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9-10   1176

[동향 1] 혈액관리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혈액 관련 사고가 연이어 불거져 혈액 사업과 혈액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헌혈 감소와 혈액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성토로 이어진지 오래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적십자사의 대책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짧은 지면에 충분한 현안과 대안에 대한 많은 내용을 쓰기에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혈액 사업의 사안별 문제점과 대안을 당사자인 환자와 헌혈자의 시각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혈액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정부가 1981년도에 혈액사업을 대한적십자사에 위탁한 이래 1989년 연간헌혈자 108만명에서 1998년도 250만명 달성 등 비약적인 양적 성장1)이 있었으나, 최근 일부 부적격혈액의 출고 및 수혈로 인한 감염사고 반복으로 혈액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 확산되고 있다.

○ ‘03년 에이즈 잠복기 혈액의 출고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 4명 발생, ‘04년 4월 이후 양성경력자가 헌혈할 혈액(출고 시 음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감염(B형 및 C형 간염) 환자 8명 발생 등 작은 감염사례 발생

○ ‘03년 11월~12월 혈액안전과 관련하여 대한적십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서 과거 간염 양성판정을 받은 혈액(출고 시에는 음성)이 다수(7만 여건) 출고되는 등 문제 지적

○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사업에 대한 불신과 수혈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 형성

※ 최근 정부의 혈액 사업 안전성과 관리 개선을 위한 기획단 구성 및 회의에 정작 헌혈 당사자와 수혈 당사자인 환자들 그리고 모니터 기능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비전문가라는 이유 등으로 배제되었다. 참여정부 들어와서도 국민들과 당사자들의 의견/정책 참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며 체험과 경험으로 터득한 현장 중심의 전문가들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개선안들에 대해서 탁상행정이니 하는 식의 문제 지적과 아울러 우리 현실에 부합한 개선안을 만들어 가는데 걸림돌이 되도 있다.

혈액사업의 당면 문제점

혈액 사업은 헌혈을 하는 헌혈자에서부터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수혈 받는 단계에 걸쳐 포괄적인 관리와 안정성이 담보 되어야하며 수혈 이외에도 일반 국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혈액제제인 알부민이나 혈우병환자들이 투여 받아야 하는 혈액제제 또한 관리와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국민이 믿고 안심 할 수 있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만일의 상황과 문제 발생시 신속하고 신뢰 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제도와 시스템을 제대로 완비하고 있어야만 국민들이 신뢰 할 수 있는 혈액 사업을 구축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아직 멀기만 하다. 문제 발생시 그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은 형식에 그치거나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무시하거나 관심을 가지질 않는다.

정부와 적십자 그리고 관련 전문가와 관련 당사자 그룹들이 신속히 모여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여 개선을 하기보다는 소위 전문가 몇 사람을 내세워 모든 부분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식의 탁상 대안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튀어져 나오고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대안이 나오게 된다. 사실 어떤 제도를 하더라도 적정한 인력과 예산은 담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효율이나 우선 순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집행은 비효율적이며 예산낭비만을 초래 할 뿐이다.

헌혈자와 환자 입장에서 혈액사업의 문제점

-헌혈자의 입장

먼저 헌혈자들의 경우 헌혈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적십자사와 헌혈의집 헌혈 시간은 일반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시간대에 맞추어져 있는데다, 주5일 근무로 토, 일요일은 헌혈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과연 이런 제도에서 누가 쉽게 시간을 내어 헌혈을 할지 반문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군인들이나 학교를 찾아 단체로 헌혈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이 되었고, 관리 감독 부재와 숙련 인력의 부재는 대형 사고를 불렀다. 특히 군부대나 학교에서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헌혈에 참가한 이들은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져 이후 연속적이고 자발적인 헌혈로 이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헌혈자와 환자들을 위해서는 월1회의 보건 휴가 등으로 2-3시간 소요되는 성분 혈소판 헌혈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제도 마련과 헌혈자들에 대한 건강 및 헌혈자 교육을 통한 권익 신장과 배려가 절실하다.

-환자의 입장

환자의 경우에는 투병으로 인해 경제적ㆍ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 환자 스스로 본인의 피 값도 지불하고 치료받을 피도 직접 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에 맞닥뜨리고 있다. 무엇이든 수익자 부담원칙이 요구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헌혈이지만 피 값과 함께 피를 수혈 받기 위한 각종 검사와 장비 등의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백혈병환자들의 혈소판 수혈의 경우 한 공여자당 30여 만원이 넘게 부담을 하고 있다. 한 환자 당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50여명을 수혈 받으면 피 값으로써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다.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는 수혈이 아닌 혈액제제로 인해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혈우병 환우들은 2004년 7월말 현재 1,707명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C형 감염 및 보균자가 600여명이 넘게 조사 되고 있다. 혈액제제를 상시 투여 받아야 하는 질환임에 혈액제제로 인한 감염이라는 주장이 피해자들인 환우단체를 중심으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만 정착 책임 주체인 정부와 제약사 등은 문제없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학 조사 한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니 보상이나 치료에 따른 보장체계는 전혀 없어 환자와 가족들이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혈액은 교통사고 등 국민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런 재난에 사용될 수 있기에 안전하고 필요한 때에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 질 수 잇게 구축하는 것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중대한 사업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의 혈액 사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 가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혈액 사업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사후 관리의 제도적 마련 그리고 신뢰를 줄 수 있는 행정이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혈액 사업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절실히 요구 된다고 본다.

