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0-11   487

‘등 따숩고 배부를’ 권리

가을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겨울을 가까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탐탁해 하지 않아야 할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일상이 추위로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 늘 머리 뒷꼭지를 당기는 기분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추위의 무게를 버겁게 견뎌야 할 그 누군가가 가지지 못한 이웃임을 알기에 가을은 사회복지실천가인 편집인의 의무감과 책임의식에 날을 세우며 묵직하게 목을 누르곤 한다.

등 따숩고 배부른이란 최소한의 상태가 왜 모두에게 보장될 수 없는 것인가라는 박물관에 박제 되었음직한 해묵은 질문과 함께, 실천가와 전문가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의 자책어린 질문까지 결코 명쾌할 것 같지 않은 답을 구하는 현명하지 못한 씨름을 해마다 싸한 아침 기운이 멀게 나마 겨울을 감지하게 하는 이맘 때면 계절병처럼 되풀이 한다.

지난여름 일주일간 지속된 정전 사태로 집안의 냉방기 가동이 불가능해진 시민들이 더위 피할 곳을 찾아 숙박시설로 몰려드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피난 행렬을 연상했던 기억이 있다. 시민들이 지출한 숙박비를 시에서 배상하겠다던 발표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등 따스운 겨울을 위해 싸움닭 마냥 거머쥔 주먹에 힘을 주고 목청을 높여야 하는 우리네 처지에서 누군가의 시원한 여름을 염려하는 그들 사회를 바라보면서, 사람 사는 곳에 따라 사람답다는 것의 스팩트럼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에 답해 주는 우리 사회의 모든 지표가 아래로만 치닫는 지금 추위로부터도 우리의 인간다운 품위를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찬 공기는 예외 없이 ‘등 따숩고’의 직업의식에 근거한 자성적 푸념을 낳았는가 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일하는 자에게는 노동과 소득보장을 통해, 서비스의 대상자에게는 적절한 돌봄을 통해 ‘사람답게’의 상태와 거리를 좁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호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국제결혼, 민영의료보험, EITC, 성람재단, 그리고 노인수발에 관한 동향들을 살펴보았다.

최혜지 / 서울여자대학교 인간개발학부 사회사업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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