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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0
  • 2000.02.10
  • 872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그리고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관리운영기구의 통합은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며 국민의 정부가 사회복지부문에서 추진하는 획기적인 정책 중의 하나이다.

4대보험 통합은 최소한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절감과, 각기 다른 보험료 산정방식에서 오는 기업의 행정비용 축소 등의 효과를 낳으며 자격취득이나 상실 신고를 위해 각각의 사무소를 방문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4대보험 통합은 사회보장제도의 각종 급여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4대 사회보험 통합이 가져오는 이득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고, 기업이나 국민에게 상당한 혜택을 줄 것이다. 특히 IMF 이후 대량으로 유발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4대 사회보험의 통합은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4대 사회보험과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비교적 안정된 직장인들이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는 반면 보호의 필요성이 더 강한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미 전체 임금근로자의 50%를 넘어 6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기업체의 57.5%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은 16.7%, 의료보험은 23.7%, 고용보험은 30.4%만을 사회보험에 적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사실상 4대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더욱이 실업이나 은퇴시 중요한 소득보장수단이 되는 퇴직금마저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시, 계약, 일용직 근로자들은 사실상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의 경우는 납부 예외자가 약 556만명에 달해(1999년 10월) 상당수의 영세사업장 근로자, 영세 자영자 등 불완전취업층이 국민연금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63.5%만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용보험은 최근에 5인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임금근로자의 약 48%만을 포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5인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상당수가 고용·산재보험에서 제외되어 이들은 실업과 산재 노출시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4대보험 통합과 사회안전망의 재구축

그렇다면 임시·일용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영세 자영자들은 왜 4대 사회보험의 안전망에서 제외되어 있을까?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적어도 수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집단은 잦은 사업장 이동이나 부정기적 소득으로 자격관리나 보험료부과 징수가 어려워, 개별 사회보험이 독자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력과 예산, 행정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4대 사회보험 관리기관은 서로 협조하여 이들을 관리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보험운영을 고집하면서 서로의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보험제도마다 독자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다수의 저소득·불완전 취업계층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4대보험의 행정관리체계가 일원화되어 불완전 취업계층들의 4대보험 적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독자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을 사회안전망으로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민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의료보험의 피보험자 관리를 나머지 사회보험이 공유한다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상당수 보험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시늉만 하는 4대 사회보험통합안

4대 사회보험 통합작업을 위해 1998년 10월 총리실 산하에 '4대 사회보험 통합추진기획단'을 설치한 지 1년여가 경과하였고 4대 사회보험 통합을 위한 대략의 계획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계획안을 보면 통합을 추진하려는 의지보다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4대보험 통합의 핵심은 보험료 부과와 징수, 그리고 피보험자의 자격관리를 한 기관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격관리를 한 기관에서 수행해야 보험망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험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4대보험 통합은 설계부터 4대보험의 피보험자를 통합관리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하며, 그러한 원칙하에 시간적, 물리적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라는 융통성있는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전산망의 경우 처음부터 4대보험 전체를 통합관리한다는 원칙하에 설계하지 않으면 여러 차례 전산설계를 다시 해야 하므로 더 많은 비용이 낭비될 수 있다.

기획단에서 작성한 4대보험의 조직통합안은 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을 줄이고, 충실한 준비를 위해 단계별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단계별 통합은 4대 사회보험의 자격관리 통합이라는 큰 그림이 전제되어야 의미가 있다.

기획단안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자격·징수관리를 위한 기능연계를 점검하고, 2002년에서 2003년까지 기능을 연계하며, 이러한 작업의 '진행 결과에 따라' 2003년 이후에야 산재보험+고용보험, 그리고 국민연금+의료보험을 2 : 2로 통합하는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기획단안에 의하면 무려 4년을 기능연계만을 하고 그 이후에 가서야 2 : 2로 통합하는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격관리를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2004년 이후에도 4대보험을 통합한다는 확실한 의지도 나와있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취약계층을 사회보험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정책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전산의 경우는 4대보험 자격관리의 통합을 전제로 철저한 재검토와 설계가 필요하나 이에 대한 의지가 극히 취약하다.

조직 이기주의로 흔들리는 4대보험 통합

사회보험 통합을 위해 만든 기획단이 정부부처의 이기주의와 '태업'으로 사회보험 통합 '반대' 기획단으로 변질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민간인 위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특히 노동부는 사회보험을 어떻게 하면 효율화시켜 국민들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노동부의 업무영역을 보존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도 연금과 의료보험의 통합에 극히 소극적으로 통합의 적극적 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관리운영기구도 통합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노골적인 반대를 표방하기도 한다.

고용조정이라는 문제를 생각하면 이들에게 통합이 달갑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전국민의 사회보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4대보험 관리인력도 결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인원을 더 충원할 수도 없다. 4대보험을 통해 관리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4대보험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관련기관은 좀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합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회보험의 관리운영 상태가 지속되면 민영화의 압력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다. 4대 보험통합을 통해 민간보험과 구분되는 사회보험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행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부와 노동부는 사회보험 통합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4개로 흩어져 있는 보험조직으로는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험제도 안으로 흡수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복지부와 노동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사회보험이 우리 사회에서 있는 자들을 위한 사회보험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사회보험의 장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조그만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최대한 사회보험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하며, 이것은 보험료 부과, 자격관리를 하루라도 빨리 통합하는 길이다.
김연명 / 상지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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