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11-10   1658

[포커스 1]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의미와 최근 동향

최근 정부에서는 현행 법정퇴직금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로서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를 해 놓고 있는 상태이며 정책담당부처인 노동부에서는 금년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내년 2004년 7월부터는 기업차원에서 퇴직금연금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간 막바지 정책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노동조합측과 경영자측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당위성과 명목론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제도의 도입방법 및 조건 그리고 도입형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쟁점 사항들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이유로 현행 정부안대로의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한국노동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난 3년간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연구포럼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었던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당위성과 명목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그간 환경변화와 제도의 변칙적인 운영 등으로 인하여 현행 퇴직금제도의 원래 도입목적과 현실적인 기능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즉 퇴직금제도의 원래 도입목적인 퇴직 후 노후소득보장과 실직 혹은 이직기간 동안의 소득안정 장치였다면 현행 퇴직일시금제도는 잦은 이직 및 중간정신 후 가계소비 혹은 투자손실 등으로 인하여 전자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으며 제도적으로 1995년 고용보험의 실업급여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후자의 기능도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속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용주의 전적인 부담에 의해 법정제도로 운용되고 있는 현행 퇴직금제도는 사회적으로 추가적인 부담없이 선진국형의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즉 국민여금-기업연금-개인연금)를 구축할 수 있는 유용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행 퇴직일시금제도는 중간 퇴직 혹은 실직 시 개별 근로자들의 생활비라는 실질적인 기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제도로서는 그 효율성과 효과성이 극히 낮은 제도라는 것이다. 현재 사용주의 법정 부담분인 임금의 8.3%가 정년퇴직 후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근로생애 기간동안 (약 30년간) 제대로 적립되고 안정되게 운용될 경우 약 20-25%의 소득대체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 현행 퇴직금제도는 지급의무와 지급수준만 법으로 정해져 있을 뿐 기업차원에서는 대부분의 기금이 미적립상태로 있어서 실질적인 지급보장성이 아주 약할 뿐만 아니라 경영상 기업회계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경제위기 동안 기업의 도산ㆍ폐업 등으로 인하여 퇴직금의 지급불능사고가 20-30%에 이르렀고 통상적으로 10% 이상의 지불불능의 리스트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퇴직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100% 사외적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행 퇴직금제도의 지불보장성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앞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그간 노동시장의 환경변화도 제도전환을 위한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행 퇴직일시금제도가 과거 상용직-평생직장-연공임금의 노동시장 모형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미래의 노동시장은 파트타임 등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연봉제 등 임금제도의 유연화로 인하여 그 제도적 기초가 이미 많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법정제도로서의 퇴직금제도의 사회보장적 기능 자체가 형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퇴직금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제도적, 상황적 변화들이 동 제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고 있어서 그 대안으로 현행 제도를 위한 사용주의 기 부담분을 사회보장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틀 안에 적립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기저에는 물론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본격적인 노령사회로의 진입시 피할 수 없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될 사회적 부담을 미리 해소하자는 목적도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ILO가 권고하고 있는 60-70%대의 노후소득대체율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현실적인 소득대체율(약 30-40%)을 고려할 때 9%의 공적연금 부담분과 퇴직일시금을 위한 8.3%의 부담을 합한 17.3%라는 적지 않은 부담 혹은 기여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공-사연금의 기본틀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한편 퇴직연금제도의 도입방법 및 조건 그리고 도입형태에 관한 정부의 안은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상당부분 알려져 있는 상태이나 그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입방법과 관련하여 지난 40여년 이상 존속해 온 현행 퇴직일시금제도를 일시에 대체할 경우 노사 양측에 모두 전환비용이 클 것을 우려하여 현행 제도를 존치하는 상태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전환할 수 있는 선택사항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령 통과 이후에도 제도의 실질적인 도입이나 활성화 정도는 전적으로 기업 혹은 사업장 단위의 노사간 선택에 달려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정책적으로 상당히 리스크가 높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새로운 제도로의 도입을 위해 경착륙의 방법보다는 연착륙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측에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사용주가 현행 법정퇴직금의 부담을 완화 혹은 회피하기 위해 임의적인 선택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져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둘째, 도입조건과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현행 퇴직금제도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적용범위를 그대로 놔둔 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 실제로 복지혜택을 더 필요로 하는 5인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정책형평성의 문제가 심화된다는 판단 하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적용확대와 함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단 영세 사업주들에 대한 일시적인 비용증가를 우려하여 동 사업장에 대한 법의 실질적인 적용은 2007년까지 유예하는 것으로 법안에 명시하고 있다.

