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9-02   861

[동향 3] 2009년 최저생계비 결정과 향후 방향


 


2009년 최저생계비 결정과 향후 방향




 


백승호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는가?
2009년도 최저생계비가 8월 27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고시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번 최저생계비는 실계측 년도가 아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하여 인상폭이 결정되었다. 최저생계비의 결정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전문위원회에서 안을 마련한 후, 최종적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의결되는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0조에 근거해서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노동부의 당연직 정부위원 3인과 전문가 4인, 공익대표 4인으로 구성된 위촉직 민간위원 8인으로 구성되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전문위원회의는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 3%, 4.8%, 5%를 4인 가구 기준 2009년도 최저생계비 인상에 적용하는 방안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검토의견으로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한 차례의 회의를 통해서 물가상승률 4.8%를 적용하여 2009년도 최저생계비에 반영하기로 의결하였고, 이는 8월 27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고시를 통해 발표되었다.

최종적으로 의결된 소비자 물가상승률 4.8% 반영 안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산출되었다. 우선 2009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OECD, IMF 등의 예측치 3%를 기본 출발선으로 한 후, 2008년도 최저생계비 결정시의 합의에 따라 2008년도 최저생계비에 반영된 물가상승률(2.7%)과 최근에 발표된 2008년도 물가상승률 예측치(4.5%)의 차이인 1.8%를 추가로 보전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4인가구 기준 2009년도 최저생계비는 4.8%(3% +1.8%) 인상되게 되었다. 여기에 추가로 현금급여기준은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고려하여 가구당 5,000원씩을 차감하기로 합의하였다.



2009년도 최저생계비 수준은 어떠한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결정된 최저생계비 수준은 아래 표와 같다(2009년도 최저생계비 개정고시). 4인가구를 기준으로 볼 때 2009년도 최저생계비는 133만원, 현금급여는 111만원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어떤 논쟁들이 있었고 한계는 무엇인가?

2009년도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서의 논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종류의 물가상승률을 사용할 것인지와, 어느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적용할 것인가, 그리고 2008년도 최저생계비에 반영되지 못했던 물가상승률의 보전과 관련된 문제로 요약된다.

첫 번째와 관련된 문제로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생활물가지수 등 다른 물가지수를 사용할 것인가와 관련된 논쟁이었다. 이 논쟁은 기존의 관행과 현실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다음으로 어느 수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예산담당 부처는 예산반영 물가상승률 3%를 지속적으로 주장하였고, 민간위원들은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 하락과,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생활고를 반영한 최소 5% 안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예산담당 부처는 재정부담 문제와 기초수급자의 고통분담론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2008년 최저생계비에 반영되지 못한 물가상승률 보전과 관련된 논쟁 역시 최근의 물가상승 폭을 감안할 때 적극적 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비계측년도는 예측치 사용이 관례이며 보전은 타당치 않다는 예산담당 부처의 주장이 대립되었다.


최저생계비 논쟁의 한계는 무엇인가?

현재 최저생계비 결정 과정의 논쟁 속에서는 정작 고려되어야할 인간의 생존권,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예산상의 제약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서 도구적 합리성이 보다 중시되는 논쟁과정은 아마티아 센의 표현을 빌어 ‘합리적 바보들(rational fools)’의 논쟁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결정으로 보이는 이러한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은 과연 정의로운 것이며, 진정으로 합리적인 결정일까? 센의 언급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센은 합리적 바보를 정신적으로 빈약한 이기적 인간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기적 행위와 효용 극대화가 결국은 전체적인 비극을 초래함을 경고하고 있다(Sen, 2008).

이러한 최저생계비 결정 과정의 한계는 그 과정에 참여하는 개별 위원들의 문제이기 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판단된다. 현재의 구조에서 합리적 바보들의 논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최소한의 문화적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 결과 저소득층의 생존권 보다는 도구적 합리성만이 추구됨으로써 1999년 이후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 대비 최저생계비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평균소득대비 최저생계비의 비율은 1999년 38.25%에 비해 2007년에는 29.94%로 10% 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러한 상대적 수준의 하락문제 이외에도, 전물량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의 경직성과 필수품 포함여부를 중심으로 한 소모적 논쟁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최저생계비 결정구조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결론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의 최저생계비 결정구조는 저소득층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게 운영될 수 밖에 없으며,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함으로써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그것이 서구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대적 빈곤선의 도입이든, 상대적 방식의 빈곤선 도입이든 이제 공식적인 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다행이도 올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상대적 빈곤선 도입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많아 보인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예산담당 부처가 있고, 수조원의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있고, 어려운 경제상황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 사회의 먼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게 하는 합리적 바보들의 논쟁을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의 최저생계비 결정구조는 수급자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결코 긍정적이지 못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 방식의 빈곤선 도입이 가지는 함의는 저소득층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더 중요한 함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복지논쟁은 선별주의적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에 관심이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이는 저소득층의 생존권조차도 보장해주지 못할 만큼 한국사회의 복지현실이 열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 방식의 빈곤선 도입은 이러한 선별주의 논쟁에 대한 관심을 전체 시민들의 복지를 강조하는 보편주의 논쟁으로 유도할 수 있게 하는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Sen, A.(2008).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원용찬 옮김. 갈라파고스
보건복지부(2008). 2009년도 최저생계비 개정고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회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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