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없는 짜깁기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계획 상향조정, 아동수당 도입 필요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비정규직까지 확대 방안 빠져

소요재원 32조원, 추상적 조세개혁 방안으로 마련 못해

1. 정부는 7일 저출산 고령화 대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우리는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공적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것을 다행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 수준인 1.08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포함되지 않은 채, 각 부처 업무계획의 짜깁기에 그치고 있으며, 몇 가지 대책에서는 심각한 한계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계획안의 핵심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2.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목표가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으며, 최소 아동기준 30% 수준으로 상향돼야 한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오는 2010년까지 현행대비 두 배 수준인 약 2,700개 가량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이는 20%를 약간 웃도는 목표 수준이다. 보육 선진국들 대부분이 모든 시설을 국공립으로 운영하거나 최소한 절반 이상을 공적 인프라로 갖고 있는 상황과 우리의 현실은 큰 괴리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 계획은 그 간극을 좁히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다. 특히 보육비 증대와 맞물려 보육의 질을 높이고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공립 보육시설의 일정 수준 이상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성과 민간시설을 저항 등의 한계를 거론하고 민간보육시설 중심의 보육정책 기조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의 기조를 국공립 중심으로 이동해 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현실적 한계는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보육비 지원을 평균소득 130%이하 가구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지원 수준에 비해 대상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정부분담율 예상치는 60%로 OECD 평균 70% 수준에 미달된다. 또한 현재 민간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유아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미비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3.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도입이 필요하나, 논의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아동수당제도는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아동양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아동빈곤의 방지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 보편적인 제도이다. 정부도 2007년부터 태어나는 둘째아이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해 만 5세까지 이를 확대하는 구체적 방안까지 검토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기본계획안에 반영되지 못하고 도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다. 보편적 아동수당이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당장에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제도도입을 원칙적으로 확정하고 현실적인 단계적 실시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러나 경제계의 반대나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간의 부처간 갈등으로 제도 도입의 단초 정도도 마련하지 못하였다는 것에는 깊은 실망을 표한다.

4. 고령화에 대비한 대책차원에서도 정부의 기본계획은 핵심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시급한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도 실시를 위해 노인수발제도를 2008년 7월부터 본격 실시하겠다고 하나, 정부가 발의해 놓은 노인수발보험법은 낮은 국고지원과 높은 본인부담으로 인해 개인과 가족에게 많은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며, 또 다른 사각지대를 낳을 것이 예상되는 제도이다. 더구나 2008년부터 제도를 본격 실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적 인프라의 수준은 이 제도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기본계획에서 밝힌 정부의 인프라 확충이 공적 인프라가 아닌 민간 시설의 활용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노인요양보장제도의 시장화를 부추기고 제도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이 같은 방침을 즉시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5.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산전후휴가 급여의 사회화 수준을 높이고 육아휴직을 실질화하며, 이를 위한 근로형태의 유연화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는 출산과 양육이 가정과 여성에게 큰 부담을 지워왔던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출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성평등 제도와 환경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 대책 또한 근본적 개혁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봉식 대책이라는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애초에 검토되었던 유급 남성출산 휴가제도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기업의 논리에 밀려 무급화 되었으며, 산후휴가자의 약 20%만이 육아휴직을 이용할 정도로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급여를 인상해 육아휴직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방안도 현재에 비해 10만원 인상되는 수준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계층에게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우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출산과 육아문제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만들고 남성의 돌봄 노동 분담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한다. 산전후 및 육아휴직을 비정규직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및 급여수준의 현실화, 육아휴직기의 자발적 단축근로제도의 도입 등은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6.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대책 기본계획을 위해 2010년까지 총 32조원의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부족한 재원의 확보 방안으로 세출구조조정, 비과세 감면제도 신설 억제 및 기존 제도 축소, 자영업자 소득파악율 제고를 통한 세수기반의 확충 등을 제시하였다. 원론적으로 정부의 이런 입장은 수긍할 만하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과세 감면제도만 하더라도 정부는 2000년 이후부터는 계속하여 비과세 감면제도를 신설하거나 기존 제도를 재연장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2004년 한해만 하더라도 13개의 새로운 비과세 항목이 신설되었으며, 2005년에는 16개 항목이 다시 연장되었다. 이처럼 조세 감면제도가 근로자 농어민등에 대한 지원과 특정 산업의 육성을 위한 일시적 제도라는 취지와 달리 여러 이익집단의 영구적인 기득권처럼 운용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과연 정부 선언대로 비과세 감면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기존 비과세 감면 축소의 규모와 연장할 경우 기존 혜택의 50%삭감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안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진입에 따라 소요되는 재원 조달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보다 세부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세수기반의 확대를 위해 자영업자 소득파악율의 제고라는 ‘모범답안’만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간이과세 제도 폐지, 차명거래 금지를 위한 금융실명제법 개정과 같은 세부적인 추진안이나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나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강화와 같이 자본이득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처럼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조세개혁과제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

7. 우리는 끝으로 정부가 한편으로는 각계각층의 참여와 합의하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저출산 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진행하면서, 연석회의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방식과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정부의 기본계획을 각계각층이 지지해 달라는 것으로 사회적 대화와 합의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의 사회협약 선례에서 각 사회경제 주체들 간의 합의를 통한 비전과 핵심의제에 대한 합의와 공유가 이루어지기 전에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계획을 발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현 정부가 말로는 사회적 대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한낱 정부정책의 모양 좋은 장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같은 허구적인 대화체제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 심각한 회의가 든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보다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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