셋째, 퇴직연금제도의 도입형태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측에서는 사용주가 지급할 최종 연금급여가 확정되어 있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제도 만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측에서는 확정급여형의 경우 경영실적이나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사용주의 부담이 과다하게 될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도입할 경우 사용주의 부담이 미리 확정되어 있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제도의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노동조합측이나 경영계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반론의 논지들이 현실적으로는 나름대로 양측의 이해와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서 제시하고 있는 왜 현행 상태로의 퇴직금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성이 높은 대안은 퇴직연금제도인가에 대한 당위론적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론은 빈약한 편이다. 단지 현행 제도가 새로운 제도로 전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우려(노조측)와 비용발생(경영측)에 대한 논지들만 들릴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냉철하게 생각해 볼 때 현행 퇴직일시금제도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현실가치가 얼마나 높던 간에 노동조합측이 주장하는 대로 완벽한 제도도 아니며 필연적인 제도로 아니다. 선진국들이 국가중심의 공적연금과 기업 중심의 사적연금이라는 이층체계로 시작한 반면 우리는 공적연금도 최근에 와서야 도입되었고 사적연금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퇴직일시금제도가 존재해 오고 있었을 뿐이다. 경영계 측에서 말하고 있는 비용발생 부분도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퇴직금제도관련 비용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요는 동일한 비용과 급부를 가지고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기업연금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으며 노령화사회에 진입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기업연금제도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제도와 함께 적정 수준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역할분담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제적인 추세이다. 급속한 노령사회로의 진입에 대비하여 이제는 우리도 국가차원에서나 개인차원에서나 모두 퇴직 후의 노후소득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할 때이다. 우리가 노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정년퇴직 후 노후생활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부양의 대상이 되는 노령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어지는 노후생활과 늘어나는 노령인구로 인하여 부양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이중으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노후소득보장이 크게 향상 될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있는데 또 퇴직연금을 도입해야하는가 하는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기금의 장기지속가능성, 애초에 약속한 연금급여의 약속이행 등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높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본격적인 연금급여의 지급이 시작되지도 않은 현 시점에서 벌써 보험료의 지속적인 인상 및 급여의 지속적인 삭감이 예정되어 있다. 국민연금이 애초에 40년가입시 평균소득자 기준 평생임금의 70% 수준의 연금급여를 약속했다가 그 후 60%로 하향 조정하였고 다시 현재는 연금보험료는 20% 이상 인상하면서 연금급여는 50% 이하로 다시 하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입 당시 재정부담이나 안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 빨리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장기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대신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연금과 함께 조정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측에서 볼 때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은 도입 초기에는 미적립 퇴직금을 사외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따라서는 전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적립 퇴직금은 기업의 보이지 않는 부채로서 기업의 생애가 길어지고 근로자들의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퇴직금 부채는 커지게 되어 종국적으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안정적인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은 이러한 퇴직금을 정기적으로 적립함으로써 퇴직금 비용을 평준화하고 잠정부채를 없애므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업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자측에서는 노후소득보장의 강화 이외에 퇴직금의 지급보장성 강화라는 부가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서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하고 비생산적인 퇴직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향후 노사정 간에 지혜를 모아 꼭 이루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부처에서는 현재 퇴직연금법안 작업이 진행중에 있으며 법안의 초안이 나오게 되면 공청회 등을 통하여 기업과 노동계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퇴직금제도가 현재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퇴직금관련 세법과 세제 등도 개정 혹은 개선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확정급여형이건 확정기여형이건 연금기금은 현행 퇴직금제도와는 달리 외부에 적립되어 금융시장에서 운영이 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거대한 투자자본을 형성하게 되며 이 기금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발달 및 안정화가 필수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금기금의 적립 및 운영은 수급권자인 다수의 근로자와 연금 운영주체간의 장기금융계약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며 적립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은 수많은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의 안정에 직결되는 것이므로 국가차원에서의 감독기구의 설립과 운영 또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방하남 /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보험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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