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3-01   2211

한국 사회정책의 특징: 취약한 국가의 역할

한국 사회정책의 특징: 취약한 국가의 역할

김연명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취약한 국가 사회정책의 부작용

사회복지의 공급은 국가뿐만 아니라 시장과 가족에 의해서도 공급된다. 한국의 사회정책은 국가부문의 책임 취약, 시장과 가족의 과잉부담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정책의 구조는 한국사회에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공공주택, 공공의료, 연금 등 사회정책을 통해 제공되는 ‘사회적 임금’의 크기가 적기 때문에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임금’을 최대한 올리는 전투적 임금인상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위험의 관리가 국가, 시장, 가족 사이에서 적정히 분담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제외되는 즉시 가구의 노동력재생산에 심각한 위기를 겪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주거비, 양육ㆍ교육비의 과도한 시장의존 때문에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의 요인이 복합적이지만 주거마련과 교육비 부담이 만혼으로 이어지고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충분한 보육시설이 제공되지 않음으로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시장과 가족의 과잉부담구조를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의 사회정책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주요 사회정책 영역에서 국가, 가족,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가를 간략히 보기로 한다.

사회적 위험의 대응 구조: 국가와 시장의 비중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령, 질병, 사망, 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사회보험은 물론 사보험, 그리고 가족간의 상호원조를 통해 보완된다. 소득의 일시적 혹은 영구적 중단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개별 가구의 대응방식에서 국가 사회보장제도의 소득이전 규모 (국가), 민간 사보험의 소득보전 규모(시장), 그리고 가족원간의 상호 원조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량적으로 완벽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두개의 간접지표를 사용하여 국가와 시장, 그리고 가족이 어떤 대응 구조로 결합되어 있는지 보기로 한다.

<표 1>은 한국에서 질병, 사망, 재해 등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구조에서 국가와 시장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 표는 민간생명보험의 보험료 수입 규모를 시장의 역할로 규정하고,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의 수입(보험료+국가 부담금) 규모를 국가(사회정책)의 역할로 보아 두 부문의 GDP 대비 수입 규모를 연도별로 비교해 본 것이다. <표 1>에서 의미 있게 보이는 점은 1980년 이전까지는 민간생명보험과 사회보험의 수입규모 비중이 GDP 대비 1.6%대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1980년 이전까지는 시장이나 국가가 사회적 위험관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소득중단 위험에 노출될 경우 대부분 개인소득이나 가족의 원조를 통해 해결했을 것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 GDP 대비 1.64%에 불과했던 민간생명보험의 수입액이 1990년 9%로 비약적 성장을 하게된다. 반면에 사회보험의 경우는 GDP 비중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민간생명보험 시장의 팽창에는 훨씬 못미치고 있다. 이것은 1980년대에 들어와 실질소득이 증가하지만 사회보험의 비발달로, 즉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인 대응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통해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위험관리에 대한 국가와 시장의 역할분담에서 압도적인 시장 우위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보험개발원 (2006)의 조사에 의하면 2005년의 경우 우리 나라 가구당 생명보험가입건수는 3.5건에 달하고,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통계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생명보험료 수입액의 GDP 규모가 2003년에 세계 4위권에 올라가 있다.

<표 1> 민간생명보험과 사회보험의 수입 구조의 추이 (1970-2005) – 생략

노후생활비의 부담 구조

<표 2>는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위험중의 하나인 노령으로 인한 소득 중단의 위험에 대응하는 구조를 가계단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표의 이전소득에서 연금은 공적연금 수혜액, 기타 사회보장수혜는 공공부조제도에 의한 이전소득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금과 기타사회보장수혜액은 노후소득보장에서 국가의 공급부문을 의미하며 사적보조금은 가족간의 이전소득, 즉 가족부문을 의미한다. 주로 노인들에 해당되는 이전소득의 규모를 보면 65세 이상의 노인가구주의 경우 사적보조금이 289만원, 연금과 사회보장수혜액을 합친 소득이 217만원으로 나타나 노후소득보장에서 국가부문이 가족부문보다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표에서 나타난 연금소득은 일부 노인들이 받는 공무원, 군인연금 등 높은 연금액이 가구당 평균액을 높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연금 역시 1998년에 제도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노인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 2000년에 65세 인구중 공적연금을 수혜받는 층은 전체 노인의 7%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노후소득보장구조에서 국가 (공적연금)의 역할은 매우 주변적이고, 상당수의 노인이 가족간의 사적소득이전으로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는 가족의 과잉부담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표 2 > 60세 이상 가구주 연령별 가구당 소득 현황 (2000) – 생략

