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6-11   610

2008년도 최저생계비,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이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은 기초생활에 대한 보장이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최저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자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기초보장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행 이래 기초보장제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법 제정의 취지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최저생계비가 그러하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급자 선정과 급여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가 어떻게 결정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 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수급자로 선정될 수도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보장법상에는 최저생계비의 결정이 합리적·중립적·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민간위원이 더 많이 포함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도록 한 것이 그러하고, 중립적인 연구기관에서 계측하도록 한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년간의 최저생계비의 결정과정과 결과를 볼 때 법 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복지부장관이 발표한 2006년도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170,422원이다. 이는 5년 만에 실 계측한 2004년도 최저생계비에다 물가상승율(2005년 3%, 2006년 3%)을 적용한 결과이다. 최저생계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물가상승율만 반영하면 되었지 다른 무엇을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달 수 있을 것이나 물가만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가구의 소득·생활수준과 최저생계비 수준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즉, 현행 최저생계비의 조정방식은 “물가상승율 방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격차확대 방식”으로도 부를 수 있다. 일본 생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의 경우 60년대 이후 일반가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격차축소방식을 취해오다 그 수준이 일반가구의 2/3수준이 되었을 때부터 수준균형(유지)방식을 유지해 오고 있음과 비교해 보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 저하는 다른 많은 문제를 낳는다. 그 중 하나가 부양의무자기준의 무의미한 제도개선이다. 개정된 기초보장법에 따라 부양의무자 부양능력 판별기준이 기존의 최저생계비의 120%이던 것을 130%로 2006년 7월 1일 부터 새롭게 시행될 예정으로 있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2006년 7월의 최저생계비의 130%는 최저생계비 최초의 공식 발표년도인 1999년의 120% 수준보다도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수준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부양능력이 없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1999년보다도 2006년도에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표1〉 최저생계비와 중위 소득, 가계지출, 소비지출과의 비교 – 생략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최저생계비의 경우 일반가구와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그 수준을 유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중생보위를 통해,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문제제기 되었지만 정부에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예산에 맞춘 최저생계비 조정을 강행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단적인 예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제 계측한 객관적인 연구결과인 2004년도 최저생계비 수준을 뚜렷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깎아낸 것이다. 실제 복지부장관에 의해 발표된 2005년도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보사연 애초 연구 결과보다 많게는 20만원 적게는 10만원 이상 축소 조정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와 최저생계비전문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잘 확인할 수 있다.

기초법 제정의 진정한 의의를 찾으려면 최저생계비는 현실에 맞게 계측되어야 하고, 그리고 그에 맞추어 수급자 선정과 급여가 이루어 져야 하며, 그에 필요한 예산은 자동적으로 충당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는 그것이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예산에 맞춘 최저생계비의 조정과 수급자 선정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최저생계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이 절실하다. 수준균형이 되었든, 수준유지가 되었든, 아니면 상대빈곤개념의 도입이 되었든, 어떤 개념을 사용하던지 간에 일반가구와의 생활수준과 최저생계비의 격차가 더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일부 학자들조차 상대적 빈곤개념이 항상 절대적 빈곤개념보다 더 높은 수준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은 그와 다르다. 현행과 같은 마켓바스켓 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측을 매년 하게 하면 그 결과는 물가상승율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생활상에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결정할 때 일반 가구의 생활상의 변화를 매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예전에는 필수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필수품이 되었고, 예전에는 연탄이 필수품이었지만 이제는 가스나 석유가 필수품이 되어 있고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야만 한다. 반대로 정하기에 따라 상대빈곤방식의 최저생계비가 절대빈곤개념 방식의 최저생계비 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외국과 같이 중위·평균소득의 40%, 50%로 정하지 않고, 35%, 30%로 정하면 현행 최저생계비 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되는 것이다.

마켓바스켓방식의 계측방식은 예산이 매우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년 계측하는 것은 예산낭비가 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상대적 빈곤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일반가구의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예산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가구(근로자, 혹은 일반)의 무엇(소득, 지출; 평균, 중위)의 몇%(30%, 40%, 50%, 1/3, 2/3)로 정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준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 장관이 예전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이었을 당시 전 복지부장관에게 이와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상대적 빈곤 개념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질의와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향으로 최저생계비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법개정으로 3년 만에 실 계측되는 2008년도 최저생계비의 계측방식에 관한 논의가 최근에 중생보위에서 열렸다. 하지만 논의 과정과 결과를 볼 때, 상대 빈곤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현행 최저생계비의 수준이 연금급여수준과 근로자 소득과 비교하여 높다는 주장과 공공부조급여기준선과 최저생계비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6년 동안 최저생계비에 있어서는 커다란 진척이 없었지만 중생보위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갔고, 많은 논의가 축적되었으며, 정부위원과 민간위원간의 약간의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있었다. 그중 중요한 공감대가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자는 것이고, 그와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상대빈곤개념을 도입할 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임명된 중생보위 위원들 간에 6년 전에 했던 논쟁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을 보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허선/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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