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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8
  • 1998.12.10
  • 1710
경제와 사회복지 :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IMF에 대한 구제금융 신청으로 경제위기가 본격화된지도 어언 1년이 되었다.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는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경기와 물가, 실업과 노숙자 등 눈에 띄는 변화만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위기의 시대에 사회복지 정책은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그리고 그 성격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사회복지의 전망에 관해 위기와 기회라는 상반된 인식이 공존하였다. 경제위기가 예산상의 제약을 가져오면서 복지위축을 결과할 것이라는 위기론과, 반대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복지제도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면서 획기적인 복지발전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역설적 전망이 공존하였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 대공황의 와중에서 세계 최초의 사회보장법을 탄생시킨 미국이나, 역시 대공황 속에서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의 선구가 되었던 스웨덴, 그리고 2차 대전의 참화 속에서 복지국가의 청사진인 베버리지 보고서를 탄생시킨 영국의 역사 등이 희망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곤 하였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경과한 시점이지만, 돌이켜 보면 양자 모두 진실의 한 단면을 가지고 있었다.

위기와 기회의 징후들

먼저, 위기론의 측면에서 보면 예산상의 제약이 복지위축을 가져온 측면이 분명히 나타난다. 현정부는 선거공약에서 사회복지예산을 매년 30%이상 확충할 것을 약속하였지만, 금년 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경제적 사정으로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현 정부는 정권인수시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복지와 관련하여 첫째,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복지확대, 둘째, 의료보험제도의 통합 일원화, 셋째, 국민연금제도의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였지만, 출발부터 재정상의 제약에 직면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금년 8월에 시행키로 한 경로연금은 예산이 53% 삭감되면서 제도의 내용이 지극히 형해화되었다(월간《복지동향》 11월호, 12쪽). 나아가 다운사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공무원 사회에 파급됨에 따라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요원 등 복지공무원들도 예외 없이, 아니 어쩌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월간《복지동향》 창간호 62쪽 이하 참조).

경제위기가 복지확충으로 나타난 부분은 실업예산이 단연 압권이다. 금년 2월 초 극적으로 타결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보면, 구조조정의 대가로 4대 사회보험 통합과 함께 실업대책 예산을 5조 원 이상 책정할 것이 약속되었다. 실업문제가 심화되면서 실업예산은 이후에도 계속 늘어났다. 실업예산의 상당부분은 고용보험기금과 채권 발행 등으로 충당되기는 하지만, 기존의 복지예산과 비교하면 엄청난 팽창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실업대책의 내용에서도 한시적 생활보호사업이나 공공근로사업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대책들도 있지만, 고용보험이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이나 임시직, 일용직과 같은 근로자에게도 확장될 정도로 제도적인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미증유의 실업증가가 가져온 사회적 위기감이 사회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회에 내재한 한계

문제는 이와 같은 발전의 내용을 진정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거론되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개념의 혼란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대체로 비사회복지권에서는 실업문제 등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대응을 사회안전망으로 인식하면서, 복지정책의 제도화에 관하여는 복지병 운운하면서 견제하는 입장인 반면(10월 8∼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개혁 대토론회 참조), 사회복지권에서는 제도화된 대책만을 사회안전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전반적인 기조는 실업대책을 강조하면서도 제도화를 기피하는 양상이 더욱 우세하다. 실업부조제도의 도입이 도외시되면서 저소득 실업자들을 위한 한시적 생활보호제도를 고집하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우리사회의 복지전망을 좌우하는 또 다른 변수로는 세계은행의 개혁요구를 들 수 있다(월간《복지동향》 11월호 참조). 거시경제와 기업, 금융측면의 개혁안을 제시한 IMF와는 별도로 세계은행의 요구안은 사회, 복지, 보건 등의 측면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IMF와는 달리 세계은행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복지확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권고는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해서 사회전체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지개혁의 상당부분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권고는 그 내용이 어떠하든지 간에 타율적인 구조조정에 이은 또 하나의 타율적인 사회개혁이라는 점과, 장기적으로 복지제도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복지개혁에 효율성의 담론이 지배적인 양상으로 작용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보험의 통합이나, 연초 노사정 위원회에서 합의하고 최근에 기획단이 발족된 4대 사회보험의 통합문제에서도 거시적인 사회보장의 발전보다는 경비절감 등 미시적인 운영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월간《복지동향》 창간호 김연명의 글 참조). 세계은행 역시 보건의료와 사회보험의 개혁에 사회보장의 질적 측면보다는 재정운영 등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효율성의 담론은 사회보장의 발전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소지가 분명할 것이다.

국민적 인식과 신정부

IMF 1년 동안 복지정책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으로는 사회적 안전망과 같은 복지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성장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는 민간차원의 지역실업대책 운동의 전개(월간《복지동향》 창간호 47쪽 이하), 지자체 차원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조례제정운동(월간《복지동향》 창간호 60쪽 이하, 11월호 54쪽 이하)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편으로 비교적 친복지적인 신정권의 출범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신정부는 선거공약과 인수위원회 100대 과제 등을 통해 사회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사회보장법에 규정된 '사회보장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월간《복지동향》 창간호 참조), 실업대책백서(7월 30일)를 발표하는 등 복지문제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복지개혁의 제도적 결실이 미흡한 점과, 정권출범 초기 복지분야 인선에서 적지 않은 잡음(주양자 복지부장관 사건과 사회복지수석비서관 인선문제 등)을 야기한 점 등은 현정부의 복지인식이 아직도 임기응변의 사회안전망적 사고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도 복지예산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즉 실업예산은 내년도에도 대규모로 집행될 예정이지만, 복지분야 예산은 별로 개혁적이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월간《복지동향》 11월호 이태수의 글). 수치로 볼 때 복지예산은 20.6% 정도로 적잖게 증가할 예정이지만, 실업관련 공공부조 예산의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그 외의 보건과 복지예산의 증가는 매우 저조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맺 음 말

이상에서 본 것처럼 IMF 1년 동안 복지정책의 분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실업을 양산하는 구조조정이 진척됨에 따라 사회안전망 확립에 대한 욕구가 양적인 복지팽창을 결과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복지제도의 구조적 발전으로 연결되리라는 전망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결국 처음에 예상한 대로 위기와 기회, 그리고 이를 규정하는 변인들이 병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저울의 추를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영환/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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