주거와 교육의 공급구조

우리 나라 주택공급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어보면 거의 압도적으로 민간시장에 의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임대되는 공공임대주택은 2004년 기준으로 33만호 정도로 전체 주택재고량의 2.5%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중 공공주택의 비중이 가장 적은 나라가 일본으로 7%를 상회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은 10%-20%의 공공주택 비중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국가부문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주택을 본인의 금융자산과 가족의 원조를 통해 시장에서 주로 구매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시장과 가족의 과잉부담구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서비스의 재원조달구조에서도 우리나라는 가족의 과잉부담과 시장의 공급구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서비스의 정부부담분은 OECD 평균이 GDP의 5.2%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4.6%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공교육중 민간부담율은 2.9%로 선진국의 평균부담율인 0.7%의 거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OECD 교육재정조사」여기에 학교밖에 부담하는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비 부담이 OECD 국가중 최고수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서비스에서 가족과 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과중한 구조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료의 공급구조

우리나라는 1977년부터 시행된 의료보험제도의 영향으로 공공부문에서 기초적인 의료욕구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적의료비 지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OECD Health Data 에 의하면 한국의 총의료비 지출구조는 1990년에 GDP 대비 총 4.5%로 인데, 이중 민간이 부담하는 비중이 2.7%로 미국 다음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1년의 경우는 공공의료비의 비중이 2.8%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민간의료비 역시 GDP 대비 2.6%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최근까지도 우리 나라는 의료서비스 공급에서 국가부문의 역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비부담에서 본인부담이 높은 것도 공공부문의 비중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OECD (2005)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의료비 중 환자 개인이 부담하는 본인부담분 (out-of-pocket payments)의 비중은 1990년에 58.7%에서 2001년에 41.7%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본인부담율에 해당된다. 의료기관의 분포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시장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은 1980년에 17.5%를 차지했지만 2002년에는 그 비율이 7.7%로 하락하였다. 물론 병상수를 기준으로 보면 공공의료기간의 병상수가 전체 병상수의 19.6%를 차지하지만 이 비율 역시 영국 96.3%, 프랑스 65%, 독일 49%, 일본 25%보다는 매우 낮으며, 민간의료보험이 매우 발달한 미국의 19% 수준에 있는 것이다

아동ㆍ노인케어의 공급구조

사회서비스 영역을 대표한다고 볼수 있는 아동보육과 노인케어 부분에서도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상대적 저부담과 가족과 시장의 상대적 과부담이라는 구조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동보육은 90년대 이후 국공립 보육시설 등의 확대로 국가부문의 비중이 일정하게 커지고 있으나 공공부분이 차지하는 보육의 비중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공공보육이 일정정도로 팽창한 2004년의 경우만 해도 공공보육시설의 비중은 전체 보육시설의 5.0%, 공공보육시설에서 보육하는 아동수는 전체 보육아동수의 1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장(민간부문)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노인케어서비스, 특히 거동불능 노인의 요양서비스는 거의 전적으로 가족(여성)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의 추정에 의하면 장기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의 규모는 2003년의 경우 시설보호 필요노인이 7만8천 명, 재가보호 필요노인이 51만9천 명이며 2010년에는 그 수가 각각 10만명과 69만명으로 증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현재 공공부문인 시설입소 노인은 2만3천 명으로써 시설입소수요의 28.5% 수준이며, 공공복지를 통해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은 2만여 명으로 수혜비율은 재가수요의 3.9%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노인케어부문에서도 국가의 서비스공급이 극히 낮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김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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