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1-10   852

청계천 복원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청계천은 서울의 생태공간을 구성하는 중심에 해당하지만, 도심에 위치해 있다보니 끝임 없는 다스림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역사를 보면 청계천은 근 300년마다 대대적으로 손질되어 왔는데, 오늘날 복개된 모습은 그 다스림의 극치에 해당한다. 복개된 청계천은 성장의 노폐물을 방출하면서 성장의 속도를 보태는 곳이지만 동시에 서울의 죽은 자연을 묻고 있는 무덤이기도 하다.

복원은 본래의 모습을 살려내려는 것이지만, 기실 이도 따져보면 새로운 인위적 다스림의 한 연장에 불과하다. 사라진 하천, 즉 자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으로서 복원은 시민들의 정서적 동의를 얻고 있지만, 그 내막은 서울의 관리를 개발에서 정비로 옮기면서 낙후된 도심기능을 활성화하려는 데 있다. 무늬만 복원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잘못된 복원은 또 다른 복원을 낳아 미래의 도시관리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되고 또한 서울의 도시공간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이 된다.

복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복원의 내용이 포괄적이어야 하고 또한 복원의 방식이 보다 철저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원칙에서 볼 때 복원은 역사성, 생태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청계천 복원은 구조물을 철거하고 인위적인 하천을 조성하는 의미를 넘어 고도 서울의 역사공간을 재현하는 한 구역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청계천은 태종 때 개천으로 정비된 이래 자연하천이면서 도성안 사람들의 삶을 담는 생활공간의 일부이기도 했다. 세종은 이러한 기능을 가진 청계천을 생활하천이라 불렀다. 이럴 정도로 청계천이란 공간은 서울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간직한 채 서울의 전체 역사공간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일부였던 것이다. 따라서 복원은 덮개를 거두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잊어진 청계천의 역사문화를 발굴해 서울 삶의 시간적 흔적을 미래까지 남겨두는 일도 함께 진행시켜가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청계천 복원의 첫 번째 조건이다. 복원될 청계천의 모습은 서구의 어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물이 넘실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수량은 적지만 사람들이 찾아들어 쉬고 담소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기자기한 친수공간”이 청계천의 본래 모습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모습의 청계천을 위해서는 실개천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석축, 바닥돌, 징검다리, 빨래터 등과 같은 청계천 본래의 구조물을 배열하고 하폭이 넓은 하류 고수부지에는 민속놀이터를 원형으로 한 공공공간이 홍수에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성되야 한다. 또한 하천이나 천변의 주요 시설과 마을도 선별적으로 재현해 청계천 전체가 역사문화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령, 청계천에는 광교, 수표교, 오간수문교 등 20여 개의 다리가 있었는 바, 이 중 아름답고 역사성이 깊은 다리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대한 복원하고, 광교 일대 조선시대 중인촌을 재현하며, 오간수문일대(동대문 운동장 일대)에 버드나무 군락지를 조성하고, 청계청 관리를 담당했던 준천도감을 청계천 역사박물관으로 복원·활용하는 등은 청계천을 역사·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장치들이 될 수 있다. 청계천 고가도로의 일부도 일정 구간에 남겨 발전기 서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뉴멘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 청계천과 관련된 민속놀이, 가령 연날리기, 다리밟기, 연등행사 등을 재현하는 장소를 조성해 청계천을 전통축제의 장으로도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청계천 복원은 생태적 기능의 복원과 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최대 역점을 두어야 한다. 청계천의 생태기능 복원에서 출발점은 자연수가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청계천은 서울의 남사면과 북사면에서 발원하는 각각 8 내지 9개의 물길이 모여 한강으로 흘러가지만 경사가 급해 토사가 늘 쌓이고 평소에는 수량이 부족한 건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는 서울의 생태적 특성인 바, 복원될 청계천도 이런 조건에 걸맞은 물길을 보여주어야 하며, 여기에 현대적인 수문관리, 상하수도관리, 토지이용 등의 조건을 연결지워야 한다.

