 규모로 본다면 5대 재벌의 규모에는 못미쳐도 웬만한 중견재벌의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보험료 수입과 급여비 지출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4대 사회보험 전체의 재정운용 방식과 수입·지출비용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4대보험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금운용이나 재정 전망 등에서 종합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고, 개인이나 기업의 총 보험료 부담수준 등의 적절성 여부를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이다(IBRD에서는 최근의 구조조정차관 협상과정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험재정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조직의 설치를 강력히 권고한 바가 있다).

4대보험의 보험료 부담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세금으로 인식되고, 앞으로 보험료부담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처분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이 기업의 노동비용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과 기업이 부담하는 4대보험의 총기여율을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1995년 기준으로 10.14%에 해당되며, 기업의 퇴직금부담까지 합하면 16.44%에 해당된다. 같은 년도에 독일은 34.54%, 프랑스는 52.58%, 일본은 26.42%를 유지하고 있다(SSA, 1995:xliii). 따라서 보험료 부담수준이 점차 높아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적정 보험료 수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보험료 부담 수준이 노동시장이나 고용창출 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4대보험 통합은 사회보험의 총 부담수준의 적절한 기준 설정이나, 경제적 효과 등을 전체적 시각에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현재는 4대보험의 재정전망과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수준 조정도 개별 보험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4대보험이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지면 4대보험의 재정전망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검토와 대안 마련이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4대보험 통합을 계기로 4대보험의 기금운용방식도 총체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합된 의료보험체제에서는 ‘의료보험기금’제도를 신설하여 여타 사회보험기금과 마찬가지로 기금관리기본법의 통제를 받게 하여 최소한의 공적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4대보험 통합은 개별적 보험관리체제를 유지할 경우보다 전국민을 사회적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사회보장제도의 원래의 기능을 달성하는 데 휠씬 유리하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자격, 징수, 급여관리 등 4대보험의 공통업무를 통합하여 일원화된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시적 의미의 효율일 수 있다. 4대보험 통합은 미시적 효율을 넘어서는 전체 사회 속에서 사회보장제도는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행사해야 하는가라는 전체 사회시스템의 거시적 효율성 달성에 대한 더 본질적인 문제제기인 것이다. "사회보험의 관리운영성을 스스로 제고하지 않으면 민간보험회사에 의하여 타율적으로 시장이 잠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김용하, 1998:28)이라는 진단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김용하·석재은 외, 《사회보험 관리효율성 개선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6.
·김용하, “사회보험 관리운영체계의 합리적 개선 방안,” 노동연구원 세미나 주제 발표문, 1998. 7.
·정연택, “사회보험 관리·운영제도 개선 방향,” 《사회보험 관리운영제도 개선 방안》, 노사관계개혁위원회 97 제4차 공개토론회 자료집 주제 발표문, 1997.
·김상호·정연택, “사회보험기관의 관리운영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정책》, 한국 사회정책학회, 제4집 제2호, 1997.
·김연명, “한국 사회보험의 주요 쟁점과 개혁 방안”(보조 발제문), 《근로소득세제 및 사회보험제도 개선방안》, 노사관계개혁위원회 97년 제1차 공개토론회 자료집, 1997a .
·김연명, “ILO의 사회보장 기준과 한국 사회보장의 정비 과제,”《한국사회복지학》, 한국사회복지학회, 통권 31호, 1997b.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Social Security Programs hroughout the World-1995, SSA Research Report # 64, 1995.
 

김연명/상지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특별위원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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