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8-10   1560

청소년의 당당하게 일할 권리

1. 내 동생 K는(만 18세)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평소 부족한 용돈인 데다가 계속 어머니께 손을 벌이기도 뭣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시간당 2000원을 받고 주말마다 일을 하는데, 얼마 전에야 자신이 받는 임금이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업주는 태연하게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던 것이다.

2. 친구 A는(만 20세) 인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을 한다. 녀석이 정규직 채용도 가능할 법 한데 비정규직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정규직으로 채용될 경우 고용보험과 의료보험을 매달 관공서에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보험과 의료보험은 일일이 관공서에 내러 가는 것도 아니며(자동으로 공제된다.) 필요한 경우 일정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라는 사실을 같이 일하는 형으로부터 들었다. 순간 내 친구는 너무 억울해 했다. 그러나 스스로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는데, 어쩌란 말인가.

3. 후배 K군(만 16세) 중학생 때 게임방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왜 그랬냐는 내 질문에 원 없이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 다른 후배 K양은(만 18세) 편의점에서 일을 하던 중 17만원을 도둑맞았다. 그리고 17만원을 보상하기 위해 그만큼 일을 하고 나오게 되었다.

위 네 가지 사례는 나랑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일이다.(익명으로 적었지만 굳이 실명을 알고 싶은 분은 제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물론 아주 심각하거나 절박한 사례는 아니다. 물론 주변을 벗어나서 찾아보면 이보다 심각하고 절박한 사례는 많다.

그럼에도 굳이 이 사례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르바이트생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인 군사독재가 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는 너무나 우리들 권리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 “권리 위에 잠든 이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이 오늘날 알바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알바생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학교에선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도한 학생이 일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좋지 못한 것으로 생각을 한다. 청소년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사람이다. 때문에 모두가 사람으로서 올곧게 살아갈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오늘날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다. 입시, 다시 말해 앞으로의 삶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모든 것이 구속받는다. 이것은 옳지 않다.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면 한국의 청소년들도 당연히 노동 할 권리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삐삐와 핸드폰이 등장하고 청소년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청소년 알바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참여연대 실태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알바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70년대에는 일하는 청소년들을 “근로 청소년”이라고 불렀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워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 가는 청소년기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의 알바는 대부분 용돈 마련을 위해서 한다. 우리세대라면 대게 가지고 있는 즉, 친구랑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헨드폰으로 문자를 날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그 소박한 열망이 단지 배가 불러서 그렇다거나 타락한 소비문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의 알바는 사회를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개발 할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혹은 그러한 것들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하지 못한 다면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우리사회 역시 밝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알바의 권리를 찾는 운동은 곧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과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청소년 노동은 보호받아야 할 노동, 차별 받지 않아야 할 노동이다. 청소년 또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노동 할 수 있는 권리와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인권팀과 회원모임 행동하는젊음 “와”가 함께 ‘힘내라 알바!’ 켐페인을 하게 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앞으로는 <3.6.9 켐페인>과 <2002 알바페스티벌>공연 등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힘을 모아서 알바들의 정당한 권리들을 찾아나가도록 노력 할 것이다.

권병덕/참여연대 행동하는젊음'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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