혈액 사업의 전반적인 문제점

첫째, 낙후된 채혈 인프라와 후진적 채혈관행으로 채혈 단계부터 안전성에 문제점 노출

– 헌혈을 하기위한 우리의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헌혈의 집을 찾지 못해 개인헌혈 이 저조하고 군, 학생 등의 단체 헌혈에 의존하는 실정

둘째, 혈액의 검사, 채혈, 제조 등의 과정상 전문성 부족 및 정도 관리 미비로 혈액의 안전성 미확보

셋째, 혈액 사용과정에서의 안전 관리체계 미흡

– 의료기관 내 혈액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 미흡(수익성이 없는 혈액 관리 인프라 투 자 기피, 현행 법령상 안전 관리 및 역학 조사, 주체 등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조사의 미흡 및 안전 불감증 심화)

넷째, 혈액 사업 주체인 대한 적십자사의 전문성 부족 및 관료화

– 정부와 적십자사간의 혈액 사업에 대한 역할 분담의 불분명함과 적십자 조직 내의 전문 인력의 부족, 시스템 미비, 자체 검증 네트워크 부재 등의 문제)

다섯째, 국가의 감시, 평가 기능 부재 및 관리 감독 체계 미흡

-정부의 관리, 감독 미흡과 적정한 투자 미흡

대안

정부와 적십자, 관련 의료기관을 포함한 전문가 그룹과 헌혈 사업의 핵심 주체인 헌혈자와 환자들 그리고 모니터와 대안 제시를 위해 노력 하고 있는 관련 시민 단체들이 공정하고 적정한 비율로 참여하는 상시적인 위원회 형식의 감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틀이 필요 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틀 안에서 일시적인 방편이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선안들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본다. 공공성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 국민 보건 사업인 혈액 사업이기에 투명한 원가 분석도 이루어 져야 하며 그에 따른 투자와 지원 또는 남는 수익금에 대한 올바른 투자와 공익적 환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혈액사업의 관련 주체들의 함께 참여하는 상시적인 위원회의 운영은 절실하다고 본다.

우선적인 논의 안건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국무총리실 산하 혈액안전관리개선기획단에서 다음의 일부 안에 대해서 나름의 검토와 논의가 되었지만 정작 헌혈자 당사자들과 환자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헌혈자와 소비자인 환자들이 피해를 보거나 어려운 환경을 고스란히 지게 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다음은 이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다.

1.헌혈자 모집 및 채혈단계부터 안전한 혈액을 확보 할 방안

2.혈액검사체계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안전성 확보 방안

3.신속하고 안전한 혈액체계 마련 방안

4.안전하고 적정한 수혈을 위한 정도 관리 체계 구축 방안

5.적십자사 혈액 사업 조직의 혁신 방안

6.국가의 혈액사업 감시ㆍ감독기능 강화 및 투자 확대 방안

7.혈액 관련 사고에 있어 역학 조사와 사후 관리 방안

8.혈액사업의 원가 분석 및 투자ㆍ공익적 환원 방안 등

앞으로 혈액 사업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안전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신뢰 받는 혈액 사업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함께 노력 하였으면 한다.

〈 참고: 외국의 혈액사고 사례 및 개선 방향 >

□ 혈액사고 관련 추이 : 80년대 초반 대형 감염사례 빈번

○ 일본 : 80년대 초 미국산 수입 혈장으로 제조한 혈우병치료제로 인해 1,800명의 환자 에이즈 감염, 400명 사망

: 제약회사와 국가, 감염자 1인당 보상금 4,500만엔 지불

○ 프랑스 : 80년대 초 혈우병치료제를 통해 1,348명의 환자 에이즈 감염, 625명 사망 ⇒ 보건장관 유죄 판결

: 이외 90년대 중반 사람면역글로불린제제를 통해 국민 다수 C형 간염 감염

○ 이외 캐나다(혈우병 800명 에이즈 감염), 미국(C형간염) 등도 대형 감염사례가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 야기

□ 혈액안전관리 개선 방향 : 국가관리체계 강화 및 지속적 감시

○ 혈액사업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 및 중앙화

– 영국, 프랑스의 경우 혈액전담 국가혈액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캐나다는 적십자사에서 정부 출연 비영리기구로 독립화

○ 혈액사업조직에 대한 전문 평가ㆍ감시체계 구축

– 공통적으로 혈액사업수행자에 대해 표준지침 제시 및 평가ㆍ감시업무 일상화 등 철저한 관리ㆍ감독체계 구축

∙ 국가별 수행기관 : 미국(FDA, CBER), 일본(혈액대책과), 영국(NBA)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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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혈자수 : 37만명(‘81) → 108만(‘89) → 254만명(‘03년)

권성기 /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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