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3-10   769

[포커스 1] 철거민 문제를 통해본 주거복지

최근 상도동 철거민들의 ‘주거권투쟁’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거(Housing)정책이 주택(House)을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쾌적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택정책에 있어 경제력이 없는 계층에 대한 최저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경제력이 풍요로운 계층의 좀더 넓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도모할 뿐이지 경제력이 없는 계층에게는 그야말로 허울좋은 주거안정과 복지일 뿐이다.

실례로 상도동개발에서 보듯이 경제적 여력이 없는 주민들(세입자)은 방 값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도2동 173-159번지 등의 일대에서 살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이곳은 방 한 칸에 보증금 1~2백만원의 저렴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근지역의 개발이 된 곳은 방 한 칸에 보통 3~4천만원이 되고보니 이들에게 주어진 보상금 1~2백만원과 보증금만으로는 이주를 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개발지역에서 이사를 할 수 없어 자구수단으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주거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백 곳이 재개발, 택지개발, 주거환경개선 등 여러 유형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이주를 강요받는 국민(전철협에서는 이들은 모두 철거민)들이 있다. 개발지역은 낙후된 곳을 주로 하기 때문에 상도동처럼 영세민들이 살기에는 주거비 부담이 적어 살기 좋은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이 개발되면 영세민들은 마땅히 갈곳이 없는 현실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1989년부터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등을 통해 주택공급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주택보급율은 가구당 1세대가 넘어섰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이 50%를 상회하는 현실을 보면 이 같은 정책은 주거빈곤층에게는 잘못된 주택정책, 잘못된 주거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주택을 많이 건설하여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몇 채씩 사 가지고 임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돈이 없는 사람들만 주거비 부담을 지게된다.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정생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자녀 교육 등 모든 부분에서 빈곤이 세습되고 있다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거빈곤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해야만 한다. 이것이 현실적인 주거복지정책이 될 것이다. 상도동의 예에서 보듯이 그곳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개발로 인해 인근지역은 물론 수도권 어디에서도 도저히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생존권차원’에서 투쟁을 한 것이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호주에서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의 분야에서 호주를 위한 목표를 개발하고 이러한 성취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면서 삶의 질, 특히 주거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주거권을 인권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보고 있다. 이같이 외국에서의 주거권은 당연히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으로서 보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주거복지정책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주거권을 인권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하다보니 사회적 약자로서 세입자에 대한 정책은 미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가격은 평균 1천여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또한 개발관련법과 제도는 사업주체위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개발이 승인되면 세입자들은 갈곳이 없는 상황이다. 가구당 1~2백만원의 이주비나 건설교통부가 제시하고 있는 1인당 3.6평의 최저주거기준의 설정은 주거빈곤층을 위한 주거복지대책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철거민에 대한 주거복지정책도 사회, 경제적 환경변화에 맞춰 내용을 충실히 하여, 실질적으로 주거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먼저, 개발지역의 세입자들에 대한 공공임대아파트 대상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개발주체가 일반 회사이든 정부이든 간에 개발지역의 세입자들에 대한 공공임대아파트를 현실적으로 공급하여 이들에 대한 주거복지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아파트가 건설될 때까지 추가적인 주거비 부담이 늘지 않도록 건설지구 안에 임시수용시설을 만들어 일정기간 주거하다가 입주를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참고문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내서(2004), 국가인권위원회

양윤재(1996), 주택재개발사업 이대로는 안 된다

이호승(2003), 철거민들의 주거권

장세훈(1998), 주거문제

장완수(1996. 9), 도시재개발제도의 개선방향, 국토개발연구원 ‘국토정보’

박규숙 /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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