따라서 청계천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역량과 현재적 조건에 맞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지천을 최대한 복원해야 한다. 지천복원의 일차적인 대상은 중학천과 백운천이며 현재 복원중인 성북천, 정릉천도 생태기능을 부여해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수와 하수를 분리하고 중수도 시스템을 활성화하며 소규모 종말처리시설을 지역별로 설치하고 지하수 활용 시스템을 입체화해, 이로부터 확보된 물이 지천과 청계천의 소규모 저류지로 모여들게 한 뒤 한강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물길을 따라 이른바 비오톱(작은 생태계)을 곳곳에 조성해야 하며, 주변의 토지이용도 이에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가령, 지천이나 청계천 주변에서 재건축·재개발 시에는 벽면 및 옥상녹화, 중수도 시스템 등을 의무화하고, 자연지반을 최대한 확보하며, 녹지대를 조성하되 이들간에 생태 연결 축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계천은 남북 녹지축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가령, 북악산-종묘-세운상가-남산, 혹은 북악산-낙산-동대문-남산으로 잇는 청계천 지점에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하면, 물 흐름을 중심으로 한 동서 생태축과 산 흐름을 중심으로 한 남북 생태축이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적 흐름이 전체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셋째, 복원될 청계천은 주변의 기존 토지이용과 조화되고 연계되어야 한다. 현재 이 일대에는 10만 여 개의 사업체가 있으며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만도 약 70만 명에 달한다. 영세한 도시형 소규모 제조업과 도소매업, 그리고 이에 관련된 서비스업종들(예, 식당, 목욕탕 등)이 복잡한 상호의존 망을 가지고 집적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활동의 집적이 아니라 거기에 인간적, 일상문화적 네트웍이 포개져 전체로서 유기적인 경제문화적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경제거래를 담아내는 만큼 이곳의 활동은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토지이용의 조건(예, 불법주차, 도로상의 화물처리, 쓰레기의 무단폐기, 노점활동의 집중, 도로상의 불법적치, 높은 소음 등)은 수변공간으로 복원될 청계천의 토지이용 조건과 마찰을 낳을 수 있다. 가령, 폐기물의 방기 및 방류, 불법 노점활동, 천변 도로의 불법주차, 불량자의 노숙, 물건적치, 불법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은 청계천의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관리부담이 된다.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부적격 업종을 이전시키거나 재개발해 교통체계로부터 건물형태·배치, 활동업종 전반을 근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자본을 끌어 들여와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으로 재개발해야 하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이며, 이에 따라 이 일대에 형성된 경제문화적 생태계가 깨지는 것도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도시개발분야에 최근 들어 신자유주의 이념이 득세하면서 청계천일대도 고부가치 생산지역으로 전환해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미 제기되어 왔던 터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변이 재개발되면, 청계천 일대의 전통적이고 비공식적이며 저소득층과 관련된 부문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란 측면에서 청계천 주변이 가지고 있는 저러한 문화와 활동은 유지되어야 하며,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지속되는 전제하에서 점진적으로 개선·개량되어야 한다. 청계천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문화적 활동으로 고양시켜 그 지역 전체가 상업공간이면서 하나의 축제공간으로 명소화해 가는 것이 싹쓸이 재개발보다 훨씬 더 이곳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 가는 방안이다. 형평성 측면에서, 수변공간을 역사·생태적 공간으로 복원·조성한다면, 주변(천변)공간은 이에 짝이 되는 전통·일상문화적 공간으로 정비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 청계천 복원은 주변의 토지이용, 교통흐름, 관리유지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과 장애를 발생시켜선 안 된다. 복원비용은 복원에 따른 비용, 청계천 자체의 유지관리비용, 청계천과 조화되는 주변지역의 관리 및 정비비용, 청계천을 통과하는 17만대 교통량의 처리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 데,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핵심과제는 청계천 용수확보와 교통처리이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한강 물을 끌어다 흐르게 하는 복원방식은 엄청난 에너지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6만 내지 10만 톤의 물을 돈을 내고 쓴다면 물값만 하루에 2000만원 내지 3000만원이 소요되는 데, 장기적으로 이는 시에 대해 엄청난 재정부담이 될 수 있다. 관리부담이 누적되고 인공저수지로서 청계천의 효용이 떨어지면 20-30여 년 뒤에 청계천은 또 다시 복개되어야 하거나 대대적으로 개조되어야 할 지 모른다. 인공적인 물길 조성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복원될 청계천의 용수를 위해선 지천수, 우수, 중수, 지하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부담이 될 되며, 그 확보가 다른 도시계획사업과 연동된다면 비용의 분담과 함께 도시하부구조의 개선도 도모하게 된다.

한편 하루 17만대에 달하는 교통량은 최소한의 대체도로만 확보한 뒤 시민들의 자율적인 교통 행태 전환을 유도해 해결해가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대다수는 서울의 동북부, 남서부 지역에서 들어와 시내를 통과하는 교통임으로 기존 접근로(예, 외곽순환도로, 진입도로 등)의 개선을 통해 분담시키거나 대중교통의 연계망 확충을 통해 분산시켜야 한다. 천변에 설치될 편도 2차선의 도로는 대중교통이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며, 여기에 종로와 을지로를 연결하는 구간별 순환교통망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여 주어야 한다. 화물처리는 종로와 을지로 쪽에서 들어와 해결하도록 하되, 이를 위해 청계천과 을지로, 청계천과 종로사이에 보차(步車) 혼합의 저속 동서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모든 교통의 처리는 에너지 사용을 적게 하고 보행권을 우선하는 녹색교통의 원칙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청계천 복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이를 최대한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가 처음부터 강구되어야 한다. 복원의 민주성은 여러 측면에서 복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주변 영세업체나 주민들이 복원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일방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들의 입장이 복원과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복원 후 청계천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주변상가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고 구간별로 관리를 책임지도록 해야 하며, 그곳을 문화적 경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그들의 자발적인 정비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데, 이 모두는 그들이 복원의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청계천의 용수를 지천수나 중수 등으로부터 얻고자 한다면, 상류나 지천주변 주민들이 지천을 복원하고 저류지를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의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마찌쯔꾸리운동)에서 그러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교통문제만 해도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을 자제하고 청계천에 조성될 저속도의 교통여건을 받아들일 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복원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여러 채널이 열려 있지만 대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주변상가의 상인이나 주민(특히 노점상)들의 경우 그들의 잠재적인 몫에 비해 추진과정에 적극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잠재적인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복원의 민주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의 관료적·하향적 추진방식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선, 현재의 위원회 대신 “청계천복원공사”를 만들어 추진해야 될지 모르지만, 그 어떠한 경우이든 추진은 민과 관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협력체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명래 /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mrcho55@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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