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12-10   16121

빈곤선과 최저생계비 : 빈곤의 정의 및 측정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빈민, 저소득층, 빈곤선, 최저생계비 등의 용어를 많이 듣게 되거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빈곤한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빈곤하지 않은 사람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보아도 틀림없는 빈민에 속하는 사람이 있고, 그 구분 자체가 매우 애매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빈곤이란 무엇인가? 빈곤이란 '생활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결핍되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 처한 사람을 가리켜 빈민이라 한다. 그리고 '빈곤선'이란 빈곤이라는 상태를 지표화해서 한 사회에서의 빈자와 비빈자를 나누는 기준을 말한다. 그 기준은 보통 소득의 측면에서 정의되어 지나, 광의의 자원(resources)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주관적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 어떤 객관적인 기준 보다 높은 소득과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본인이 빈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객관적인 소득 및 재산수준은 낮아도 본인은 빈곤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빈곤정책을 실시하는데 주관적인 빈곤감을 기준으로 하기는 어렵다. 즉, 본인이 빈곤하다고 느끼는 사람 모두에게 복지 급여를 제공하기란 어렵다. 이는 특히 사회복지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각 국가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빈곤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보통 소득의 측면에서 주로 정의되고 있다.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

빈곤에 대한 이러한 객관적인 정의는 보통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절대적 빈곤은 좀 더 낮은 생활수준을 가리키고 상대적 빈곤은 절대적 빈곤보다는 높은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사용이다. '절대적'이라는 것은 사회의 일반적인 생활수준과의 관련없는 '고정 불변적'이라는 의미에서 절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것은 사회내의 일반적인 생활수준 혹은 소득수준과 비교한다는 의미에서 상대적이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이라고 하더라도 생존수준이나 기본수요 내지 그 충족을 위한 필수품이 시공을 초월하여 고정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특정 사회에 있어서의 지배적인 관습과 생활조건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 빈곤 즉, 사회의 일반적인 생활수준 혹은 소득수준과 비교된 빈곤이라고 하더라도 그 비교수준을 매우 낮게(예를 들어 평균소득의 1/10) 규정한다면, 그 결과는 절대적 빈곤의 수준보다도 낮을 수 있다.

빈곤을 절대적으로 정의하던지 상대적으로 정의하던지 간에 빈곤선을 추정한다는 것은 일정한 생활 수준을 화폐소득 혹은 자원의 양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 생활수준은 피구휼수준, 최저생존수준, 최저생계수준, 표준생계수준, 유락생계수준등으로 구분되지만, 학자나 연구단체에 따라 한 사회의 가장 최저의 생활에서 가장 최고의 생활까지 무수히 많은 일련선상의 생활수준 중에서 어느 한 수준을 빈곤의 경계선으로 잡아(빈곤의 정의) 그 수준을 화폐소득 및 자원의 양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즉, 빈곤선을 산출하는데 있어서 그 결과는 어떠한 계측 방식을 선택했느냐 하는 것보다 어떠한 생활수준을 빈곤과 비빈곤의 경계선으로 정의하였는가 하는 것이 거의 전적인 영향을 미친다.

빈곤선 추정

빈곤선(혹은 최저생계비)의 추정방식은 무척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켓바스켓 방식, 사회적 합의 방식, 통계해석방식, 전환점 분석방식등 크게 4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마켓바스켓방식은 일정수준의 생활내용을 구성하는 상이한 지출형태별로 마켓 바스켓을 상정하고 여기에 실효가격을 곱하여 필요생계비를 구하는 방식을 말하고, 사회적 합의 방식은 일반시민들의 표본조사에 의하여 표현된 여론을 기초로 하여 빈곤선을 추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계해석방식은 가계조사나 소득조사를 통하여 평균값, 중간값, 최빈값 등을 구하여 임의의 어떤 점을 빈곤선으로 정하는 방식을 말하며, 전환점분석방식은 소득 및 소비지출금액의 다소에 따라 비목별 지출구성 비율과 생활내용 및 지능건강수준 등이 변화된다는 점에 유의하여 실태조사를 통해 생계비 수준이나 빈곤수준을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이들 각 방식은 각기 그 고유의 빈곤 개념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박탈지표 방식(혹은 전환점분석방식)은 Townsend의 상대적 빈곤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마켓바스켓방식(전물량방식)과 엥겔방식(반물량방식)은 절대적 빈곤을 측정하기 위해, 통계해석방식은 상대적 빈곤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방식에 의해 측정된 빈곤선을 반드시 그 원래의 계측대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여러가지의 빈곤선 계측방식은 빈곤개념으로 어떠한 것을 사용하던지 빈곤을 어떻게 정의하던지 간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며 실제 그렇게 사용되어 왔다. 지금까지 절대적 빈곤, 혹은 최저생계비 하면 보통 마켓바스켓 방식, 혹은 전물량방식을 떠올렸으나 마켓바스켓 방식에서도 사회적 욕구 및 상대적 박탈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상대빈곤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통계해석방식(순수상대빈곤 측정방식과 유사빈곤측정방식)은 일본과 미국에서 최저생계비, 혹은 저생활수준을 규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그림>(맨 뒤 첨부)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우선 계측목적에 따라 이하의 과정이 달라 질 수 있고, 계측목적에 따라 빈곤을 정의하고 계측대상을 결정하게 되며, 그에 적합한 계측방식을 선택하여 가구수 및 유형을 고려하여 빈곤선을 추정(혹은 최저생계비 계측)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최저생계비(혹은 빈곤선)에 대한 무수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와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는 경향이 있다.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로 되는 이러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즉, 그 결과에 대해 정책가들이나 연구자들이 동의하게 되기란 어렵다. 또한 객관성을 확보한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의 빈곤정책에의 적용에는 상당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빈민을 규정하여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예산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보장 발달 초기 단계에서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전물량방식 등으로 최저생계비 혹은 빈곤선을 계측하여 그 것을 빈곤정책에 적용해온 것은 사실이다. 널리 알려졌듯이 영국의 베버리지보고서에 포함된 국민부조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라운트리가 계측한 빈곤선을 이용한 것이 그렇고 일본에서는 1950년대 생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의 결정방식으로 전물량방식을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으로 사용하고 있고, 복지부장관이 매년 12월 1일 공포하는 최저생계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한 1999년도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런데 보사연에서 계측한 최저생계비의 기준년도가 1999년이고 측정방식이 전물량방식이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계측방식뿐만 아니라 연도별 조정 방식에 따라 이후의 최저생계비가 최저생존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도별 최저생계비를 추정하는 모형은 첫째,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는 방식과 둘째, 일반가구의 가계지출에 대한 최저생계비 비율을 유지시키는 방식(수준균형방식), 셋째, 소득, 물가 및 기호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각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연도별 조정방식과 결정과정상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허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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